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착용하고 급식 맛 없어도 등교가 좋다는 초등생 아들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 2020.06.26 11:10

[소프트 랜딩]코로나19 이후 달라진 학교생활에도 등교 선호하는 아이들의 마음

편집자주 |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아빠, 학교 가는게 너무 기대되서 잠이 안올 것 같아요."

필자는 초등생 두 명을 둔 학부형이다. 지난 5월 27일 초등학교 3학년 둘째가 오랜 겨울 방학과 한 달여 온라인 수업을 받은 후에 마침내 오프라인 등교를 했고, 6학년 첫째는 그 다음주 등교를 시작했다.

이미 4월 중순 개학 이후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도 그렇고 온라인 수업을 받아야 했기에 딱히 여행도 가지 못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 머물면서 지루한 나날들을 한 달 이상 보내야 했던 아이들은 마침내 오프라인 개학이 발표되자 환호했고, "아빠, 학교 가는게 너무 기대되서 잠이 안올 것 같아요" 라며 모처럼 학교에 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학교생활을 한다는 기대감에 흥분된다고 둘째 아이는 말했다.

물론 학년별로 격주로 등교를 하기 때문에 한 주는 등교를 하고 그 다음주는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아야 한다. 필자의 아이들은 첫째가 학교를 가면 둘째가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고, 둘째가 학교를 가면 첫째가 온라인 수업을 받는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맞이한 학교생활은 예전과 확연이 달라졌다. 코로나19 방역수칙 때문에 등교 전부터 아이들은 체온 등의 건강상태를 체크해서 날마다 교육부가 제공한 ‘학생 건강상태 자가진단’ 사이트에 접속해서 입력해야 한다. 만약 이를 등교 전에 수행하지 않으면 학교 입실이 제한될 수 있다.

"엄마, 내 마스크 어디 있어?"

이젠 필수품이 되어버린 마스크도 아이들 등교 때문에 아침마다 챙겨야 한다. 마스크를 챙기는 것이 아직 생활화되지 않은 아이들은 문 앞을 나서기 전 "엄마, 내 마스크 어디 있어?" 물어보기 일쑤다. 필자의 자녀들은 1회용 마스크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마스크 비용 절약을 위해 면마스크에 필터를 끼워 쓰다보니 날마다 필터를 갈아끼우는 것도 적잖이 번거로운 일이다.

아이들이 챙겨야 할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강화된 방역 수칙 때문에 점심 급식시간에 사용하는 숟가락과 포크도 개별적으로 챙겨야 하고 공용 식수와 컵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물을 담은 개인 물병도 지참해야 한다.

아이들의 메고 다니는 책가방도 예전 같지 않다. 학교에선 코로나19 감염으로 언제 등교가 중단될지 모르기 떄문에 교과서와 모든 준비물을 사물함에 넣고 다니는 대신 날마다 직접 가방에 챙겨서 가지고 와야 한다. 고학년이야 큰 문제가 안되겠으나 저학년생들에게는 무더운 날씨에 무거운 교과서와 준비물을 온통 메고 다녀야 하는 등하굣길이 꽤나 힘든 여정이 돼버렸다.

이렇게 건강 체크를 하고 마스크와 무거운 책가방을 챙겨 등교를 하지만 마음대로 교실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교문 앞에서부터 선생님이 나와 손 소독제를 한 명 한 명 바르도록 하고 다시 발열 체크를 한 뒤에 8시 40분 경에 담임선생님이 등교한 아이들을 모아 거리를 띄우고 교실로 인솔을 한다.

이렇게 어렵사리 등교를 해도 교내 생활이 예전같지 않다. 20명도 안되는 작은 학급이지만 책걸상 자리를 모두 일정 거리를 띄워 앉도록 하는 바람에 아이들은 교실에서도 서로 멀찍이 떨어진 채 수업을 받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어색할 수밖에 없다.

"아빠, 우리는 체육시간에 마스크를 쓰고 달리기를 했는데 숨이 잘 안쉬어져서 답답해 죽는 줄 알았어요."

