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305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화항체 형성 여부를 조사한 결과 1명(0.033%)의 혈청에서 항체가 확인됐다. 전체 인구수로 환산하면 1만7000여명이 실제 감염인구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9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 1만3293명과 비교했을 때 방역당국에 확인되지 않은 ‘숨은 감염자’가 3700여명에 달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집단면역(국민전체 항체보유율 60%)을 통한 코로나19 억제도 어렵다는 것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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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제외된 결과, 실제 감염규모 추산 한계━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역별·성별·연령별로 대표성이 있는 표본집단을 조사해야 결과를 신뢰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대구지역이 제외됐다는 제한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번 조사대상은 서울 서남권(구로·양천·관악·금천·영등포구) 의료기관 내원환자 1500건(5월25일~28일 수집검체)과 국민건강영양조사(국건영) 잔여 혈청 1차분 1555건(4월21일~6월19일 수집 검체)이다.
국건영 잔여 혈청은 △서울 333건 △경기 278건 △부산 151건 △충남 119건 △경남 120건 △인천 95건 △전남 85건 △충북 73건 △제주 72건 △경북 70건 △광주 68건 △강원 53건 △울산 20건 △전북 18건이다. 대전‧세종‧대구는 0건이다.
국건영 혈청에서는 항체가 발견되지 않았고 서울 서남권 검체 1건에서만 양성이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장 출신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감염이 많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을 조사했으니 결과가 낮게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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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면역 사실상 불가능…방역 ‘장기전’ 새 판━
정 교수는 “확진자가 많았는데 항체가 없었다면 검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 항체가 많이 나왔는데 확진자가 없었다면 방역망에서 놓친 확진자가 많다는 것”이라며 “일단 이번 결과만 보면 방역망에서 놓친 부분은 많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김우주 교수는 집단면역을 통한 코로나19 억제가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당국이 장기전을 대비해 방역의 새 판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해외유입 대응 강화 △지역별 방역역량 제고 △선제적 방역조치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집단면역 60%까지는 한참 멀었다. 방역의 새 판을 짜는 중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뉴질랜드나 대만처럼 해외입국을 통제해 문을 걸어 잠근 다음 우선 지역사회 전파를 제로로 만드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내 방역 측면에서도 단순히 확진자 발생 수만 보고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착오”라며 “현재 확진자 수는 방역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에서 집계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지자체가 동일한 역학조사 역량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방역당국의 선제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고위험시설을 늘리는 것이나 종교시설 방역강화 등 항상 문제가 터진 뒤 땜질식으로 대처했다. 결국 골프장·아파트 등으로 전파됐고 이런 곳의 깜깜이 전파로부터 추가 확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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