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A은행 챗봇은 “금리 높은 상품을 추천해 주세요”라고 말하면 적금과 예금 중 선택하라고 답한다. ‘적금’을 택하면 몇 개 상품이 나온다. 상품별로 최저 금리에서부터 최고 금리 등 기초 정보도 제공한다.
B은행 챗봇에 환전을 문의하면 환율조회, 해외공금 한도, 수수료 등 환전에 관한 다양한 키워드가 등장한다. 고객이 특정 상품군이나 키워드로 질문하면 관련 정보를 재빨리 찾아내 보여주는 게 지금까지 챗봇의 역할이었다. 하나은행은 이런 방식이 ‘고객 친화적’이냐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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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챗봇 키워드는 ‘고객 친화’━
한준성 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부행장은 “고객에게 단지 다양한 내용을, 빠르게 제시하는 것 말고 고객 응대에서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나은 혜택을 주지 못했다”며 “철저히 고객 편의성에 초점을 둔 챗봇을 곧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개념 서비스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 고객이 펀드에 가입하고자 하나은행 모바일뱅킹 앱 ‘하나원큐’에 접속한다. 하이 로보가 묻는다. “모바일 서비스 이용에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도움이 필요한 고객인지, 굳이 그럴 필요 없는 모바일족 고객인지부터 확인한다. 과도한 친절 또는 방관 사이에서 고객의 불편을 고려한 접근이다. 도움이 필요한 고객이라면 하이 로보는 다시 다음 선택지를 준다. “제 도움을 계속 받으시겠습니까? 아니면 하나은행 직원과 영상통화가 나으시겠습니까?”
또 다른 고객. 이번엔 대출 상담이다. 하이가 나서 조건별 대출 금리를 설명한다. 설명 말미에 하이가 이틀 뒤에 대출을 받으라고 권한다. 최근 기준금리 변동이 있었는데 이틀 뒤 대출금리에 반영돼 고객은 매월 이자 2만원을 아낄 수 있단다.
한 부행장은 “AI가 고객의 비합리적 금융 접근을 차단하는 기능을 더할 것”이라며 “은행으로서는 손해지만 이를 감수하고 고객에게 최대한의 혜택을 주는 게 하나은행 디지털금융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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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데이터, 핵심은 ‘요리’기술━
하나은행은 ICT 엔지니어 집단 ‘하나금융티아이’의 데이터 분석 엔진을 이용한다. 광범위한 고객 정보를 모아 고객과 그를 둘러싼 환경, 성향 등을 전체적으로 분석한 뒤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 제시한다.
김정한 하나금융티아이 부사장은 “연봉 3000만원인 사회 초년생이 대출을 신청했는데 부모가 엄청난 부자다. 반대로 고연봉에 부유층 자녀인데 SNS 활동을 보니 도박에 유난히 관심이 많다. 이 경우 연봉만 보고 대출을 결정하는 건 1차원적 금융”이라고 말했다.
AI를 통해 데이터를 모으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완성품을 만드는 게 하나은행과 하나금융티아이의 강점이라는 게 김 부사장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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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가전, 자동차 등으로 외연 확장━
이후 모바일 내 금융비서인 하이를 런칭했다. 하이에는 3중 인공신경망 구조의 딥러닝 대화형 AI엔진을 탑재했다. 그 결과 3D아바타 금융비서로서 모바일을 사이에 두고 고객과 대화를 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가까운 미래에 카카오톡 등 채팅 앱과 가전, 차량 등으로 하이 서비스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최현우 하나은행 미래금융전략부 차장은 “2년 전 한 대기업 가전업체와 고급 냉장고에 하이를 탑재해본 경험이 있다”며 “카카오,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과도 논의를 진행 중이며 호환체계 등 기술적 이슈를 해결하면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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