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최대 1.5조 소요 '전국민 상병수당' 요구…'사회적 합의' 있어야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 2020.06.26 06:05
노동계가 '전국민 상병수당(노동자가 아파서 일하지 못할 때 소득 손실을 보전하는 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발생했지만 감염병 증상에도 소득 감소를 우려해 계속 일을 해야 하는 모순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단, 최대 수조원에 달하는 소요 재정 규모가 워낙 큰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기업들도 제도 도입으로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유급 병가' 없는 노동자엔 쉬는 건 '그림의 떡'


25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최근 논의되고 있는 코로나19 위기 대응 '원포인트 노사정 사회적대화'에서 상병수당 도입을 제시했다.

정치권도 힘을 보탰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상병수당 법제화를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과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노동자가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해 일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 일정 소득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서 의원의 설명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업무 이외의 부상·질병으로 인한 병가 규정이 없다. 개별 기업에서 사내 복지 차원으로 '유급병가'가 가능하다. 일용직 근무자,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아플 때 쉬는 건 '그림의 떡'인 셈이다. 실제로 고용형태가 불안정하고,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일수록 유급병가 적용률이 낮았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등이 발행한 '외국의 유급병가·상병급여 현황과 한국의 도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12.3%)과 5~10인 사업장(15.5%)은 유급병가 적용률이 10%대에 불과했다. 반면 300~1000인 미만 사업장과 1000인 이상 사업장의 유급병가 적용률은 각각 71.1%와 80.6%에 달했다.

정규직과(59.5%)과 일용직(2.7%), 시간제(10.7%), 임시직(18.1%), 비정규직(18.7%)과의 차이도 컸다. 이재훈 민주노동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노동시장 내 불안정한 지위가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건강 악화와 소득 손실로 실직과 빈곤에 내몰리는 악순환 구조"라고 지적했다.



韓, 공적 재원에 근거한 상병수당 없는 OECD 4개국 중 하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다수는 이미 상병수당 제도를 실시한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공적 재원을 통해 상병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과 이스라엘, 스위스, 미국 4개국이다.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 국가는 직·간접적으로 노동자의 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국제사회보장협회(ISSA) 182개 회원국 중에서도 상병수당 제도가 없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19개국에 불과했다. 국제노동기구(ILO) 및 세계보건기구(WHO) 등도 상병수당 도입을 권고한다.


상병수당에 대한 법적 근거는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0조는 '공단은 이 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외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임신·출산 진료비, 장제비, 상병수당, 그 밖의 급여를 실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하지만 시행령에서 구체적 임의급여로 장제비와 본인부담금 두 종류로만 한정해 상병수당은 제외돼 있다.

김기태 포용복지연구단 부연구위원은 "감염병 대응 차원과 노동자 복지 차원에서도 상병수당은 필요하다"면서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유급 병가를 먼저 제도화 하는 등 점진적인 도입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제도가 안착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대 1.5조 재원 필요…"여러 사회적 제도 고려가 이뤄져야"


상병수당 도입을 위해선 많은 과제가 있다. 재원조달을 어떻게 할지, 세부 운영 방식을 어떻게 할지 등이 핵심 쟁점이다. 기업들은 상당한 재원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상병수당 도입 과정에서 자칫 어떤 방식으로든 부담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상병수당을 논의할 좋은 기회가 왔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정부 재정 부담 여력은 아직 제한된 상황 등 여러 고려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재원 마련 방안이 필수다. 급여 기간, 보장 수준 등에 따라 과거 연구들을 보면 연간 비용을 최소 3211억 원에서 최대 1조5387억 원까지로 추정하고 있다. ILO는 재원조달방식에 대해 근로자가 재원에 부담하는 기여액은 50%를 초과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OECD 대부분의 국가도 운영방식에 관계없이 상병수당 제도 운영을 위한 재원에 국고지원을 하고 있다. 임승지 건강보험연구원 보험제도연구센터장은 "상병수당제도를 도입할 때 주된 재원조성을 조세 기반으로 할 것인지, 보험료 기반으로 할 것인지가 중요한 논의사항이 될 것"이라며 "현재 건강보험에 미지급되고 있는 국고지원으로 소요재정의 50% 이상을 충당하는 것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 오·남용방지를 위해 수급자격 획득기간, 의료적 인증 등의 적극적인 논의도 필요하다. 임 센터장은 "철저한 자격심사와 관리운영 체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투명하고 명확한 과정이 만들어져야 지속 가능한 제도 운영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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