게다가 수업 시간 내내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받는 것도 여간 답답한 일이 아니다. 엄격한 실내 방역 수칙 때문에 수업시간에 아무리 답답해도 벗을 수가 없는데, 특히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마스크 착용에 따른 답답함은 더 높아졌다. 간혹 코와 입이 간지러워도 마스크를 만지거나 벗지 말라는 지침 때문에 아이들은 수업이 끝날 때까지 그냥 꾹 참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답답한 수업이 끝나도 마스크는 벗을 수 없다. 예전처럼 쉬는 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떠들며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화장실을 가는 것 빼고는 돌아다닐 수도 자리를 벗어날 수도 없고, 친구들 간에 대화도 삼가야 한다. 선생님은 행여라도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마스크를 벗거나 방역 수칙을 어기지 않을까 극도로 신경을 쓰며 주의를 기울인다.

가장 하일라이트는 체육시간이다. 체육시간이라고 해서 마스크를 벗을 수가 없기 때문에 모든 체육 활동을 마스크를 쓴 채 수행해야 한다. 시종 일관 마스크를 쓰고 체육 수업을 받느냐는 질문에 첫째 아이는 "아빠, 우리는 체육시간에 마스크를 쓰고 달리기를 했는데 숨이 잘 안쉬어져서 답답해 죽는 줄 알았어요"라고 대답했다.

"아빠, 코로나 때문인지 급식 맛이 별로에요. 예전엔 꿀맛이었는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던 점심 급식시간도 달라졌다. 일단 급식실 앞에 표시된 발바닥 스티커에 맞추어 줄을 서야하고 친구들과 대화도 할 수 없다. 감염 예방조치로 숟가락과 포크도 개인별로 지참을 해야 하고 최대한 거리를 띄워 급식실로 들어간다. 음식을 먹을 때에도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면서 먹을 수도 없고 수업시간처럼 멀찍이 떨어져 따로따로 먹어야 하는데 급식 맛도 예전같을 수 없다. 항상 학교 급식이 꿀맛이라며 좋아했던 첫째 아이는 "아빠, 코로나 때문인지 급식 맛이 별로에요. 예전엔 꿀맛이었는데…"라며 매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재미도 없고 맛도 없는 급식을 먹은 후에 또다시 답답한 마스크를 착용하고 교실로 돌아가 오후 수업을 들어야 한다. 수업이 모두 끝나면 아이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교과서 가득한 무거운 책가방과 준비물을 모두 챙겨갖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무더운 날씨에 매번 녹초가 되기 일쑤다.

"아빠, 코로나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그토록 기대하고 간절히 원했던 학교생활이었지만 코로나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하는 엄격한 학교생활에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아이들의 얼굴엔 실망과 피곤함이 피어올랐다. 그러면서 둘째 아이는 "아빠, 코로나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마스크도 답답하고 수업 시간이나 쉬는 시간도 가만히 앉아있어야만 하고, 친구들하고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없으니까 재미가 없어요"라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필자는 아이들이 이처럼 힘들고 답답한 수업을 받느니 차라리 속 편하게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자며 청와대 청원을 올리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들한테 "어른들도 힘든데 마스크를 쓰고 하루종일 수업을 받느니 차라리 온라인 수업이 낫지 않니?"고 물어 봤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필자의 예상과 정반대였다. 아이들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아빠, 그래도 학교를 가는 게 집에 갇혀 온라인 수업받는 것보다는 훨씬 좋아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빠, 그래도 학교를 가는 게 훨씬 좋아요.”

마스크도 답답하고 급식도 맛이 없는데 학교가는 게 더 좋다는 이유를 아이들은 정확히 말해 주지 않았다. 필자는 온라인으로 지식만을 일방적으로 전달받는 것보다는 비록 힘들고 답답하고 귀찮더라도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학교에 가는 것을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더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그 이유를 추측했다.

지난 4월 말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학교의 오프라인 등교와 개학을 미뤄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게시됐고 약 한 달간 25만5000여 명이 동의했다. 최근 청원답변자로 나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종식 시기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등교 수업을 미룰 수 없다고 답변했다. 또한 온라인을 통한 지식의 전달을 넘어 같은 공간에서 또래 친구, 선생님과 대면수업을 통해 얼굴을 마주 보며 경험하는 소통과 교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필자는 “배움은 아이들의 권리이고 아이들의 살아가는 힘”이라는 유 장관의 말이 어렴풋이 마음에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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