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산업안전, 처벌강화가 답인가

머니투데이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 | 2020.07.07 17:02
기업경영에 있어 기업의 윤리적 활동과 사회적 책임에 관련한 논의는 오래된 이슈다. 산업발전 초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낮은 가격에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경제주체로서의 기업의 역할과 책임이 확대되면서 기업 내·외부자의 인권, 거래상대자와의 공정거래, 환경 보존, 경영의 투명성 및 공개성 등 사회적 책임의 범위도 크게 확대되었다.

이렇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넓어질수록 기업의 자율적인 활동만으로는 목적을 달성키 어려웠고, 많은 법률과 규제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또다시 규제 완화 요구를 불러왔고, 매정부 초기마다 규제 완화를 제일의 정책목표로 강조해 왔었다.


산업 안전과 관련된 기업 책임에 대한 논의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산업 안전사고는 소중한 인명의 피해를 유발하기 때문에 산업 안전사고의 예방과 사후관리는 1981년 '산업안전보건법'의 제정 이전부터 주요한 산업 정책의 하나로 다뤄져 왔다.

그럼에도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음에 따라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물론, 각 산업 관련 부처에서는 앞다퉈 관련 안전 대책을 발표해왔다. 특히, 건설산업에 있어서는 각종 시설물의 사고가 있을 때마다 건설기업과 현장의 안전관리, 처벌 관련 법률과 규제를 강화해 왔다.

각종 산업재해에 대한 예방과 사후관리에 대한 법령 및 규제가 그동안 지속 강화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 광주파쇄기 협착 사망사고 등 최근까지도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사고들이 지속되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는 이전의 많은 산업 안전사고의 근본 원인을 찾고, 원인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안전사고가 발생 될 때마다 지금까지의 대처는 천편일률적으로 처벌 강화 등 사후관리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 예방에 대한 대책으로도 감시조직 및 인력의 강화 등 비용과 인력의 양적 투입에 초점을 맞춰 왔다. 보다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산 등 기업 활동 내에 안전관리가 기반으로서 정착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대책의 마련이 이뤄지지 못했다.



둘째는 기존 산업안전 대책들이 산업과 기업 활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을 두고 있지 못했다는 점이다. 조직의 행동원리를 연구하는 관점으로 사회·기술 시스템적 관점이 있다. 즉 산업이나 기업은 생산기계, 설비 등과 같은 하드웨어적인 요소와 이를 운영하는 과정이나 절차와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요소가 포괄적으로 작용하는 기술시스템이고, 조직 내의 어떤 활동은 다른 모든 분야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시스템으로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산업 안전 대책은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발의됐다.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에게 유해·위험방지의무를 의무화하고, 사망사고 발생시 건설현장의 직접적인 안전조치 업무와 관련이 없는 대표이사 등에 3년 이상 유기징역, 법인에게는 1억 이상 20억원 이하의 벌금부과 이외에 영업허가 취소까지도 가능토록 했다. 또 손해액의 3∼10배 범위내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했다.

법률 발의안에서는 산업 내에서 땀 흘리고 있는 근로자들과 시민의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고, 중대 재해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히고 있다. 인명 사고 등 중대 재해를 막는 데 있어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조치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도 '산업안전보건법'의 위반에 대해 강력한 처벌 조항을 두고 있고, 각 산업의 기본법 등 개별법령에서도 처벌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처벌에만 국한된 법률안의 효과성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간다.

산업재해의 패러다임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고, 산업재해에 대한 기업과 산업의 인식 전환, 더 나아가 적극적인 안전관리 활동 강화로 연결될 수 있는 근본 대안이 될 수 있는 적극적인 제도적 대안이나 법령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활동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산업 안전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시각에서 출발하는 근본적인 법률안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본다. 이렇게 될 때, 법령의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정부나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할 기업들 모두가 현행 법률안이 제안된 취지에 동감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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