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만에 처음 축소·변경…인기 야외 페스티벌들의 ‘조촐한 상차림’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20.07.15 06:15

평창대관령음악제·자라섬재즈페스티벌, ‘국내 아티스트’ 위주로 규모 축소·프로그램 변경

지난해 '평창대관령음악제' 공연 모습. /사진제공=평창대관령음악제

클래식계와 재즈계 무대에서 나름 세계적인 수준과 라인업으로 공연 브랜드를 과시해온 대표적인 야외 페스티벌이 코로나19 영향에 결국 조촐한 상차림을 준비하게 됐다.

한여름 시원한 대관령에서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연주와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평창대관령음악제’와 매년 연인원 10만 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세계적 수준의 재즈 무대를 자랑해온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그것.

‘평창…’는 폐광촌을 세계적인 음악 도시로 만든 미국의 아스펜음악제를 모델로 지난 2004년 처음 개최됐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축제는 저명 연주가 시리즈, 떠오르는 연주가 시리즈, 마스터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음악 학교에는 전 세계 100여명의 음악도들이 참가할 정도로 세계적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올해 17회를 맞는 이 음악제(22~8월8일,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를 비롯한 강원도 일대)는 코로나19의 계속된 영향으로 ‘글로벌’의 주제를 갖되 ‘로컬’ 중심의 운영 방식을 구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따라 공연 대부분이 우선 주말에만 한 차례씩 열리는 등 축소됐고 좌석도 거리두기 좌석제로 운영키로 했다. 특히 코로나로 외국인 연주자들의 참여가 예년에 비해 급격히 줄었다.

손열음(피아니스트)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이 최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주제와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열음 예술감독은 “올해 해외 연주자들은 굉장히 소수인데, 그나마 있는 해외 아티스트도 한국인 가족이 있는 분들”이라며 “한국이 제2의 고향인 그런 분들 위주로 해외 아티스트가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연주인들 중심으로 꾸려지지만, 소재는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이다. 베토벤 음악과 관련해 뽑은 주제도 의미심장하다. 베토벤이 자신의 최후 작품인 현악사중주 16번에 적어놓은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가 올해 이 음악제 키워드로 쓰인 것이다.

손 감독은 “2020년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어려운데, 그 상황에서 느껴지는 문구의 무게감이 우리의 상황과 맞닿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음악제 내내 베토벤의 A부터 Z까지 만날 수 있다.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으로 개막해 교향곡 5번 '운명'으로 폐막하는 동안 교향악, 실내악, 독주 피아노 등 다양한 버전이 선보인다.

특히 폐막 공연에선 예술감독인 손열음이 피아니스트로 나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을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베토벤 교향곡 3번, 7번, 8번은 오케스트라 악장이나 협연자가 지휘자 대신 악단을 지휘하는 플레이디렉트 방식으로 연주해 보고 듣는 재미를 압축적이고 직접적으로 구현한다.

2017년 자라섬재즈페스티벌 공연 모습.

모차르트 음악으로 유명한 악단인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인 더 필즈'의 악장 토모 켈러가 교향곡 3번을, 서울시향 악장으로 활동했던 스베틀린 루세브가 교향곡 7번을, 독일 프랑크푸르트방송교향악단 악장인 플로린 일리에스쿠가 교향곡 8번을 각각 지휘한다.

베토벤 교향곡 1번은 리스트 편곡의 독주 피아노 버전으로 연주되는 등 특이한 볼거리도 넘친다.

해외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세계적 수준의 아티스트 무대도 눈여겨볼 만하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니 악장 박지윤, 독일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제2 바이올린 악장 이지혜가 이끄는 오케스트라 무대가 그렇다.

‘평창…’와 같은 해에 처음 열린 ‘자라섬재즈페스티벌’도 올해 무대(10월9~11일, 경기도 가평 자라섬)를 대거 ‘변경’했다. 무엇보다 해외 아티스트들의 내한 조정이 불가피했다. 지난해처럼 역대급 재즈 뮤지션들의 무대를 만나볼 기회가 사라지면서 이 자리는 국내 뮤지션들로 채워졌다. 이에 따라 매년 특정 국가의 재즈와 음악인을 집중하는 프로그램도 차질이 빚어졌다.

인재진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총감독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예정된 해외 뮤지션들의 아시아 투어가 모두 취소되면서 프로그램과 뮤지션 구성이 원점에서 재구성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2020 자라섬재즈페스티벌 포스터.

라인업은 국내 뮤지션으로만 구성됐고 프로그램도 캐나다 음악을 조명하는 대신 퓨전재즈 50주년에 맞췄다. 한국 재즈의 태동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망하는 프로그램이 준비될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변경됐지만, 야외 공연은 계속된다. 조만간 1차 라인업도 공개된다.

‘자라섬…’은 지난해 16회까지 55개국 1118개 팀의 재즈 뮤지션이 참가했고 누적 관객만 230만명에 이른다.

인 감독은 “공연은 최대한 관객들의 안전이 보장된 상황에서만 진행할 것”이라며 코로나 상황이 악화할 경우 계획을 다시 변경해 온라인으로만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베스트 클릭

  1. 1 "김호중, 징역 3년 이상 나올 듯…바로 합의했으면 벌금형"
  2. 2 '수상한 안산 주점' 급습하니 PC 14대…우즈벡 여성 주인 정체는
  3. 3 "1호선에서 갈아탔나 봐"…지하철 4호선에 등장한 파란 삿갓 도사
  4. 4 "의대 증원 반대" 100일 넘게 보이콧 하다…'의사 철옹성'에 금갔다
  5. 5 유흥업소에 갇혀 성착취 당한 13세 소녀들... 2024년 서울서 벌어진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