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뮤지스' 출신 류세라 "자존심 상했던 유튜브, 이젠…" [머투맨]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이동우 기자, 조동휘 기자 | 2020.07.09 06:00

머터뷰│그룹 '나인뮤지스' 출신 가수 류세라, 리액션 콘텐츠로 '11만 유튜버'

편집자주 | 유튜브, 정보는 많은데 찾기가 힘들다. 이리 저리 치인 이들을 위해 8년차 기자 '머투맨'이 나섰다. 머투맨이 취재로 확인한 알짜배기 채널, 카테고리별로 쏙쏙 집어가세요!




"당시에는 유튜브를 하는 연예인이 거의 없어서 솔직히 자존심이 상했다."

유튜브 채널 'Sera Ryu-류 세라'를 운영하는 류세라(33)는 소위 잘 나가던 아이돌 출신이다. 2010년 걸그룹 '나인뮤지스'로 데뷔한 이후 2014년 계약 만료로 소속사를 나왔다.

나인뮤지스를 탈퇴했지만 여전히 가수 류세라를 사랑하는 팬들이 있었다. 팬들과 소통하고 싶던 그가 눈을 돌린 쪽은 유튜브였다. 류세라는 "팬들과 소통하고 싶어 유튜브를 시작했다"며 "지금은 유튜브 하길 너무 잘 한 것 같고, 프라이드를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려한 무대에서 작은 방과의 간극은 컸다. 밀려오는 공허함에 류세라는 공황장애를 겪기도 했다. 어렵사리 용기를 내 그가 도전한 콘텐츠는 'K팝 리액션'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후배 아이돌들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느낀 바를 솔직하게 전달했다.

류세라는 환호성으로 가득한 여타 리액션 영상과 달리 경험자로서, 또 팬으로서 케이팝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속 의상과 안무 등을 분석한다. 그를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케이팝을 볼 수 있게 된 팬들은 '댓글'과 '구독'으로 호응을 보냈다.

어느새 '11만 유튜버'로 자리매김한 그는 후배 가수들이 세계 무대에 선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가수와 팬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류세라의 속 얘기를 '유튜브 가이드 머투맨'이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달 26일 머니투데이에서 진행됐다.


'걸그룹 출신' 류세라의 시선으로 본 걸그룹?


/사진=유튜브 'Sera Ryu-류 세라' 캡처

-지난해 말부터 케이팝 리액션 콘텐츠를 올리면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어떻게 하게 됐나.
▶(그룹 탈퇴 후) 걸그룹 무대만 보면 눈물이 나더라. 3~4년 동안 음악방송을 못 봤다. 그러다 정신적으로 힘들어지면서 '내가 마지막으로 팬들과 그들(가수) 사이 가교 역할을 하면 어떨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가장 잘 아는 파트이기도 하고, '이런 멘트를 하면 회사에서 보고 반영하지 않을까', '세계에 이 친구들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콘텐츠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나를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케이팝을 바라본다는 점이 가장 기쁘다.

-캐나다에서 유학을 했다고 들었다. 리액션을 영어로 하다보니 외국인 구독자도 상당한데 반응이 어떤가.
▶제가 걸그룹을 어떻게 보느냐에 관심이 많더라. 같은 필드에 있던 사람이라서 그런 것 같다. 보통 유튜버들은 막 박수 치지 않나. 저는 진짜 조용하다. 컷, 앵글, 아트, 퍼포먼스 하나하나 보려면 '와우' 할 시간이 없다. 뮤직비디오를 보통 30~40시간씩 한자리에서 찍는다. 그 시간의 노고가 3분 안에 녹아 있는데 '와우'만 하고 끝내기엔 분석 할 게 많다. 몇 번 돌려봐도 계속 새로운 게 보인다. 다만 '한국 사람이면서 왜 영어로 하냐, 우월감 느끼고 싶냐' 등 영어로 하는 것에 악플도 많다. 이 부분은 빨리 개선하도록 하겠다.

-케이팝 리액션 외 콘텐츠를 확장할 계획은 없나.
▶세컨 채널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는 브이로그도 올라간다. 구독자는 2000명 정도다. 원래 채널엔 팬들이 구독자였는데, 이 채널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는 걸 알았다. '이거 리뷰하면 좋아하는구나', '후기 올리는 데 관심있구나' 해서 핀마이크도 사서 리뷰를 올렸다. 그런 거 보면서 리액션 해야겠다고 느꼈다.



