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신임 통일부장관 후보자에 이인영 의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는 박지원 전 국회의원을 내정했다. 두 사람은 국회인사청문회를 거쳐 공식임명된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는 서훈 현 국정원장을 임명한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이번에 물러나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각각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맡는다. 안보실장과 두 명의 특보는 월요일인 6일 임명 예정이다.
5명의 안보 라인 중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를 제외하면 모두 문재인정부 초기부터 당청 핵심부에 있던 인사다. '쇄신'이나 '물갈이'보다 '재편'에 가깝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서 안정적 관리와 적극적인 반전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의지가 담겼다. 단순히 상황관리에 머물지 않으면서 과감한 대북 접근으로 돌파구를 열겠단 구상이다. 북한의 호응, 미국의 협조 등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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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기획, 창의, 주도━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현장과 의정활동에서 쌓은 전문성, 경험을 바탕으로 교착상태인 남북관계를 창의적 주도적으로 풀어나감으로써 남북간 신뢰회복을 획기적으로 진전시키는 등 남북 호혜 협력과 한반도 비핵화라는 국정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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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미국, 일본…박지원= 북한━
청와대는 박 후보자에 대해 "2000년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고 현 정부에서도 남북문제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는 등 북한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는다"고 평가했다.
서훈 실장에 대해선 "미국, 일본의 외교안보 고위인사들과 긴한밀 네트워크로 남북 북미 정상 회담 등 현안을 기획 조율했다는 평가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외교안보분야에 풍부한 정책경험과 전문성, 국정철학에 깊은 이해"가 있는 인사라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은 정의용 실장, 서훈 국정원장을 특사로 보내겠다는 문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하고 이 사실을 공개했다. 두 사람으로 대표되는 기존 안보라인에 불신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에 정의용 실장은 특보로, 서훈 원장은 안보실장으로 돌리면서 '북한을 아는' 박지원 후보자를 국정원장에 앉혀 미국 등 우방국은 물론 북한에도 신호를 보낸 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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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통찰력, 정의용= 미국━
두 사람에 대한 공통 평가로 "식견"이 담긴 점도 흥미롭다. 청와대는 임종석 특보에게는 국정 전반을 보는 통찰력과 정무적 판단력을 기대했다. 정의용 특보에겐 미국을 설득하는 임무를 줄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실장에 대한 청와대의 판단은 "현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역임해 국정 전반에 대한 통찰력과 정무역량이 탁월할 뿐 아니라 외교안보에 다양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은 문 대통령과 정 실장의 역할을 비난했지만, 정 실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정상회담을 설득할 만큼 소통능력을 갖춘 걸 역설적으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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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층 붙잡고 국정동력 만회할까━
아울러 문 대통령이 박지원 후보자를 다른 직책도 아닌 국정원장에 발탁한 것이 눈에 띈다. 정치적 친소 관계나 호불호를 떠나,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람을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 서훈 안보실장, 이인영 후보자 등 기존 안보라인과 어떤 호흡을 보여줄 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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