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는 지난 21일(현지시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를 둘러싼 소송전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양사 한판승부에 글로벌 자동차기업은 물론 주지사, 의원 등 미 정계 인물들까지 가세하면서다. 이들의 주장 면면을 살펴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심중을 정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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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부족하다는데…' 발등 불떨어진 포드·폭스바겐━
현재 양사 합의가 물밑에서 진행중인데 합의가 불발되고 10월에도 2월과 같은 결론이 나온다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ITC 명령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이 전면 금지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과 계약을 맺은 포드, 폭스바겐의 전기차 생산이 어려워진다.
포드, 폭스바겐이 5~6월 수 차례 ITC에 의견을 전달한 이유도 우선 여기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포드는 지난 5월 72쪽에 달하는 서한을 내고 2022년 출시를 계획중인 F-150 전기차 모델과 관련해 "차량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제약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며 "LG화학은 이를 공급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배터리 공급 부족과 배터리의 긴 개발기간을 감안할 때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단 판단이었다. 인증 전 3~4 년에 걸친 광범위한 시험을 거친만큼 타사 제품으로 쉽게 대체될 수 없단 뜻이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공급량은 776GWh로 수요량(916GWh)에 못미쳐 2029년까지 배터리 공급난이 벌어질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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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의 첫 단추 '영업비밀 침해' 두고도 대리전━
신규 공장이 유치된 오하이오의 마크 드와인 주지사는 훨씬 더 적극적으로 LG화학 옹호에 나섰다.
그는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지식재산을 훔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지식재산권을 온전하게 유지하는 것은 명백히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고 위원회가 불공정 경쟁행위에 제재를 하지 않는다면 LG화학의 투자는 냉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GM과 오하이오주가 움직이자 다시 포드가 나섰다. 포드는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하는데 필요한 기술과 제조 능력이 부족했다는 LG화학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포드를 비롯 현대 기아, 다임러 등은 이번 사태가 있기 전부터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았고 SK이노베이션은 수 백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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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재계의 간곡한 호소전…재선 앞둔 트럼프 흔드나━
이미 미시간주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운영중인 LG화학은 GM과 각각 1조원씩을 출자, 오하이오에도 공장을 짓는다. 1100명의 미국 근로자들이 고용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1,2공장을 설립중이다. 합친 투자규모만 3조원에 달할 전망이며 1공장에서 2000명, 2공장에서 600명의 신규 일자리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5월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도 이점을 ITC에 피력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사안에 개입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ITC 최종결정 이후 60일 이내 대통령 심의기간이 있는데 ITC의 결정이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드문 사례다. 공익이라 함은 공중보건과 복지, 미 소비자들의 권리와 이익 등이 해당한다.
이번 소송이 트럼프를 움직일 '공익 변수'에 영향을 준다는 의견도 있다. 폭스바겐은 "ITC 명령이 미국의 고용과 훈련 기회를 감소시키고 미 자동차 딜러, 미 소비자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드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시민 건강 즉 공중보건과 직결되는 사안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ITC의 명령이 공중보건을 증진시키려는 일부 주들의 노력을 저해할 수 있음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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