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감독 변신 손수현 "단편 영화, 기회 없으니 제가 만들었죠"(인터뷰①)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0.07.16 09:38

'프리랜서' 연출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손수현 / 사진=이엘라이즈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평소에 뭐하냐 물어보면은/그냥 이렇게 지내는데요

평소에 뭐하냐 물어보지 말고/일 좀 시켜주세요

굶어 죽을까요/벽 보고 독백만 계속 할까요
(중략)
안되겠다 싶어서/뭐라도 하려는데/뭐야 돈이 없잖아요
그동안 벌은 거 있지 않냐고/ 안 모아 뒀냐고 물어보는데
밥 먹고 술 먹고 월세 내고요/가스비에 통신비에 등등등….

-손수현 자작곡 '프리랜서'의 가사 中-

배우 손수현(32)이 '감독'으로 돌아왔다. 데뷔작이라고 할 수도 있는 단편 영화 '프리랜서'는 제24회 부천국제영화제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상영작으로 초청됐다. 영화제 초청은 상업적인 홍보가 쉽지 않은 독립영화들에게 작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이자,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통로다.

10분 분량인 '프리랜서'는 손수현이 직접 부른 독특한 노래로 시작한다. 영화와 동명인 노래는 얼핏 배우 손수현의 개인적인 이야기 같기도 하고, 프리랜서로 살고 있는 이들이 공감할만한 내용을 담아낸 것 같기도 하다. 노래가 끝나면 프리랜서로 살고 있는 두 친구(손수현, 정수지)가 흑백 화면 속에서 대화를 나눈다. 같은 프리랜서지만 둘의 삶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위축돼 있는 손수현과 여유만만한 정수지의 모습은 프리랜서로서 사는 삶의 현실과 이상을 비교해 보여준다.

최근 부천영화제 공식 인터뷰룸에서 뉴스1과 만난 손수현은 "노트북으로만 보던 내 영화를 큰 데서 보게 되니 떨린다"며 특유의 맑고 해사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긴머리를 짧게 자르고 한동안 '숏컷' 스타일을 유지했지만 이제는 다시 머리를 기르고 있다며 뒷머리 꽁지를 보여줬다. 긴장돼 있던 신인 배우의 옷을 한 꺼풀 벗고, '인간 손수현'의 색깔을 찾은 듯한, 자유롭고 편안한 모습이었다.

2013년 빅뱅 대성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데뷔한 손수현은 쇼핑몰 모델 시절부터 일본 배우 아오이 유우의 '닮은꼴'로 얼굴을 알렸다. 벌써 7년차 배우지만,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것에 비해 작품수는 많지 않다. 초반 대중의 주목을 받는 데 성공했지만 여러가지 일을 겪으며 '유명세'를 톡톡히 치른 탓이다. '프리랜서 배우'로 살아가고 있는 그는 최근 새 소속사(이엘라이즈)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돈은 안 되지만 자잘하게 바쁜 일들이 많다"고 말하는 손수현에게서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는 동물애호가, 비건, 두번째 작품의 시나리오를 준비 중인 감독 겸 배우로서의 삶에 대해 들었다.

-영화제에서 상영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다. 소감이 어떤가.

▶12일에 상영이다. 첫 상영 편집할 때 노트북으로만 보다가 큰 데서 보니까 너무 떨린다.

-부천국제영화제 출품작 리스트에서 손수현의 이름을 보고 놀랐다. 이렇게 단편 영화를 보여주게 된 계기가 있나.

▶ 이걸 내가 작년 12월30일에 찍었다. 보시면 알겠지만 영화가 앞부분 형식이 이상하다, 노래가 나온다. 그 노래를 술 마시고 처음 만들었다. 너무 답답해서 만들고 나서 속이 후련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서 사람들과 술을 먹다가 술자리에서 그 노래를 부르게 됐다. 어떤 분이 너무 좋다, 공감이 된다면서 뮤비를 찍어보면 어떠냐고 했다. '이걸 뭘 찍냐'고 했었는데 술이 깨고 샤워를 하면서 그러면 한 번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영화를 통해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었나.

▶사실은 극 자체를 만들기 위해서 노래를 만든 게 아니다 보니 노래로 어떤 이야기를 할까 생각했다. 노래를 들었을 때 가사를 듣고 누군가 상상하게 된다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보고싶은대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 걸 아예 상상하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프리랜서'라는 틀 안에서 프리랜서 직업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극단적인 프리랜서 직업 둘을 만나게 해 프리랜서로서 보여지는 하나의 모습과 속마음들에 대해 나누고 싶었다.

-배우라는 직업도 프리랜서다. 프리랜서 직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았다고 생각하면 될까.

