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주는 돈 적은 라이나생명, 美 본사에 9년간 1조 배당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20.07.07 04:41
미국계 생명보험회사인 라이나생명이 3년 연속 30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달성한 가운데 최근 9년 간 1조원이 넘는 배당을 했다. 전속 설계사도 없이 TM(전화영업)채널에 기댄 라이나생명이 국내 ‘빅3’ 보험사에 견줄만한 수준의 고배당을 한 셈이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라이나생명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9년 간 약 2조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 중 1조150억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2016년 이후 특히 높아졌다. 2018년에는 370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95%에 달하는 3500억원을 배당했다. 배당액은 라이나생명의 지분 100%를 소유한 미국의 모기업 시그나그룹이 챙겼다.

한때 한국 시장 철수까지 고려했던 라이나생명이 이같은 배당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이 높아서다. 이는 타 보험사와는 다른 상품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

라이나생명은 현재 치아보험, 암보험, 건강보험, 정기보험, 치매보험 등 보장성보험을 주로 판다. 초기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보험사가 정한 주기에 따라 갱신할 때마다 보험료가 달라지는 갱신형 상품이 절반이 넘는다. 2019년의 경우 초회보험료 기준 라이나생명의 주계약이 갱신형인 상품 비중은 50.5%였다. 갱신형 상품은 가입자의 연령 등이 높아지면서 갱신 주기에 대부분 보험료가 인상된다. 라이나생명의 주고객은 고령층이 많은데 특히 70세 이상이 되면 보험료 인상이 가파른 구조다.

예컨대 라이나생명의 치아보험은 5·10년 만기 갱신형이다. 게다가 환급금이 없는 순수보장형이다. 5년, 10년 주기로 보험료가 오를 수 있고, 만기에 돌려 주는 돈이 전혀 없다는 의미다. 암보험도 10년 만기 갱신형에 환급금이 없다. 비갱신 암보험의 경우에는 만기환급금을 주지 않는 미지급형을 판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라이나생명의 갱신형 상품은 마진율이 높고 특히 10년 미만의 갱신형 상품은 갱신 시점에 보험료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며 “가입 시점 대비 10년 미만은 발병률이 10년 이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률도 현격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라이나생명은 수입보험료에 견줘서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업계 평균을 훨씬 밑돈다. 라이나생명은 지난해 보험료로 2조5075억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조3279억원을 줬다. 지급률은 53%로 업계 평균인 78%보다 25%p 가량 낮았다. 2011년 이후 보험금 지급률은 계속 40%대에 머물다 2018년에야 50%대를 넘어섰다.

이와 관련,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수익성이 높은 것은 지급률 때문이 아니라 과거에 고금리 상품을 팔지 않아 운용에서 타격이 적은 덕분”이라며 “주고객층의 연령이 높다는 점과 국내 장기계약 유지율 등을 따져봤을 때 갱신형 상품 비율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한 사유가 있던 한 두 해를 제외하고는 건전성과 자본 적정성을 고려했을 때 타사보다 특별히 배당성향이 높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배당 제한 등을 규제할 순 없지만 갱신 시 요율 적정성 등은 살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 이상 배당에 대해서는 당국이 제한할 수 있는 수단은 없고 권고사항일 뿐”이라며 “다만 갱신형 상품의 요율 등이 합리적으로 적용됐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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