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어카드는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FT)가 내부고발자를 인용해 기업의 부정거래 의혹을 잇따라 보도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내용을 모두 부인하면서 이를 넘겨왔다.
하지만 지난 18일 외부 감사기관인 언스트 앤 영(EY)이 와이어카드의 2019년 회계장부 승인을 거부하면서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기업 대차대조표의 4분의 1 규모인 19억 유로 현금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다음날인 19일 마르쿠스 브라운 CEO가 물러난다고 밝혔고, 21일에는 필리핀에서 논란을 마무리짓는 발표가 있었다. 와이어카드는 사라진 현금 19억 유로가 필리핀의 두 은행에 예치됐다고 주장했지만, 이날 필리핀 중앙은행은 자국 금융시스템에 이 돈이 들어온 적 없다고 확인한 것이다.
18일부터 증시 3거래일 동안 이 회사 주가는 90%가량 폭락했다.
당시 연매출은 20억유로 정도인데, 이번에 사라진 현금 규모가 이와 비슷하다.
와이어카드는 비자, 애플 등 결제 관련 대기업들과 거래해왔고 이케아 등도 고객사여서 이번 사건의 여파가 클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업체가 일부 사업 매각, 폐업 등을 검토한다고 전했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와이어카드가 미국 투자은행을 통한 자금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독일 뮌헨주 검찰은 이번 회계부정 사건 조사에 나섰다. 마르쿠스 브라운 전 CEO 등 관계자들에 대한 체포 영장도 검토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의 크리스 브라이언트 칼럼니스트는 업체가 여전히 20억유로를 보유해 주주들이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와이어카드가 살아 남을지보다는 살려야 하는지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투자자 신뢰를 이미 잃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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