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 땐 독하게 손잡을 땐 확실히"…구광모 공격경영 2년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20.06.28 16:36

[구광모 2년 LG의 변신]③

편집자주 | LG그룹이 구광모 회장 취임 2년간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과거와 다른 혁신을 본격화한 LG의 그간 행보를 조명하고 앞으로의 전략을 점검해본다.

"과감하고 독해졌다."

오는 29일 구광모 회장 취임 2년을 맞는 LG그룹에 대한 재계 안팎의 평가다. 구 회장의 외부 행보가 잘 드러나지 않다 보니 잠잠해 보이지만 미래시장 선점 경쟁에서 단호한 의사결정이 쏟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LG화학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 유출 소송전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을 제기해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최종판결이 나오는 오는 10월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국제적으로 관심을 받은 이 소송을 통해 지적재산권 보호를 최우선하겠다는 구 회장의 원칙이 시장에 각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생활건강애경산업을 상대로 낸 치약 상표권 소송도 구 회장의 이런 지론이 반영된 결단이었다는 평가다. LG전자삼성전자와 TV, 건조기, 의류관리기 등 가전시장에서 제품명칭과 기술력을 두고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모두 구 회장 취임 전에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다.

LG그룹의 변신 이면에는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부상과 4차 산업혁명 가속화로 인한 기술패권 경쟁 심화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도 지난해 9월 사장단 워크숍에서 이런 인식을 드러냈다. 구 회장은 당시 "전례 없는 위기에 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변화를 가속해달라"고 말했다.

선친인 고 구본무 회장이 25년의 뚝심으로 키워낸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부문의 경우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과 글로벌 1위 경쟁이 치열하다. 올 들어 글로벌 1위를 탈환했지만 지난해 CATL에게 선두를 내주는 등 격차가 크지 않다.

LG디스플레이가 주도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에서도 LCD(액정표시장치) 저가 공세로 디스플레이 시장 주도권을 빼앗아간 중국업체의 추격이 만만찮다.


LG그룹이 경쟁사와 각만 세우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LG사이언스파크의 오픈이노베이션실(개방형 혁신실)을 '부장'급 조직에서 '담당(준임원)'급 조직으로 격상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외부협력을 통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계열사에서는 LG전자와 LG유플러스가 인공지능(A) 분야에서 독자 노선을 걷기보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경쟁사는 물론, 네이버 등 국내업체와 플랫폼 협업을 시도하면서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화학도 바이오 부문 혁신기술 공유에 초점을 둔 'LGC 생명과학포럼'을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개최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는 지난 22일 구 회장이 직접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일등 LG' 복원을 목표로 큰 그림에서 변화를 꾀하다 보니 공격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며 "부딪힐 때는 부딪히고 손 잡을 때는 손잡는 방식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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