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구 10만 태평양섬나라에 대사관 연 이유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 2020.06.29 03:32
키리바시 섬/사진=AFP

중국이 태평양 지역으로 손을 깊게 뻗고 있다. 태평양 한가운데 떠있는 인구 10만의 작은 섬나라 키리바시에 대사관을 여는 등 아시아 대륙과 미국을 오가는 수로에 영향력을 행사할 발판을 만드는 중이다.

중국은 지난달 키리바시에 대사관을 설치했다. 키리바시에 문을 네 번째 대사관으로 앞서 호주와 뉴질랜드, 쿠바 등이 이곳에 대사관을 뒀다.

인구도 적고 영토(811㎢)도 작은 키리바시에 중국이 관심을 두는 이유는 이곳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경제적 이득 때문이다.


태평양 전초기지


키리바시는 아시아와 미국 사이 태평양 한가운데 있다. 키리바시 크리스마스섬이 미 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 호놀룰루로부터 2100㎞ 떨어져 있다. 중국은 이 지역을 태평양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할 기지로 본다.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의도도 깔렸다. 키리바시는 전통적인 '친대만' 국가였다. 그러나 중국은 경제력을 앞세워 대만 수교국들에 자국과 수교를 맺을 것을 종용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주 키리바시 대선에서 '친중파' 타네티 마마우 현 대통령이 '친대만' 파인 야당 후보를 꺾고 재선을 확정했다.

대선 직전인 5월 대사관을 열어 친중 후보 마마우에 힘을 실었단 분석도 있다. 중국은 키리바시에 막대한 경제적 원조를 당근으로 제시하며 긴밀한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마마우 대통령은 항구 건설과 관련해 대만으로부터 지원을 요청했다 거절당했는데 중국이 곧바로 무상 지원해주겠다며 접근했다. 이에 마마우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대만에 일방적으로 단교를 통보하고 같은 달 중국과 수교를 맺었다.

2006년엔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가 직접 키리바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원 전 총리는 이 섬나라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심을 표명하면서 자원 개발과 농업, 어업 등 주요 산업에 30억 위안(44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 키리바시의 배타적경제수역 면적은 세계 12위로 인도 땅 면적보다 더 넓다. 33개 산호섬에 천연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키리바시의 이런 지정학적 위치와 경제적 잠재력이 중국에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내 편 만들기 경쟁


지난 1월 6일 만난 왕이 중국 외무장관과 타네티 마마우 키리바시 대통령/사진=AFP

중국은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키리바시 등 태평양 지역 섬나라 10개국과 화상회의를 하는 등 방역 지원을 하며 외교적 관리에도 힘썼다. 이들 국가에 마스크 등 의료용품도 보냈고 현금 190만 달러를 지원했다.


중국이 키리바시에 노골적으로 관심을 드러내자 지금껏 이 나라에 가장 많은 원조를 쏟아온 호주와 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이 긴장하고 있다.

호주는 태평양 지역 내 중국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기 위해 2018년부터 '태평양 강화(Pacific Step up)' 이니셔티브를 진행, 이 지역에 대한 원조를 확대해왔다.

조나단 프리케 호주 로위연구소 태평양 섬 프로그램 책임자는 "오늘날 태평양에 대한 중국의 참여는 기회주의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가능한 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호주는 뉴질랜드와 서로 국경을 개방하고 일명 '여행 버블'을 만들어 유대를 강화했는데, 여기에 키리바시 등 태평양 섬들도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팬데믹 속에서도 이들 국가와 국경을 열어둠으로써 중국보다 유리한 지점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남태평양관광기구(SPTO)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두 국가에서 100만 명 넘는 관광객이 키리바시를 방문했다. 같은 해 중국인 관광객은 12만 명 수준에 불과했다.

데이브 샤르마 호주 자유주의당 의원은 "호주는 이들을 주요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면서 "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경쟁에서 중국 등 다른 국가들이 역할을 키우려고 하는데 가까운 지역의 영향력을 눈에 띄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프리케 로위연구소 책임자는 "호주 정부는 태평양 지역에서 하드파워, 소프트파워, 원조, 의료 지원 등 모든 분야에서 '공백'이 생기면 안 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파고 들 수 있는 어떤 공백에서도 물러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차이나머니'를 물리치고 호주가 태평양에서의 역할을 유지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껏 호주가 태평양 지역에 쓴 돈은 62억5000달러, 중국은 12억1000달러로 차이가 있으나 중국이 태평양 지역에 대한 욕심을 키울수록 투자 액수는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9월 대만과 36년간 수교해왔던 솔로몬제도가 중국의 무역 압박을 못 이겨 결국 단교했다. 인근 섬나라 투발루도 중국의 종용 속에서 대만과의 단교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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