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카드·대출…금융권 위협하는 초록창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이진욱 기자, 박광범 기자 | 2020.07.02 06:30

[MT리포트]네이버, 금융시장 ‘녹색 메기’ 될까 (上)

편집자주 | 네이버의 금융시장 진출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네이버 통장에 이어 후불결제와 대출, 보험에 마이데이터 사업까지 모색하는 등 네이버의 행보에 거침이 없다. 카카오보다 뒤늦게 금융사업에 뛰어들곤 있지만 일본 라인파이낸셜을 통해 축적된 금융사업 경험과 국내 사업파트너인 미래에셋의 역량을 더해 파급효과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이다. 전통 금융업체들을 긴장시키는 네이버의 메기 효과와 노림수를 짚어봤다.



"금융서비스도 초록창에서"…진격하는 네이버



#40대 직장인 박모씨는 최근 월급통장을 네이버통장으로 갈아탔다. 평소 네이버 쇼핑으로 각종 의류나 생활용품들을 자주 구매하고 웹툰 같은 디지털콘텐츠 결제도 잦아 이득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네이버통장을 네이버페이와 연계해 결제하면 현금처럼 쓰는 포인트를 3% 적립해준다. 0.5%~1%인 기존 신용카드 포인트와 비교가 안될 만큼 쏠쏠한데다 네이버통장에 예치된 100만원까지는 연 3%의 이자도 준다고 하니 일석이조다. ‘쥐꼬리’ 금리인 시중은행 통장이나 쇼핑몰 포인트 적립용 신용카드를 유지할 이유가 더 이상 없어진 셈이다. 그는 주변사람들에게도 이같은 혜택을 알리고 가입을 권하고 있다.

네이버 통장이 금융 시장에 잔잔한 ‘메기 효과’를 내고 있다. 네이버통장은 네이버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 지난달 8일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수시 입출금식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상품. 네이버는 출시 3주 동안 구체적인 네이버통장 개설 수를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금융권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앱에서 신분증만 있으면 쉽고 빠르게 통장개설 가능한 데다 간편결제나 쇼핑 등 기존 서비스와 연동성이 뛰어나 네이버페이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통장 가입자 수가 적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진격하는 네이버, 네이버통장 넘어 신용카드와 대출, 보험 등도 가시권

지난해 11월 네이버파이낸셜을 물적분할하고 미래에셋으로부터 8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조직정비를 마친 네이버가 올들어 네이버 통장을 내놓으며 금융권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의 진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후불결제(신용카드)와 대출, 보험시장도 넘보고 있다. 네이버페이 후불결제의 경우 네이버 쇼핑에서 구입한 물건을 사후 결제할 수 있는 사실상 소액 신용카드 서비스다. 네이버는 신용카드업 면허가 없지만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해 규제를 우회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르면 내달 중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한다.

이와 별개로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달 금융위로부터 지정대리인으로 선정돼 금융사의 대출심사에 참여할 길을 열었다. 이에 미래에셋캐피탈과 손잡고 네이버페이로 확보한 판매현황이나 품목, 반품률, 쇼핑등급 등을 분석해 개인, 소상공인에 대한 신용평가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스페이스 내 스몰 비즈니스와 창작자를 위한 지원 공간인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종로 개관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네이버가 지원하는 파트너스퀘어는 교육, 컨설팅, 창작 스튜디오 등을 운영해 사업자와 창작자가 디지털 경쟁력을 높여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이 뿐 아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3월 이사회에서 ‘NF보험서비스’라는 명칭의 법인설립을 의결하기도 했다. 법인보험대리점(GA) 또는 합작법인 등 사업형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주주사인 미래에셋생명과의 협력을 통합 보험시장 진출설이 거론된다. 네이버는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에도 참여해 고객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이나 투자자문에 나설 예정이다. 마이데이터는 은행과 카드, 보험, 통신사 등에 흩어져있는 개인정보를 한 곳에 모아 관리하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인데, 금융권이 차세대 수익모델로 삼고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올초 “네이버 통장을 시작으로 신용카드 추천, 증권, 보험 등 이용자들이 결제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네이버파이낸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양질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출 등 고관여 금융서비스를 출시해 종합 자산 플랫폼으로 진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성훈 기자



