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허브, 홍콩 대신 서울?[MT시평]

머니투데이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2020.07.06 03:32

[기고]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병윤

세계 금융의 중심지는 뉴욕, 런던, 홍콩이다. 아시아에서는 홍콩이 세계 유수의 도시들을 따돌리고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홍콩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고 미국이 이에 대해 보복조치를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도 홍콩 자치권 침해에 협력하는 중국 당국자와 거래하는 은행을 제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홍콩에 아시아 본부를 둔 기업들이 본부 이전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계 금융중심지로서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주변 다른 도시들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3년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이 발표되면서 아시아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서울도 마찬가지다. 서울이 아시아 금융허브가 되려면 홍콩이 왜 세계 금융중심지가 되었는지 알아야 한다. 아시아에는 홍콩 말고도 도쿄, 베이징, 상하이, 싱가포르, 서울 등 세계적인 도시들이 많다. 그런데 왜 하필 홍콩이었을까?

한 도시가 국제적인 금융허브가 될 수 있는 요건으로는 실물경제에 기반한 풍부한 금융 비즈니스 기회, 합리적이고 투명한 금융관련 법체계 및 이의 엄정한 실행, 철저한 자본주의 경제시스템 및 사유재산권의 보장, 영어가 통용되며 외국인이 살기 좋은 국제도시일 것 등이 꼽힌다.

위에 언급된 아시아 대표 도시들에 이 기준을 적용해 보자. 풍부한 비즈니스 기회는 다들 있다. 투명한 법체계, 철저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중국 도시들은 점수를 잃었다. 도쿄는 영어가 통용되는 국제도시가 아닌 듯하다. 싱가포르와 홍콩이 남는데, 홍콩이 거대한 경제규모를 가진 중국에 더 가까이 붙어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아시아에서는 홍콩인 것이다.

서울은 어떤가? 풍부한 비즈니스 기회와 합리적인 법체계는 일단 통과다. 우리나라는 경제 강국답게 금융회사들의 비즈니스 기회가 많고 외환위기 이후 금융관련 법체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잘 정비해 왔다. 그런데 외국계 금융인들을 만나 보면 이 법체계의 엄정한 실행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들이 있다. 법은 잘 되어 있지만 상황에 따라 행정지도 등 정부의 개입이 종종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우리나라는 당연히 자본주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사유재산도 잘 보호된다. 하지만 국민정서법이라는 것이 있다. 합법적이라고 해도 누가 큰돈을 벌었다고 하면 의심의 시선이 쏟아진다. 하물며 외국계라면? 우리나라에 들어오려는 외국계 기업들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마지막 관문은 국제도시 여부다. 서울에서 영어가 자유롭게 통용되나? 서울에서 외국인들이 낯선 이방인이 아닌 정겨운 이웃으로 편하게 살 수 있나? 예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들로 서울은 홍콩에 밀려왔던 것이다.

국제 금융중심지로서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지적한 이유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서울로 몰려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제 금융중심지가 되고 싶다면 이런 것들을 해결하자. 국민정서법이나 영어통용 등은 하루아침에 해결되기 어렵겠지만 정책당국이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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