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COVID-19)는 아파도 생계 때문에 쉴 수 없는 저소득 노동자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복지 체계의 민낯을 드러냈다. 정부가 20일 질병, 부상 등으로 일하지 못해도 소득을 보장해주는 상병수당 도입을 공식화한 배경이다.
정부는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실무협의체 구성을 이달 안에 완료한다. 내년까지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2022년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상병수당 적용 대상, 지급액 등 구체적인 내용은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수립할 예정이다.
정부는 상병수당 도입을 공식 선언했으나 속도는 천천히 내겠다는 방침이다. 연구용역 1년, 시범사업 1년, 시범사업 결과 분석까지 고려하면 빨라도 2023년에야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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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수당 재원 8055억~1조7718억원 필요━
쟁점은 재원 마련, 도덕적 해이 방지 등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에 필요한 재원은 임승지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보험제도연구센터장이 작성한 '상병수당 제도 도입 기초연구'로 가늠해볼 수 있다.
임 센터장은 상병수당 모델로 △아픈 뒤 7일부터 180일까지 소득의 50% 또는 66.7% 보장(모델1) △아픈 뒤 3일부터 180일까지 소득의 50% 또는 66.7% 보장(모델2) △모델2를 기반으로 3세 이하 자녀가 아플 때도 최대 10일 지원(모델3) 등을 제시했다. 상병수당 지급 인원은 모델1 109만명, 모델2 166만명, 모델3 264만명으로 예상했다. 이를 근거로 연간 소요 예산을 8055억~1조7718억원으로 추계했다.
재원은 건강보험료 또는 국가로 충당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해관계자 반발을 넘으려면 산 넘어 산이다. 건보료 인상을 통한 재원 마련은 부담 주체인 기업과 노동자 동의를 얻어야 한다. 노동계는 당장 상병수당을 100% 국고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영계 역시 우려한다. 가뜩이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골자로 한 문재인케어로 건보료가 오르는 상황에서 추가 인상에 난색을 표한다. 올해 건보료율은 6.67%로 전년 대비 3.2% 올랐다. 정부는 2012~2016년 1% 안팎이었던 건보료율 인상률을 2022년까지 3.2% 수준에서 관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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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롱환자' 가려내야 부정수급 방지━
노동계 주장처럼 국고 투입도 고민할 부분이 적지 않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중앙정부가 상병수당의 50% 이상을 지원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 당국은 소극적이다. 코로나19로 나랏돈을 쏟는 국책사업이 늘고 있는 마당에 조 단위 사업인 상병수당까지 더해지면 국가재정은 부담을 받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영세사업장 상병수당은 재정이 여유로운 산업재해예방기금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 센터장은 "상병수당을 도입할 때 주된 재원을 조세 기반으로 할지, 보험료 기반으로 할지가 중요한 논의사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픔'의 정도를 어떻게 객관화할지도 관건이다. 아프지도 않으면서 상병수당을 타내려는 이른바 '나이롱 환자'를 가려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병가조차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경직된 기업문화를 개선하는 작업 역시 병행해야 한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상병수당은 다양한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국고, 보험료 등 재원 확보 방안 역시 다양한 방안이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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