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판 유전무죄' 레드불家 살인사건…당국 "재조사하겠다"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 2020.07.27 21:34

뺑소니 살인해도 8년간 법망 피해 호의호식…검·경 조사기구 구성

레드불 창업주 손자 오라윳의 2012년 모습/사진=AFP

8년 전 '뺑소니' 살인사건을 저지른 뒤 해외로 도피한 레드불 창업주의 손자가 처벌받지 않은 사건을 두고 태국내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태국 총리는 뒤늦게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27일 일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세계적인 스포츠음료인 레드불의 공동 창업주 찰레오 유위티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35)의 2012년 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불기소 논란이 확산하자 전날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나루몬 삔요신왓 정부 대변인은 "쁘라윳 총리가 이번 일에 대해 심기가 편치 않다. 관계 당국에 관련 조사를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쁘라윳 총리는 또 이번 사건의 사법처리 과정에 일절 관여한 적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웡사꾼 끼띠쁘롬웡 검찰총장은 검찰의 사건 처리를 조사하기 위해 검찰청 차장이 이끄는 7인 패널을 구성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경찰도 경찰청장 지시로 조사팀을 꾸려 향후 15일간 수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네티즌들은 SNS상에서 '레드불을 보이콧하라'(#BoycottRedBull) '레드불에 노라고 말하라'(#saynotoredbull)등의 해시태그를 퍼 나르며 비판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2012년 오라윳이 뺑소니 사고를 낸 페라리 차량/사진=AFP

오라윳은 돈이 있으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유전무죄(有錢無罪)'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태국 검찰은 지난달 12일만 해도 오라윳을 기소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태국 경찰 또한 검찰의 결정에 반대하지 않아 그에 대한 체포영장은 철회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기소 철회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오라윳은 2012년 9월 3일 오전 5시경 방콕 시내에서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 중이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달아났다. 사망한 경찰관은 도둑이 들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라윳의 뺑소니 사고를 조사하러 온 조사관은 사건 현장으로부터 기름이 샌 흔적을 따라갔고, 그의 집에서 그의 부서진 페라리를 발견했다. 이 사건으로 오라윳은 음주운전, 과실치사, 뺑소니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발생 이후 경찰이 측정한 오라윳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65%로 법적 운전 허용치를 초과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스트레스 때문에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의 주장을 받아들여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오라윳은 사고 뒤 체포됐다가 보석금 50만 밧(약 1900만원)을 내고 석방됐고, 이후에도 업무 등을 이유로 해외에 머물며 수 차례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결국 검찰은 그를 7번째 소환 불응 이후 체포하려 했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범죄를 저지른 후 지금까지 약 8년 동안 소환 요구에 불응하며 SNS에 개인비행기를 타고 자동차 경주를 즐기며 휴양지에 가는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사진을 올렸다.

한편 오라윳의 가족은 태국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 중 하나다.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이자 레드불의 상속인 찰렘 유위티야는 2019년 기준 태국에서 세 번째로 부유한 인물로, 자산은 199억 달러(약 24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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