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화상판매기(원격 화상투약기) 도입을 놓고 정부와 약사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의료계의 반대에 가로막힌 ‘원격의료’처럼 휘발성 강한 이슈가 되면서 정부와 약사계의 갈등이 보다 깊어질 조짐을 보인다.
2일 약사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30일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화상투약기 관련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이번 회의를 통해 화상투약기에 대한 ‘실증특례’를 허용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약사계의 반대로 일단 보류했다.
실증특례란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사업화하기에 앞서 안전성 시험·검증이 필요한 경우 기존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특정 기간 동안 제한된 구역·규모 안에서 테스트할 수 있도록 승인해주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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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접근성↑ vs 의약품 변질·오염━
화상투약기 도입 논의는 2016년 본격 시작됐다. 당시 국무총리실 산하 신산업투자위원회 '규제건의 과제 발굴 및 관계부처 논의'에서 첫 제안됐다. 보건복지부는 같은 해 화상투약기 도입을 위한 약사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대한약사회는 △기계 오작동 △의약품 변질 △보안 취약 △안전관리상 문제 등을 들며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거대 자본이 시장을 흡수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동네약국 경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약사회는 “약사들이 공적마스크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국가 공공보건의료 기능을 지탱하고 있는데 이런 노력을 무참히 짓밟듯이 화상판매기 실증특례를 강행하려는 것은 최소한의 양식과 상식도 없는 일방통행 행정”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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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시범사업 해보면서 파급효과 확인하자”━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화상투약기 도입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클 것 같지 않다. 시범사업 또는 특례규정을 통해 한번 해보고 폐해가 있는지 검증하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라며 시행 의지를 표시했다.
화상투약기 도입을 언급한 박능후 장관의 해임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현행법상 합법인 멀쩡히 존재하는 좋은 제도(공공 심야약국)는 폄하하면서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인 제도(화상투약기)는 시행해보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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