케이팝의 세계적 인기… 유행 그리고 여성상의 변화



/사진=유튜브 'Sera Ryu-류 세라' 캡처

-나인뮤지스 리액션 할 때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떤 심경이었나.
▶정체성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나인뮤지스는) '여자는 섹시해야 된다' 등 정형화된 캐릭터로 많이 어필했다. 그 부분이 개인적으로 힘들었다. 저는 대학교도 기독교대학을 나왔다. 가스펠만 듣다가 갑자기 그런 역할로 바뀌니 '나 뭐지? 나 다른 것도 할 줄 아는데. 공부도 하고, 생각도 할 줄 아는데 왜 이런 모습을 보여야 하지' 했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서 (나인뮤지스) 리액션을 할 수 있지만, 그 시절이 이어졌다면 아마 힘들지 않았을까.

-지난해 나인뮤지스가 해체됐는데.
▶그룹을 나오고나서 고3들이 하는 장래희망 고민을 시작했다. '걸그룹 수명은 20대 후반인데 나는 남은 시간동안 뭘 해야 되나.' 처음으로 이런 고민을 하게 돼서 많이 혼란스러웠다. 사실 아직까지도 고민을 하고 있다. 그룹이 해체됐을 때 느낌이 이상했다. 먹먹했다. 그런데 나인뮤지스만큼 빨리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한 그룹이 많이 없는 걸로 안다. 다들 자기 길을 찾아서 너무나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멤버들과 연락하냐는 질문을 제일 많이 받는데, 연락하고 지낸다.

-최근 세계적으로 케이팝 인기가 굉장하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모든 것은 때가 있고 유행이 있는 것 같다. 우리 어렸을 때는 대만 드라마, 일본 노래가 유행하지 않았나. 지금 케이팝 시장인 것 같다. 케이팝이 세계적으로 진출한 때를 잘 활용해서 케이팝뿐 아니라 한국에 대해 많이 알리는 것에 집중하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어떤 점에서 케이팝이 사랑받는 것 같나.
▶여성상의 변화. 저는 가터벨트를 입고 데뷔했다. 지금 나오는 걸그룹은 굉장히 당당하다. 펑퍼짐한 바지를 입고 예전처럼 20cm 힐을 안 신는다. 군무도 가슴만 움직였다면 지금은 몸 전체를 다 쓰는 춤을 춘다. 걸그룹이 운동화 신고 군무를 추면 너무 멋있다. 남자 가수들도 바운더리(경계선) 안에 있지 않고 자신을 좀 더 표현한다. 팬들이 이런 점에 희열을 느낀다. 지금 그룹을 4세대 케이팝이라고 하고 저를 2세대라고 부르더라. 2대째 내려오면서 자기 표현에 훨씬 자유로운 세상이 됐고 그 선두에 케이팝이 있다.



"삶을 소중히…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지난달 26일 진행된 '머투맨' 류세라 인터뷰 현장. /사진=김지성 기자

-유튜브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무엇인가.
▶외국인이었는데 '언니 콘텐츠 보면서 힘든 시기를 견뎠어요'라고 한 게 기억에 남는다. 제가 '트위치'를 한다. 외국형 아프리카TV 같은 거다. 거기에서 제가 힘들었던 걸 공유하고 소통 방송을 한다. 저도 공황장애가 있어 8개월 정도 치료를 받고 약을 먹고 있다. 우울증 겪는 사람들에게 보이스 메시지랑 비디오를 찍어 보내주는데, 그들이 나아지는 걸 보면 '유튜브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게 유튜브에서 시작됐으니까.

-머투맨 구독자와 머니투데이 독자들을 위해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을 추천해달라.
▶'꿀꿀한 냥냥이 GGNN'라고 '펫튜브'인데 너무 귀엽다. 실제 돼지를 키운다. 두번째는 걸그룹 '드림캐쳐' 채널. 멤버들이 너무 착하다. 무대 직전 모습 등 보다 보면 제 모습이 보이고 그 시절이 생각난다. 지금도 잘 됐지만 더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 제 전화번호도 줬다. 진짜 힘들 때 연락을 줬으면 좋겠다. 이 일이 끝나고 난 뒤에도 인생은 계속되는데, 제가 좀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싶다. 마지막은 '박말례 할머니'. 모든 한국 여성이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저도 박말례 할머니처럼 살고 싶다.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삶을 소중히 여기셨으면 좋겠다.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앞으로 여러가지 콘텐츠를 통해 끊임 없이 말씀 드릴 계획이다. 우리가 즐기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게 저의 작은 바람이다.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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