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남구 국회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사업수지를 맞추기 위해 분양주택 일부를 포함시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100% 임대안을 발표했던 실무진들도 인사철을 맞아 부서 이동을 한 상황이다. 현 담당자는 앞으로 6개월 간 관련 계획에 대해 검토한 후 내용이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충분한 검토 없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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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 "분양주택 넣을 수 밖에 없다" 인정━
박 의원은 이 자리에서 구룡마을 관련 이해 당사자와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투명하게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박 시장은 "원칙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한 채라도 더 지으려는 입장이지만 사업적인 면에서 사업수지를 맞추기 위해 분양주택 일부를 포함시킬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불과 9일 전, 민간분양 물량까지 100% 임대로 전환해 총 4000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던 서울시 발표와는 완전히 다른 얘기다.
서울시는 지난달 7일 개포 구룡마을에 임대주택 4000여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분양주택으로 계획됐던 1731가구까지 100% 임대주택으로 전환해 마을 전체를 공공임대주택으로만 구성하겠다는 게 골자다. 사업시행자인 SH공사, 해당 기초자치단체인 강남구와의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은 깜짝 발표였다. 발표 후 강남구는 "사업성을 고려할 때 밑도 끝도 없는 희망사항"이라고 반박했지만 서울시는 "'로또 분양'을 막으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고 고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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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임대 100%, 변경될 수 있다" 발뺌━
당시 실무진들이 이번 인사철을 맞아 모두 보직 변경되면서 담당 부서에서도 갈피를 못잡는 분위기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지난달까지 이 사안을 맡았던 담당자들이 모두 자리를 옮긴 상황이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인사철을 맞아 지난달 말로 퇴직했고 윤호중 도시활성화과 과장도 도시계획국 소속 전략계획과장으로 보직 변경됐다. 이 담당자는 "새로 온 실무진들이 정리되는대로, 이달 안에 관련 TF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구룡마을 100% 임대 공급'은 해프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100% 임대주택 공급은 문 대통령이 최근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 주문한 '공급 물량 확대' 기조와도 상반된다. '그린벨트 해제' 이슈까지 나온 상황에서 강남 알짜땅에 임대주택만 짓는 게 서울시 입장에서도 부담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 관계자는 "구룡마을은 개인 사유지가 많아 일일이 정리해야 하는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누구나 공감할 획기적인 개발방안이 나오지 않는 이상 1년 내 착공하겠다는 계획은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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