네이버는 왜 은행 대신 통장을 펼쳤나




네이버는 왜 은행 사업에 뛰어드는 대신 통장을 펼쳤을까. 카카오와 함께 인터넷은행 1순위로 꼽혔던 만큼 많은 이들이 의아해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포털시장 1위 사업자로 견제의 대상이 되어온 네이버의 고민이 담겨있다. 검색포털 시장을 장악한 네이버로서는 신규 서비스마다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은행업과 같은 전통적인 금융사업 모델이 아닌 차별화되면서도 기존 금융권이 주목하지 않았던 소비층을 공략할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VIP보다 ‘신파일러’ 겨냥…데이터 활용해 전에 없던 서비스 창출
네이버가 금융업 직접진출 대신 제휴모델과 ‘테크핀(TechFin)’ 전략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래에셋과 제휴로 내놓은 네이버통장은 네이버페이와 네이버쇼핑 이용 실적에 따라 수익률과 포인트 적립이 연동되는 방식. 네이버는 통장 서비스를 통해 여러 사업영역에서 충성 고객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다.

타깃층도 다르다. 은행처럼 큰 돈을 맡기는 VIP 고객이 아닌, 네이버를 자주 이용하는 소액 결제자 즉 ‘신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 부족자)’들이 주 공략 대상이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그동안 금융 이력이 부족해 사각지대에 머물러야 했던 사회초년생, 소상공인, 전업주부 등 금융 소외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서비스로 금융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 대표가 언급한 ‘새로운 가치’란 기존 금융권이 하지 못했던, 전에 없던 서비스를 말한다. 그간 신파일러들은 금융권의 획일화된 기준에 따라 신용대출이 불가능하거나 상환능력에 비해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여야 했다. 예대마진이 주력인 은행업에서는 자체 신용도에 따라 대출조건이 까다롭다. 따지고 보면 데이터가 부족했던 이유다.

네이버 플랫폼을 활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네이버쇼핑 이용자들의 결제 내역이나 인터넷 상점 ‘스마트 스토어’에 입점 상인들의 거래 기간·결제 지연 정도에 따라 보다 정교한 신용등급을 부여할 수 있다. 네이버가 방대한 데이터와 독보적인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갖추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네이버가 이들을 ‘씨크파일러’(Thick filer, 금융이력이 풍부한 고객)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대우하면, 네이버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를 더 높일 수 있고 ‘록인’(lock-in, 자물쇠)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서래호 네이버파이낸설 책임리더는 “네이버는 그동안 검색과 커뮤니티를 통해 사용자와 정보, 사용자와 사용자를 연결했다”면서 “이제 네이버가 가진 연결의 힘을 금융에 적용해 새로운 고객경험을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마존, 알리바바 카피하는 네이버
네이버의 행보는 미국 아마존의 ‘아마존 렌딩’나 중국 알리바바의 ‘앤트파이낸셜’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금융사업 모델과 궤를 같이한다. 아마존 렌딩은 막대한 현금흐름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우량 평가된 협력사에 파격적인 조건의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파트너 생태계를 육성하고 고객기반을 넓히고 있다.

