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글로벌 공급망 충격과 백신(Vaccine)

머니투데이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 2020.07.10 04:30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백신을 접종하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활성화돼 미래에 침투할 유사 ‘병원체’에 대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위기가 닥쳤을 때 비슷한 상황을 이겨낸 경험이 있으면 잘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산업도 마찬가지다.

1년 전 일본의 일방적이고 기습적인 수출규제는 국내 제조업의 공급망에 위기감을 불러 일으켰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화학소재 하나에 반도체 산업 전체가 멈출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그동한 한국의 수출산업을 지탱했던 '글로벌 분업구조'에 대한 믿음에 균열이 생긴 순간이었다.

코로나19(COVID-19)도 공급망 충격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와이어링 하니스'라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전선부품 하나에 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추었던 것이 단적인 예다.

다만, 상대가 일본에서 전 세계로 확대뙜고 반도체·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제조업 전반으로 범위가 확장돼 충격이 가해졌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에 가해진 충격은 우리 제조업이 이겨내야 할 ‘병원체’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국민, 기업, 정부가 합심해서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 그 결과는 국내 제조업의 ‘면역체계’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우선, 국내 제조업의 공급 안정화에 뚜렷한 진전이 있었다. 기업들은 국내 소재·부품 생산능력과 여유재고를 확대하고 수입처를 다변화하려고 노력했다. 정부는 민관합동 수급대응 지원 센터를 가동해 생산 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기업 애로를 원스톱으로 지원했다.

100대 핵심품목의 경우 기업의 여유재고는 2~3배로 늘었고, 그 중 76개 품목은 수입선 다변화에 성공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연일 전세계 공장들이 멈추는 가운데, 국내 제조업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큰 문제없이 가동된 데에는 물론 K-방역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공급망 충격에 대한 기업의 사전 대응 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한 발 빠른 대처가 가능했기 때문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되려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국내 수요기업이 공급망의 안정을 위해 국내에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변화가 본격화된 것이다.

일본 수출규제 3대 품목인 고순도 불화수소와 불화폴리이미드를 국내에서 자체 생산 하고 있으며, 포토레지스트에 경쟁력이 있는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정부도 수요-공급기업간 협력 R&D 등에 올해 2조1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소부장 경쟁력강화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등 기업들을 후방에서 지원하고 있다. 국내 소부장 산업을 고부가 첨단 산업화해 ‘면역체계’를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노력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얻은 큰 자산은 우리의 위기 대응력과 저력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시도조차 어려웠던 벽’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성공하는 계기를 마련해 ‘해보니 되더라’라는 경험과 자신감을 얻었다.

세계 각국은 공급망 리스크 완화를 위해 자국내 소부장 생산거점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GVC) 재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K-방역이 세계의 롤모델이 되었듯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발판으로 K-소부장이 첨단산업의 글로벌 허브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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