▶극중 정수지의 모습은 모든 프리랜서의 꿈이다. 돈도 많이 벌고 자기 일을 하면서 넉넉하게 뭔가 하고싶은대로 할 수 있고, 내키는대로 할 수 있는 것. 프리랜서라고 해서 사람들이 생각할 때 자유롭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그건 꿈일 뿐이고, 프리랜서도 오퍼를 받고 컨펌을 내려주는 사람이 있다. 그런 걸 신경 안쓰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이 있었으면 좋겠다.(웃음)

-제작진과 배우는 어떻게 구성하게 됐나.


▶무조건 이 영화를 찍고 2019년을 마무리해야겠다 생각했다. 급하게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보면 어때?' 하고 나서 일주일 있다가 찍은 거였다. 사실 그래서 돈도 없었기 때문에 친한 스태프분들이 도와줬다. 사례를 많이 못 드렸다. 그 전에 찍은 단편영화 '프론트맨'의 감독이신 신승은 감독이 조감독을 해주셨고, 역시 '프론트맨' PD님인 이유리PD님이 프로듀싱을 해주셨다. 그때 촬영을 해주셨던 노다혜 촬영감독님이 촬영을 담당해주셨다. 또 그 때 영화에 출연했던 정수지 배우가 같이 출연해줬고, 동시녹음 담당 윤비원까지 여섯 명이서 찍었다. 너무 고마웠다.

-여섯명이서 '으쌰으쌰' 해서 만든 영화인데, 영화제 초청 소식을 듣고 함께 기뻐해줬겠다.

▶영화제에서 틀 수 있게 돼 (그분들께 고마움을)조금은 갚은 느낌이다. 엄청 기뻐해줬다. 친하기도 했지만, 이게 나의 답답함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영화제에서 틀 수 있게 됐으니… 친구들이 더 기뻐해줬다. 뭔가 사례도 많이 못 드리고 촬영을 했는데 영화제에 가는 게 단편영화를 찍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좋은 일이다. 좋은 이야기로 영화제에 갔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참여하는데, 정말 기쁘다.

-본업은 배우다. 영화 감독에 도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용기를 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현장에 너무 가고 싶다. 현장에 가는 게 너무 좋은데 나에게는 그런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으니까 좀 답답함이 있었다. 그래서 술을 먹고 노래를 만든 거였고, 이후에 '그래 그러면 내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른 분이 '영화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게 어때?' 했을 때 조금 용기가 생겼다. '내가 만들자!' 그런 마음을 가진 배우들이 많다고 알고 있다. 현장이 불러주지 않으면 현장을 만들고 싶다. 지금도 그런 마음이 많다. 결국에는 돈이 문제다. 그래서 적은 금액으로 만들 수 있는 영화를 생각했고, 처음엔 '원 로케이션, 원 테이크'로 생각했었는데 컷을 나눠서 했다. 8시간동안 1회차로 찍었다. 회차가 늘어날 수록 인건비 장비값이 늘어나니까. 일회차에 찍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시나리오를 많이 쓰는 편인가.

▶지금도 혼자서 쓰고 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돈이 필요하니까 영화를 찍으려면 제작지원을 받아서 하는 것을 노려보고 있다. 물론 안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되면 좋겠다.(웃음) 한 번 해보고 나니까 다음 번에는 더 준비를 많이 해서 또 해보고 싶더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이기도 하면서 직접 출연도 했다. 동시에 소화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나.

▶조감독님과 PD님이 내 멘탈을 꽉 잡아주고 옆에서 도와주고 얘기해주고 그랬다. 생각보다 연출하면서 연기하는 게 정신이 없는 일이더라. 원래 길이로 하면 한 5분 정도 원테이크로 찍었는데 NG가 나면 다시 가야한다.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멘탈이 나갈 뻔 했다. 너무 준비하는 시간도 빨랐고, 욕심을 부린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당시 내 목표는 2019년 안에 뭔가 하고 끝낸다 였기 때문에. 다음에 기회가 생긴다면, 더 촘촘하게 준비하고 영화를 찍고 싶다.

-국악고등학교 출신이고, 전공도 아쟁이다. 원래 음악을 했기 때문에 노래를 만들고, 그 노래를 가지고 영화를 만드는 발상에 접근하는 것이 쉬웠던 것인가.

▶전통음악을 하면서 노래를 만들어본 적은 없었다. 노래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사실 '프리랜서'에 나오는 노래도 엄청 대단하지 않다. 음악적으로 대단한 건 아니다. 그런데 주변에 노래를 만드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대단히 노래를 만들 수 없더라도 솔직하게 가사를 쓰는 일이 재밌는 일이구나 생각하게 됐다. 솔직하게 가사를 쓰다 보니 되게 '허접한' 노래가 됐다.(웃음)

-영화에 나오는 노래는 직접 기타 연주까지 한 건가.

▶그렇다. 코드가 무척 단순하다.

-노래를 만들는 것도 즐기나.

▶아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코드 따서 부르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노래를 만드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이번에 만든 게 처음은 아니지만…항상 흥얼거리다가 사장되는 노래가 있는데 이건 살아남은 것 같다. 술 먹고 가끔 부른다. 술을 좋아해서. 주량은 한 병 반이다.

<【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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