일주일 지난 영장으로 압수수색 나선 중앙지검, 왜?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 2020.07.30 11:42
한동훈 반부패 강력부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하면서 변호인에 고지하지 않아 위법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사팀은 위법 절차에 대해 항의하는 한 검사장 측에 "급속을 요하는 예외"라고 해명했지만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지 일주일이 넘어서야 집행에 나선 것으로 앞뒤가 맞지 않은 설명이란 지적이 나온다.

30일 검찰 등 법조계에 따르면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전날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사무실에서 한 검사장의 휴대폰 유심(USIM 카드)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이날 오전 한 검사장을 소환조사할 예정이었으며 이때 휴대전화 유심을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하려 했으나 한 검사장이 소환에 불응하면서 현장 압수수색을 집행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수사팀은 지난달 16일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할 당시 유심칩은 빼고 한 검사장에게 돌려줬다. 통상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할 때 유심은 피압수자에게 돌려주는 경우가 대다수다. 유심에는 통신사 통화기록을 비롯해 각종 페이 이용, 블루투스, NFC 이용한 전송 기록, 연락처 등이 담겨있는데 주로 압수수색에 필요한 자료는 휴대전화 본체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얻는다. 유심 분석으로 얻을 수 있는 유의미한 자료는 거의 없어 피압수자가 유심을 가져가 다른 휴대전화에 넣어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통례다.

수사팀은 당시 유심을 한 검사장에게 돌려줬다가 다시 해당 유심에 대해 압수영장을 발부받았다. 영장 발부 날짜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23일이라고 밝혔지만 한 검사장 측은 현장에서 고지받은 압수수색 영장에 22일로 기재돼 있었다고 밝혀 수사팀과 한 검사장 측 말이 엇갈린다.

한 검사장 측의 주장대로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은 날짜가 22일이라면 수사팀은 영장을 발부받고 8일이 지나서야 압수수색을 집행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수사팀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 검사장 변호인이 "'형사소송법상 변호인에게 영장 집행 일시와 장소 등을 고지하게 돼 있는데 왜 하지 않느냐"고 항의하자 '급속을 요하는 경우에는 미리 고지하지 않아도 된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 검사장 측이 "급속을 요하는 사건인데 왜 22일 발부받은 영장을 이제 집행하느냐"며 "'급속'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재차 묻자 수사팀은 "이는 수사팀의 재량에 의해 판단하는 것이다. 상세한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는 게 한 검사장 측 설명이다.

통상 긴급을 요하는 압수수색일 경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후 하루를 넘기지 않는 게 일반적인 경우다. 압수수색 수사 정보가 미리 새어나가지 않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집행하기 위해서다.


압수수색 경험이 많은 한 간부급 검사는 "현직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해야겠다고 판단했다면 검찰 내 인맥이 많은 한 검사장에게 압수수색 계획이 알려질 수 있다는 걸 우려해 최대한 빨리 집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일 것"이라며 "일주일 이상 집행을 미뤄놨던 것이라면 굳이 압수할 가치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수사팀이 일주일 이상 지난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집행에 나선 것에 대해 검찰 안팎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지난 24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중단 권고가 나오고 유일한 증거였던 '부산고검 녹취록'까지 증거 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자 한 검사장 기소가 급해진 수사팀이 뭐라도 하나 건지려고 압수수색에 나선 것 같다"면서 "웬만하면 법원에서 새로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을 만도 한데 그럴만한 관련 증거도 못찾아 기존에 받아놨던 영장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검찰 내에선 간부 인사를 앞두고 '검언유착' 수사를 독려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한 검사장 기소를 위한 노력을 보여주려 무리하게 영장 집행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이야기나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언론에 '한동훈 압수수색' 속보 나게 만들고 기소 분위기를 만들려는 시도"라며 "폭행 논란이 빚어질 정도로 수사팀의 조급한 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팀이 일주일도 지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면서 "급속을 요하는 예외"라고 밝힌 이유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해당 건은 서울고검 감찰 사항이 됐기 때문에 서울중앙지검에서 언급할 사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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