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를 포함한 22학번 새내기 학부생은 100명. 이들을 이끄는 건 40대를 주축으로 한 100명의 젊은 교수진이다. 수업은 교수 일방적 '강의'가 아니다. 10명 안팎의 조를 짜서 4~8주 단위로 프로젝트를 정해 연구결과를 내는 방식이다. 미국 보스턴의 신흥 명문으로 떠오른 '프랭클린 W 올린 공과대학교(Franklin W. Olin College of Engineering, 올린공대)'가 모델이다.
김씨가 PM(프로젝트 매니저) 맡은 이번 프로젝트는 'AI(인공지능)를 활용한 태양광에너지 최적화 개선방안'이다. 전력 사용 빅데이터와 기상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발전효율을 뽑아보겠다고 공언했다. 담당 교수의 1대 1 멘토링으로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있다.
덕분에 수업 준비는 항상 고되다. 수 많은 자료들과 씨름하는 것은 물론 조원들과의 밤샘토론도 일상이다. 등록금과 입학금, 아파트형 기숙사비용이 무료라는 점도 엄청난 메리트였지만 그보다 이처럼 일반 대학과 전혀 다른 커리큘럼과 능동적인 수업방식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다.
김씨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위해 도서관으로 향한다. 프리젠테이션에선 심사역을 맡은 동기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기다리겠지만, 그런들 어떠하랴…8주 동안 고생한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한 달은 머리를 식힐 계획이다.
2022년 문을 여는 한전공대(KEPCO Tech, 가칭)가 그리는 캠퍼스 풍경이다. 2030년 약 3경원 규모로 성장하는 세계 에너지 시장에 내놓을 에너지 전문가를 육성하는 게 목표다.
전교생 380명의 소수 정예 대학이지만 설립 20여 년 만에 신흥 명문으로 올라선 미국 올린공대, 뉴욕시가 부지를 제공하고, 민간기업 기부를 유치해 2013년 설립한 뉴욕 코넬텍 등을 모델로 대한민국 '대학교육의 미래'를 바꾸는 실험이다.
한전은 한전공대의 대학의 모습으로 △전력·에너지분야에 집중한 강소 대학 △다자간 자원과 역량을 공유한 산학협력 대학 △국가와 지역 경제발전을 선도하는 혁신적 가치창출 대학 △기존 대학교육 모델을 뛰어넘는 새 패러다임 대학 등 4가지를 꼽았다.
에너지 과학기술로 인류와 국가, 지역에 공헌하는 미래에너지와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새 지평을 제시하는 대학으로서 2050년까지 글로벌 톱10 수준 공과대학으로 성장할 목표를 세웠다.
한전공대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유일 '에너지 특화 연구중심 대학'이라는 점이다. 기후변화와 저탄소 시대 전환에 대비하고 에너지의 생산-수송-소비 등 전주에 대비하는 기술이 한전공대의 중점연구 분야다. 에너지 신소재, 에너지 AI, 차세대 전력 그리드, 수소에너지, 에너지 기후환경 등 새 에너지 시대에 필요한 '빅5' 기술을 다각적으로 연구한다.
동시에 연구 자원과 성과를 개방·공유해 부가가치를 만드는 '글로벌 에너지 연구·창업 허브 및 오픈 플랫폼'을 꿈꾸고 있다. 실험실에서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현실에서의 '성과'를 내겠다는 포부다.
지역균형발전 역시 한전공대 역할 중 하나다. 한전공대는 빛가람 혁신도시 내 한전 본사 인근 부영CC 일대에 자리한다. 한전은 캠퍼스와 더불어 인근 80만㎡ 규모 대형연구시설과 클러스터 조성도 구상 중이다.
한전이 2014년 국가균형발전정책으로 나주행을 택했지만 그동안 교육인프라 부족 등으로 인재양성과 공급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한전공대 설립은 나주지역 에너지 인재양성 역할도 맡는다. 나아가 정부·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으로 유관기업 연구소, 공공연구소, 대학 등을 유치해 글로벌 에너지 클러스터로 지역사회를 키워갈 예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국가적으로 에너지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와 에너지 안보확립을, 지역에는 경제 활성화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미래 전문인력 양성과 기술역량 제고를 통해 에너지 신산업과 신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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