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효율 높다면서…"계속하긴 어렵다" 왜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20.06.30 18:54
# IT회사 콘텐츠기획팀 A대리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월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했다. A대리가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 하루에 2시간씩 걸리던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됐다는 것. A대리는 "'커피 타임' 같은 불필요한 잡담이 줄고 업무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일할 수 있어 업무 집중도도 올랐다"고 말했다.

# "사업의 핵심인 생산과 영업이 모두 현장 중심인데...” 자동차부품회사 인사팀 B팀장의 생각은 다르다. B팀장은 "실시간 현장대응이 중요한 제조업에서는 현장직은 물론이고 사무직원도 재택근무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원격 직원관리 방안, 소통 인프라 등을 완벽히 갖추고 확신이 생기기 전에는 비대면 업무를 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 3곳 중 1곳이 재택근무, 화상회의 등 원격근무 방식을 도입했지만 원격근무에 대한 직원과 경영진의 의견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근무 방식이 확산되려면 우선 보고, 지시 업무 프로세스 개선부터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기업 300여개사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다.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를 시행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34.3%로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45.8%, 중견기업은 30.6%, 중소기업은 21.8%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격근무를 시행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원격 근무를 지속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70.8%가 "전혀 없다"고 답했다. '원격근무 도입을 검토 중'(21.5%)이라거나 '현재 활용 중이며 향후에도 지속할 것'(7.7%)이라는 응답은 기업 3곳 중 1곳에도 못 미쳤다.

원격근무로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 것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원격근무 이전과 비슷하다'는 답변이 56.1%에 달했고 오히려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응답도 27.5%에 달했다.

직원들은 불필요한 보고와 회의, 회식 등이 줄어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족도가 높았다'(82.9%)는 응답이 '불만족스럽다'(17.1%)는 응답을 크게 웃돌았다.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기업이 원격근무 지속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기존 방식과 불협화음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업무방식과 충돌해서'(62.9%)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업무진행속도 저하 우려'(16.7%), '정보보안 우려'(9.2%), '인프라 구축비용 부담'(7.0%) 등이 뒤를 이었다.

제약업체 인사팀 C팀장은 "본격적으로 업무방식을 바꾸려면 기술적인 문제 외에도 어떻게 업무를 기획하고 진행할지, 근태관리나 성과평가는 어떤 방식으로 할지 전면적인 재정립이 필요하다"며 "재택근무를 휴가처럼 생각하는 직원, IT기술에 능숙하지 않거나 변화를 꺼리는 리더 등 일부 사고방식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인사담당자들은 비대면 업무 확대를 위한 선결과제로 '보고·지시 효율화'(51.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임직원 인식·역량 교육'(28.1%), '보안시스템 구축'(23.8%), '성과평가·보상제도 재구축'(15.3%), '팀워크 제고방안 마련'(9.5%) 등이 뒤를 이었다.

박준 대한상의 기업문화팀장은 "IT기술의 발달과 구성원들의 인식변화를 고려할 때 비대면 업무방식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코로나19가 변화를 가속화하는 만큼 기업들도 업무방식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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