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하다 이제 와서"…남자보다 더 독한 여자들의 성추행 2차 가해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 2020.07.16 07:39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오른쪽 두번째)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밝힌 피해자를 두고 같은 여성들이 오히려 더 노골적으로 2차 가해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박지희 아나운서는 지난 14일 공개된 '청정구역 팟캐스트'에서 이번 사건을 언급하며 "4년간 대체 뭘 하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김재련 변호사와 세상에 나서게 된 건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는 피해자가 4년간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데 대한 지적이다.

박 아나운서는 "처음부터 신고를 했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왜 그러면 그 당시에 신고하지 못했나"며 "나는 그것도 좀 묻고 싶다"고 피해자를 질책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남겼다.

이 같은 발언은 온라인에서 즉각적인 반발을 일으켰다. 직장 상사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문제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피해자는 지난 13일 기자회견 입장문에서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한다"며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처럼 여성이 앞장서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하는 상황은 계속 이어진다. 이번 사건을 두고 마치 불륜이나 일종의 정치적 공작처럼 몰아가는 식이다. 박 전 시장과 팔짱 낀 사진을 올리고 '나도 성추행범이다'라고 적어 논란을 일으킨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 검사가 대표적이다.


진 검사는 여러 문학작품과 드라마 등을 이용해 박 전 시장을 옹호하고 피해자를 깎아내리는 식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을 언급하면서 "남성 상사와 진정으로 사랑해도 성폭력 피해자일 뿐 사랑하는 사이가 될 수 없는 성적 자기결정 무능력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진 검사는 "(자신의 비서였던 멜린다와 연애하고 결혼까지 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를 성범죄자로 만들어 버리는 신공"이라고 덧붙였다.

진 검사의 이런 발언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진 검사님께 급한 건 자수가 아니라 진찰'이라는 식의 비꼼 등 각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일부 박 전 지지자들은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더 잘 안다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이어가는 실정이다.

박 전 지지자가 다수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은 "여신 박지희 아나운서 응원합니다!", "4년간 뭐 하다가 한 건 맞는 말 아닌가요. 그 당시에 신고 안 하고 참다가 왜?", "같은 여자지만 성추행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베스트 클릭

  1. 1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2. 2 "나이키·아디다스 말고…" 펀러닝족 늘자 매출 대박 난 브랜드
  3. 3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4. 4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5. 5 "갑자기 분담금 9억 내라고?"…부산도 재개발 역대급 공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