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가 2018년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사건 당시 다음날 입장을 내고 "피해자가 2차 피해에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하겠다"며 발 빠르게 대응한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여가부는 지난해 고(故) 장자연 사건의 증인을 자처한 윤지오에게 차관이 사비로 숙소를 지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윤지오는 후원금 사기 의혹으로 피소된 직후 캐나다로 출국, 여가부도 체면을 구겼다.
여가부가 침묵하는 사이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는 거세졌다. 정치적 목적을 두고 박 전 시장을 고소했다는 주장부터 신상털기, 피해 사실 깎아내리기 등이 심심찮게 이뤄졌다. 줄곧 여가부를 비난했던 극우보수 온라인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진보성향 인사들까지 비판에 나선 이유다.
여가부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안 전 지사 사건 이후 올해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등 수차례 유사 사건이 발생했지만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아서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회성 요구에 그치지 않을 양상이다. 17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 온 '여성가족부 폐지에 관한 청원'은 이틀 만인 19일 오후까지 1만8000명의 동의를 받았다.
작성자는 "예전부터 하는 일은 없고 세금만 낭비하기로 유명했던 여가부 폐지를 청원한다"며 "최근의 정의기억연대 사건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들에서 수준 이하의 대처와 일 처리 능력을 보여주면서 제대로 여성인권 보호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청원 이유를 밝혔다.
평소 페미니스트를 자처해 온 '기생충 학자'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도 '여가부 폐지'에 목소리를 더했다. 서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꽤 오래 꼴페미(급진적 페미니즘을 비하하는 용어) 소리를 들었다"면서도 "윤미향과 오거돈, 박원순 사태를 보며 여가부 폐지에 동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야권을 중심으로도 여가부에 대한 폐지 주장이 제기됐다. 김현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은 "거대한 집권 여당 소속 정치인이 권력과 위력에 의한 성추행이 반복되고 있는데 여성가족부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다"며 "3년에 걸쳐서 이 같은 행태가 반복하는 동안 여가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라고 비판했다.
한편 여가부가 발휘할 수 있는 권한의 제도적 한계도 존재한다. 현행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르면 국가기관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여가부 장관은 관련 기관장에게 가해자 징계를 요청하는 데 그친다. 예산도 지난해 처음 1조원을 넘긴 '미니 부처'로 매년 만성 인력·예산 부족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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