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에너지, "아파트서 앱 하나로 전기 사고팔아"

머니투데이 중기협력팀 박새롬 기자 | 2020.07.21 17:18
이웃간 전력거래 플랫폼 '파란홈' 화면/사진제공=파란에너지
"남은 전기 팔아 전기요금 아끼죠."

'-5196원', A 아파트 주민 '전기왕'씨의 관리비 할인 내역. 그는 이번 달 전기요금 '5196원'을 절약했다. 이웃간 전력거래 플랫폼 덕분이다.

그는 요즘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아파트 전력거래 앱(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는 일이다. 앱에 들어가 이번 달 누적사용량(70kWH)과 남은 기간 예측사용량(150kWH)을 체크했다. 누진 1단계(200kWH 이상)에 훨씬 못미치는 양이다.

잉여 전력(50kWH)을 팔 수 있는 기회다. 30kWH만 팔기로 했다. 누진세에 해당되지 않으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양이다. 앱의 홈 화면에 있는 '거래 참여하기'를 누른다. 직접 판매 수량과 단가를 조정해 가격을 정한다. 앱에 올라와 있는 거래 현황이나 추천 매물도 참고했다. '판매 올리기' 버튼만 누르면 끝이다.

이를 구매한 '이누진'씨, 그도 이득을 봤다. 이누진씨는 평소에 전기를 많이 쓴다. 이번 달에만 420kWH의 전력을 사용했는데 누진 2단계(400kWh)를 넘었다. 누진제 폭탄의 위기다. 하지만 앱에서 전기를 사서 누진 단계를 낮추고 요금까지 아낄 수 있었다.

이 사례는 파란에너지(대표 김성철)의 이웃간 전력 거래 플랫폼 '파란홈' 얘기다. '파란홈'은 2019년 2월 서울 은평구 소재의 '수색대림한숲타운아파트'에 적용됐다. 이 아파트에서 파란홈을 통해 18개월간 거래된 전력량은 17500kWH에 달한다. 이를 가능케 한 건 사용자에게 거래 수익이 직접 전달되는 강점 때문이다. 해당 달의 관리비에서 할인 내역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거래 수익이 생기니 아파트 주민도 호응했다. 그 중 아파트 주민 A씨(76세)가 산증인이다. 그에 따르면 '파란홈'을 쓰면서 한 달 전기요금이 3만원에서 2만원 초반으로 줄었다. 30% 이상 요금을 절감하면서 플랫폼을 애용하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특히 그는 "원래 240kWH의 전력를 썼다면 지금은 200kWH 이하로 사용하고 남은 전기를 판매한다"며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만 높아지면 거의 모든 가구가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의 박미영 관리소장도 '파란홈'에 호의적이다. 박 소장은 서울시가 선정한 제1대 '명인' 관리소장이다. 전기 기사 자격도 갖췄다. 그에 따르면 '파란홈'을 쓰면 주민과 관리실 등 모두가 윈-윈(WIN-WIN)이다. 하드웨어 기기를 설치할 필요 없이 앱만 깔면 돼서다. '파란홈'을 주식 거래처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앱에서 전력 거래의 시기와 거래량에 따른 이득을 확인할 수 있다.

박 소장은 "전력 사용량을 눈으로 확인하면 전기를 아껴 쓰려고 한다"면서 "국내 거주자의 60%가 아파트 주민이기에 가구당 조금만 절약해도 원전 하나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국민DR(Demand Response, 수요반응)'과 맞물려 전기를 아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면서 "주민, 개발사, 정부에 모두 좋은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수색대림한숲타운아파트의 박미영 관리소장/사진=중기협력팀 이두리 기자
아파트에서 '파란홈'을 쓰려면 2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아파트 전기요금제가 '단일계약'이면서 '디지털 계량기'가 설치돼 있어야 한다. 계량기에서 전력 데이터를 받아 앱에서 거래할 수 있게끔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도 안심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거래되고 있어서다. 거래한 이웃이 몇동 몇호인지 알 수 없다.

'파란홈' 개발사 파란에너지의 김성철 대표는 "전력을 거래한다는 건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라면서 "2년 가까이 해당 아파트에서 전력 거래의 효과를 검증해왔다"고 했다. 이어 "전력 거래를 계속할수록 누진 단계를 낮추고 수익을 얻으려 한다"면서 "국내 전력 소비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그린 뉴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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