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거래 급증한 삼성전자…9월 공매도 쏟아지나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반준환 기자 | 2020.07.22 16:10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공매도 금지 해제를 한 달여 앞두고 삼성전자 등 일부 종목에서 주식 대차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대차거래가 늘어난 종목은 공매도 금지 해제 이후 공매도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투자시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주식 대차잔고가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삼성전자다. 지난달 말 1억주에서 지난 21일 1억3939만주로 39% 증가했다.

대차거래란 타인으로부터 주식을 빌리는 것이다. 대여자는 일정한 이자를 받고 주식을 빌려주고 차입자는 계약기간 동안 주식을 사용한 뒤 계약이 끝나면 이를 되갚아야 한다. 빌린 주식은 매매거래의 결재나 차익거래, 헤지(hedge·위험회피) 거래 등 다양한 수단으로 활용되나 주로 공매도에 이용된다는 점에서 공매도 대기 물량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공매도는 빌린 주식을 시장에 판 뒤 주가가 하락할 때 이를 되사 차익을 실현하는 기법이기 때문에 주가가 고평가 돼 있거나 하락이 예상될 때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삼성전자의 대차거래가 늘었다는 것은 이처럼 공매도를 위한 대기 자금이 늘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코로나19(COVID-19) 충격으로 지난 3월 증시가 폭락하면서 금융당국은 3월16일부터 6개월 간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이 같은 조치로 그동안 시장조성자를 제외하고는 공매도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는 9월 공매도 해제를 앞두고서 주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위한 대차물량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공매도는 금지조치 이후에도 전혀 줄지 않고 있다. 공매도 금지 직전 1189만주였언 삼성전자의 공매도 잔고는 지난달 초 600만주 수준까지 감소했으나 최근 다시 1000만주 안팎으로 늘었다. 삼성전자 주식 총수 대비 비중은 0.16%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9월부터 공매도가 급증할 경우 시장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평소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종목들에서도 최근 대차거래 증가세가 눈에 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대차잔고는 지난달 말 4213만주에서 지난 21일 4565만주로 351만주(8.3%) 늘었다. 셀트리온은 같은 기간 1526만주에서 1614만주로 88만주(5.8%) 증가했다. 셀트리온과 두산인프라코어의 공매도 비중은 각각 6.24%, 5.89%로 코스피 2위와 3위에 해당한다.

최근 주가가 급등 중인 현대차의 대차잔고 역시 이달 들어 68만주(12%) 늘어난 639만주로 집계됐다. 이밖에 SK증권, 맥쿼리인프라, 대웅제약, 영원무역, GS건설, 삼양식품 등이 20~30% 가량 대차잔고가 증가했다.

대차잔고가 당장 공매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심리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반면 대차거래 비중이 낮은 종목에는 수급이 쏠리면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현대차증권 분석에 따르면 금융위기로 2008년10월부터 2009년5월까지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금지되는 동안 대차잔고 하위 20%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는 누적 41.7%의 수익률을 기록해 같은 기간 코스피(12.4%) 보다 높은 수익을 거뒀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8년 공매도 금지로 대차잔고는 빠르게 감소했다"며 "당시 대차잔고 하위 종목이 상위 종목 대비 높은 투자성과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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