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여성' 강조했던 박원순…"성추문 자체가 부담 추측"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 2020.07.10 07:09
박원순 서울시장./사진=김휘선 기자

박원순(64) 서울시장이 10일 새벽 실종 신고 8시간여 만에 서울 북한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곳에선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비서실에서 일하던 직원이 지난 8일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극단적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된다.

경찰에 따르면 박 시장의 비서 A씨는 8일 변호사와 함께 경찰을 찾아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하고 고소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비서 일을 시작한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성추행이 이어졌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체 접촉 외에도 휴대전화 메신저를 통해 박 시장이 수차례 개인적인 사진을 보냈다고도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활발히 정치 활동을 이어오던 박 시장의 갑작스런 극단적 선택의 이유가 이러한 성추행 고발 때문이지 않냐는 추측이 이어졌다.

특히 인권 변호사 출신인 박 시장이 성추문에 휩싸이는 것이 상당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박 시장은 1994년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했으며,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 등을 운영하며 우리나라 시민운동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혔다.

또한 국내 첫 성희롱 소송이었던 1993년 서울대 신모 교수 성희롱 사건의 변호인으로 주목받아왔다. 이 사건은 직장 내 성희롱이 불법이라는 인식을 최초로 갖게 했으며, 6년의 법정 공방 끝에 승소하는 역사적 기록을 갖고 있다.


서울시장으로 선출된 이후에는 조선 시대까지 포함해도 역대 서울시장 최장기간 재임한 인물로 각광받으며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도 꼽혀왔다.

시장 활동 당시에는 "서울은 82년생 김지영씨의 삶을 바꾸겠다" 등을 선언하며 성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불법촬영, n번방, 성희롱 고발자 2차피해 해결을 위한 정책을 정비하기도 했으며, 여성정책을 조언할 특별보좌관 '젠더특보' 직위를 신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 박 시장이 강조해온 가치와 언행과는 정반대인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사회적 지탄이 이어질 것을 예상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에 누리꾼들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다. 누리꾼 clim****은 "우리나라 최초 성희롱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이끌어낸 변호사가 성추행 고발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게 말이 되냐"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누리꾼도 "떳떳하다면 살아남아서 성추행 고발에 대응했어야지 죽음으로 도망치는 것은 부끄럽고 캥기는 것이 있나보다"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 누리꾼들은 박 시장이 사망할 경우 A씨의 성추행 의혹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 종결이 되는 점을 악용한 것은 아니냐고 의문을 품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용기 내 피해를 고발한 피해자는 박 시장의 사망으로 사건도 어영부영 끝나고, 손가락질 받게 생겼다"며 "피해자가 불쌍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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