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올해보다 25.4% 인상하는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에 대해 "과도하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COVID-19) 위기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사회적 노사정 대화'에 대해선 이달 말 타결을 위한 정부와 경영계의 결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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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25.4% 인상, 과도하지 않다"…경영계, 한국노총도 '당혹'━
민주노총은 지난 19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내년 최저임금 요구안을 월 225만원, 시급 1만770원으로 정했다. 올해 최저임금인 시급 8590원보다 25.4%나 오른 금액이다. '최저임금 1만원' 돌파를 요구하고 나선 셈이다. 내년도 실태생계비가 225만7702원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설명이다.
경영계는 노동계와 입장 차이가 뚜렷하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영계는 내년 최저임금의 삭감 내지는 동결을 주장한다. 고용 상황도 악화일로에 있는 만큼 최저임금을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600곳 중 88%는 "최저임금을 동결 또는 인하해야 한다"고 답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로 기업은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코로나19가 경제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해 최저임금이 합리적으로 결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요구안에 대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당혹스런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코로나19 위기를 감안해 1만원 이하로 최저임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의 최저임금 인상안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과 조율을 거쳐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최초 제시안으로 정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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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경총, 책임 가지고 결단 내려야…집중교섭에 최선"━
노사정 대화는 지난달 20일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개최된 이후 한 달이 넘는 동안 10여 차례 실무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노사간 입장 차이를 좁히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사정 모두 이달 안에 대타협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가지고 오는 26일까지 집중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정부와 경영계가 재정 건전성과 임금체계개편 등 구시대의 위기극복 방안을 벗어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은 재난 후 소득격차와 불평등, 양극화가 강화된 지난 IMF(국제통화기금) 위기와 2009년 금융위기 때와는 달라야 한다"며 "노조가 임금을 양보하고 회사가 고용을 보장한다는 방식은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적용될 수 없는 과거의 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사용자 측인 경총과 예산권을 쥔 기획재정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경영계가 이번 기회를 통해서 임금체계 개편과 탄력근로제를 포함한 노동유연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며 "과연 사회적 대화를 하고자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재부도 재정 건전성과 국가 신용도를 얘기하며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재정확대 계획들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을 만든다면 정부 재정을 추가 투입하더라도 국가 신용도를 높이는 길이 아닌가 되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로 가장 취약한 계층인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 노동자 등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받고 있다"며 "올해 임금교섭을 통해 인상된 임금 일부를 재원으로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조성하는 등 노동계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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