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40만 한류팬 사로잡은 '유튜버 한국어 쌤' 제니 리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김상희 기자 | 2020.06.30 09:30

[키플랫폼P-eople]

제니 리 프리랜서 크리에이터가 29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주최 '2020 키플랫폼 (팬더모니엄 그 이후 : 써로게이트 이코노미의 출현)'에서 '인플루언서와 선한 영향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페이스북·유튜브에서 만나는 친구 같은 선생님


제니 리(이원경)는 2017년부터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유명 인사도 아니고 경력 많은 한국어 강사도 아니었지만 적잖은 이들이 자신의 강의를 열심히 듣고, 그 수가 꾸준히 늘어나는게 스스로도 신기했다.

최근엔 온라인 한국어 클래스 'Basic Korean 101'(베이식 코리안 101)을 열었다. 무려 10주일 간의 한국어 강의 프로그램으로 코로나19(COVID-19) 때문에 원격교육이 대세가 된 흐름도 타봤다. 온라인이지만 출석체크도 꼼꼼히 하고 제법 긴 일정이라 중간에 방학도 뒀다.

제니의 한국어 수업은 재밌다는 반응이 많다. 페이스북 'Jenny Korean Class'(제니 코리안 클래스) 31만명, 유튜브 'Jenny the Live'(제니 더 라이브) 6만명 등 팔로워와 구독자들은 전 세계에 걸쳐 있지만 주로 동남아시아에 거주하는 10~30대 젊은층이다.

식당에서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 필요한 말처럼 실제로 이들이 한국에 놀러와 바로바로 써먹을 수 있는 표현들을 알려줘 흥미만점이다. 무엇보다 스물일곱 제니가 친구 같고, 동생 같고, 언니나 누나 같아 편하고 친근하다는 반응이 많다.

"구독자들이 저에게 친근함을 많이 느껴요. 한류스타 같은 연예인이 하면 더 팬시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평범한 한국 청년인 제가 친한 언니처럼, 친구처럼 보여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선생님도 제니처럼 편하고 재밌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어린 친구들이 많아요."

제니 리 유튜브 한국어 수업 출석체크 장면


SNS에서 '나만의 스타'…함께 성장하는 크리에이터와 구독자


제니는 구독자들에게 '나만의 스타'다. 워낙 강의에 진지하고, 열정적이고, 진솔하게 소통하다 보니 구독자 입장에선 '나를 위해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구나'라고 생각한다. 즐겁고 재밌는 것을 넘어 감동한다.

한국어 공부에 열중하면서 부모님과 관계가 좋아진 청소년, 한국어 실력을 키워 한국에 유학와 장학금을 받게 된 대학생, 제니의 구독자들은 제니의 강의를 듣고나면 '고맙다'는 댓글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 덕분에 보람과 가치를 깨닫는 제니가 오히려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사람들에게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그 자체가 큰 가치인 것 같아요. 내가 뭐라고 한 사람이 꿈을 이루는 것을 도와주고, 그런 사람들을 많이 모아들이고, 영향력을 줄 수 있게 됐는지 실감이 나지 않아요. 하지만 오히려 저는 그들로부터 영감을 얻고 있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제 삶의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2년 넘게 항상 같은 시간에 라이브 방송을 했다. 그 꾸준함에 구독자들은 제니의 방송을 진짜 수업으로 받아들였다. 제니가 애써 출석체크를 하고, 숙제검사를 하는 것도 '저는 항상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제 강의를 들어주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는 뜻을 전하기 위함이다.

"강의 방송을 시작하면 5분 안에 1000명이 넘게 접속해요. 그건 많은 구독자들이 강의 시작 전부터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죠. 강의가 끝날 때쯤이면 2000명 정도 되고, 가장 많게는 1만명까지도 접속한 적이 있었어요. 그럴 때면 내가 무언가를 제대로 하고 있구나, 가치 있는 것을 하고 있구나, 자부심을 느낍니다."


제니는 요즘 자신만의 잘 다듬어진 한국어 수업 커리큘럼을 만드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든, 복습을 하는 사람이든 누구나 봐도 좋은 커리큘럼을 만들고 싶다. 구독자가 느는 만큼 책임감도 더 켜졌다. 강의를 더 잘 만들기 위해 한국어교원자격증도 준비 중이다. 제니는 자신의 강의가 끝나면 곧바로 다른 한국어 강의를 듣으며 '나머지 공부'를 한다.

사진=제니 리 인스타그램


그녀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이유


제니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 만큼 한국 문화, K-컬처를 해외에 알리는데도 열정적이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게 된 것도 필리핀 마닐라에서의 강렬한 경험 때문이다. 2016년 스물세살 나이에 제니는 마닐라에서 현지 젊은이들이 커버 댄스 등을 하는 K-팝 페스티벌을 혼자 기획해 개최했다.

월 30만원씩 과외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400만원 정도를 가지고 행사를 열어 대성공을 거뒀다. 2017년에는 세부에서 두번째 K-팝 페스티벌을 열었다. 세번째는 규모를 더 키워 한국 화장품, 음식 관련 기업들과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다른 나라 친구들이 한국을 그렇게 좋아한다는 것이 감사했습니다.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 내가 한국어도, 영어도 할 수 있으니 영어로 한국어를 가르쳐보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한국어를 배우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 줄 모르는 외국들이 많아 한국어 교육 콘텐츠를 만들게 됐습니다."

제니는 에듀케이션(education)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융합, 창의적으로 강의를 디자인해 전하는 에듀테이너(edutainer)다. 그리고 동시에 크리에이터(creator)다. 에듀테이너는 크리에이터 제니의 차별점이다. 제니는 한국어 수업을 창조하거나 다른 나라의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을 만드는 것도 크리에이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가치관과 정체성도 갖게 됐다.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서 가치도 커지고 기쁨도 커진 것 같아요. 크리에이터 제니 리는 다른 사람을 돕고, 한국을 알리는 일을 할 때가 가장 즐겁거든요. 그 즐거움이 제 삶의 원동력입니다. 내가 내 삶을 어디에 투자하느냐, 내가 내 삶을 어디다 데려다 놓느냐 했을 때 저는 지금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제니는 크리에이터라는 역할과 직업이 한국 사회에서 잘 자리잡길 바란다. 구독자가 많은 크리에이터는 좋고 구독자가 적은 크리에이터는 보잘 것 없다는 편견도 깨고 싶다. 선한 창조를 하는 크리에이터가 좋은 크리에이터라는 생각이다.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구독자도 자연스럽게 더 늘 것이구요. 사람들이 크리에이터를 보면서 '쟤 유튜버래'라고 하는 시선보다는 '쟤 요즘 좋은 일 많이 하던데 나도 같이 하고 싶네'라고 생각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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