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에서 거액의 투자자금이 부실 코스닥 기업에 흘러간 것으로 확인됐다. 대규모 손실과 회계문제, 경영분쟁으로 파산 직전까지 몰린 기업이라 옵티머스의 투자금은 전액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옵티머스가 씨피엔에스라는 부동산 중개 및 대리업체에 보낸 자금 663억원 가운데 21%인 140억원이 코스피 상장사 지코 쪽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옵티머스→씨피엔에스→지코·지코홀딩스'의 흐름이다. 씨피엔에스는 이 돈으로 지코 주식 121만9252주를 매입하는 한편, 지코의 최대주주였던 지코홀딩스에도 지분을 투자(주식 2만주)했다.
지코는 충남 아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로 현대차, 기아차 등에 압력펌프를 공급해왔다. 최근 3년 평균 700억원대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익은 20억~40억원대의 적자와 흑자를 오가는 등 변동성이 심했다.
최근 5년간 대표이사가 7번 바뀌고 최대주주도 2017년 2차례 바뀌는 등 조짐이 이상했는데 2019년 8월 지코홀딩스가 기존 최대주주인 코다코 주식과 경영권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연말기준 지코홀딩스의 지분율은 22.93%였다.
그러나 지코홀딩스가 회사를 인수한 후 부실징후가 급격히 커졌다. 2019년 매출액은 798억원으로 전년대비 소폭 성장했으나 영업손익은 45억원 적자전환했고 순손실이 102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회계법인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심사기준에 들어갔고 이후에는 전 현직 임원 사이에 경영분쟁까지 발생했다.
이 와중에 지코홀딩스는 상장폐지를 막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5월 중 6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했으나, 일주일도 안돼서 말을 뒤집고 주식을 전량 처분해 버렸다. 이후 파산신청과 기각, 기업 회생절차 신청검토가 오가는 등 상황이 복잡한 상태다.
씨피엔에스가 매입했던 지코 주식 121만여주는 지분공시에서 빠져있어 현재 상황이 파악되지 않는데, 증권가는 지코홀딩스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지코홀딩스는 자본금 1억원에 자산총액 1억원(올해 1월기준) 회사인데 건물 위생관리와 경비업무를 하는 청소업체가 대주주로 돼 있다.
씨피엔에스라는 통로를 거치긴 했으나 수천 억 원을 운용했던 옵티머스 자금 자체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불분명한 업체로 흘러 들어간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뿐 아니라 상장사 지코가 발행했던 전환사채는 흘러 흘러 상상인저축은행을 통해 주식으로 전환된 후 장내에서 매도되기도 했다. 대부·사채업자, 기업사냥꾼, 부동산업자, 무자본 M&A 업체들이 모일 때 나타나는 형태와 무척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옵티머스의 자금이 흘러 들어간 것은 지코 뿐 아니다. 2018년 매직마이크로라는 회사에도 옵티머스의 자금이 흘러 들어간 정황이 포착됐다. LED 조명업체인 매직마이크로는 지난해 73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84억원의 영업손실과 157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옵티머스의 자금이 유입된 상장사들은 대부분 거액의 적자를 내고 있어 자금회수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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