알리바바의 앤트파이낸셜 역시 알리바바 플랫폼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즈마’(참께) 신용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의 결제 내역이나 연체 여부, 통신비 및 요금납부 현황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자체 신용등급을 결정한다. 이를 통해 중소상인에 대한 대출은 물론 개인 고객대상 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며 현재 240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네이버파이낸셜은 단순 결제를 넘어 네이버 플랫폼의 온라인정보와 금융정보를 결합해 고객을 묶어두고 각종 신규사업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 금융서비스의 무게중심이 비대면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가운데 플랫폼과 자본력까지 갖춘 네이버 등 테크핀 업체들이 전통 금융사들의 위협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욱 기자, 조성훈 기자



'IT공룡' 습격에 긴장한 금융사들…'반네이버' 협공나서나





IT(정보기술)공룡이 금융시장 진출에 가속도를 내는 것을 금융권도 주시한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이어서다. 그러면서 '치우친 규제'에 대한 불만 섞인 우려도 내놓는다. 빡빡한 규제를 받는 기존 금융사들과 달리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Bigtech)기업들은 각종 규제를 피하고 있다. 금융권이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고 하는 이유다.

1일 금융권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통장' 출시에 이어 소액 후불결제 시장 진출도 검토중이다. 하반기에는 보험업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은행권은 사상 첫 '제로금리 시대' 돌입으로 고객 이탈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플랫폼을 앞세운 네이버의 금융사업 확대가 미치는 영향을 따져 보는 중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로 낮춘 뒤 은행에선 돈이 빠져 나가고 있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은행의 지난달 17일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639조8238억원이다. 5월 말(643조7699억원)과 비교하면 보름 새 4조원 가까이 줄었다.

은행권은 네이버가 알리바바의 모델을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 알리바바가 '앤트파이낸셜'을 앞세워 금융시장을 공략했듯이 네이버가 네이버파이낸셜을 필두로 금융권에 전방위적으로 침투할 것으로 본다.

앤트파이낸셜의 전신은 알리페이다. 알리바바는 2004년 전자상거래의 지급결제와 신용담보 강화를 위해 알리페이를 설립했다. 이후 소액대출과 MMF(머니마켓펀드) 같은 자산관리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시켰다. 2014년엔 앤트파이낸셜을 세워 금융비지니스 영역을 넓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앤트파이낸셜은 알리바바가 가지고 있던 기존 플랫폼을 활용해 그야말로 '슈퍼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네이버파이낸셜도 네이버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플랫폼을 무기로 차츰차츰 금융시장을 잠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행보도 앤트파이낸셜과 유사하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네이버페이를 기반으로 미래에셋과 협업해 네이버통장을 만든 것처럼 과거 앤트파이낸셜도 알리페이 출시 이후 자산운용사인 텐홍자산운용과 손잡고 위어바오(MMF)를 내놓으며 '거대금융사'로 성장했다.

은행권이 네이버통장을 두고 원금 손실이 있는 CMA(종합자산관리계좌)라며 '통장'이라는 명칭을 쓴 것에 불편한 기색을 보였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신금융업계는 은행보다 더 긴장감이 크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업체들이 후불결제 도입을 검토한다고 하자 기존 카드사들과 비슷한 수준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같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규제 수준이 다른 건 역차별이라는 논리다.

오는 8월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두고서도 기존 금융사들은 빅테크를 견제한다. 마이데이터란 개인이 본인 정보의 수집·저장·관리를 스스로 결정해 데이터플랫폼에 데이터를 주고 금융사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문제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규제가 업종별로 다르다는 점이다. 은행 등 금융사는 모든 정보에 대한 빗장을 열어야 하지만 IT기업인 네이버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 정보만 개방하면 된다. 네이버 본사가 보유한 검색과 쇼핑 기록 등 '알짜 데이터'는 안 줘도 되는 것이다.

특히 자회사에 고객 정보를 이전하는 것도 가능해 마이데이터 사업자 중 네이버파이낸셜만 네이버의 정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구조여서 금융사들의 반발이 크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금융회사가 가지고 있는 금융분야의 심층데이터와 ICT기업이 보유한 방대한 분야의 데이터 교류를 통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내놓는 게 마이데이터 사업의 취지인데 지금과 같은 식이라면 금융회사들은 데이터만 뺏길 뿐 빅테크들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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