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6억 거액기부, 81세에 결혼한 남편이 재촉했다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 2020.07.24 08:00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이 23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발전기금 기부 약정식에 앞서 본관 로비에 마련된 기부자 기념홀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뉴스1

"그 돈 언제 기부할거냐?"

카이스트 역대 최고액 676억원. 상상하기 어려운 거액 기부를 남편은 오히려 독려했다. 여든 평생을 독신으로 살다 2년 전 81세 나이로 결혼했지만 이심전심이었다. 서울대 법대 동창으로 일생을 돌고돌아 청실홍실로 맺어진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83)과 김창홍 변호사(82)의 얘기다.

지난 23일 오후 대전 카이스트 학술문화관에서는 이 회장이 평생 일궈온 재산을 기부하는 약정식이 열렸다. 2012년 약 80억원 미국 부동산 유증, 2016년 10억원 상당의 미국 부동산을 내놓은 데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지금까지 카이스트에 기부한 금액은 총 766억원이다.

거액의 기부는 가족들의 반대가 따를 수 있지만 김 변호사는 이를 말리지 않았다. 이 회장은 "작년 9월 기부 의사를 밝히고 나서 최근 건강이 나빠져서 계속 누워있으니까 남편이 '그 돈 언제 기부할거냐'라고 물을 정도로 내 결정을 응원해줬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대구지검 지청장을 지냈다.



"과학의 힘 안다"…노벨상 수상 위해 10년간 연구 지원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이 23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발전기금 기부 약정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날 이 회장은 "과학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과학의 힘이 얼마나 큰 줄은 안다"며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과학 기술 인재를 키워주기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부금은 '이수영 과학교육재단'을 설립해 '싱귤래러티(Singularity·특이점) 교수 제도'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 10년간 논문 평가를 받지 않고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제도다. 외부 간섭 없이 혁신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카이스트는 이 제도를 통해 국내 연구진의 노벨상 수상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은 "평생 피땀으로 일군 재산을 아낌없이 내놓은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카이스트의 역할과 임무에 대한 사명감을 마음에 새기고 기부자의 뜻을 이룰 수 있도록 모든 구성원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맨손으로 '악착같이' 모은 전재산…"과학기술 발전 위해"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이 23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발전기금 기부 약정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거액의 기부금은 온전히 이 회장이 손수 일궜다. 이 회장은 일제강점기인 1936년 평범한 가정의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당시 여성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로 별다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성적이 좋아 경기여중, 경기여고, 서울법대에 진학했다.

대학을 졸업한 이 회장은 1963년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서울신문에서 시작해 한국경제신문, 서울경제신문을 거쳤다. 1971년에는 '언론인 특별취재상'을 받았지만 1980년 신군부 언론탄압 시기 해직됐다.

기자를 그만두고 나서는 주말농장으로 관리하던 것을 본격적인 사업으로 확대했다. 돼지 2마리로 시작한 목장은 1000마리로 늘어났다. 목축업으로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부를 일군 것은 모래 채취 사업에서다.

1988년 부동산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사업이 확산 일로에 들어섰다. 미국 현지에 연방정부가 세들어 있는 빌딩을 매입해 성조기가 펄럭이는 건물의 '건물주' 타이틀까지 달았다. 조직폭력배에 위협을 당하기도 하고 신장암 투병도 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이 회장은 2018년 출간한 자서전 ‘왜 KAIST에 기부했습니까?’를 통해 자신의 철학과 인생 이야기를 자세히 밝힌 바 있다. 힘들게 번 돈이기에 이 회장은 "나에게는 피땀인 재산을 내놓았다"고 강조하며 "카이스트가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귀하게 써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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