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지진 아니라 인재"…포항 몰려간 갭투자 원정대

머니투데이 포항=최동수 기자 | 2020.06.23 06:46

[부릿지]외지 투자자 작년 3월부터 본격 유입...실수요자 호가 너무 올라 매수 포기

☞머니투데이 부동산 전문 유튜브채널 '부릿지'는 외지 투자자들이 언제부터, 어떻게 포항 부동산 시장에 진입했는지에 대한 생생한 영상을 23일(화요일) 오후 6시에 공개합니다. '부릿지'를 구독하시면 알찬 부동산 정보를 접하실 수 있습니다.



"(갭투자)꾼들은 지난해부터 들어와 이미 다 투자해 놓았어요"
"최근에 수도권에서 버스가 내려와 미분양 물량 털어 갔어요"

경북 포항 얘기다. 포항은 2018년 11월 지진 발생 이후 '미분양·건설사의 무덤' 이었다. 지진으로 집값이 폭락했고 오랜 기간 부동산 경기 침체를 겪었다. 외지 투자자는 물론이고 시민조차 외면했었다.

하지만 최근 포항 집값이 반등 조짐을 보인다. 외지 투자자가 지난해 상반기부터 시장에 들어와 집값 바닥을 다졌고, 쌓였던 미분양 물량도 해소되고 있다. 여기에 실수요자도 매수에 동참하며 집값 그래프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집값이 급등했던 수도권·충북 청주·대전·세종시 등 규제지역 부동산 시장과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KB국민은행 리브온이 발표한 주간 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6월 셋째주(기준일 지난 15일) 포항 북구는 전주대비 0.38% 상승했다. 같은 기간 포항 남구와 포항시 전체는 각각 0.18% 0.31% 올랐다. 포항의 집값 상승률은 규제지역을 제외한 시·군·구 가운데 창원시 의창구 다음으로 높다.


풍선효과 조짐..."외지 투자자 지난해부터 진입"




외지 투자자가 포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3월 이후부터다. 당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2018년 발생한 지진이 지열발전소 관리부실로 발생한 '인재'라고 결론을 냈는데, 이 소식이 불쏘시개가 됐다.

포항시 남구 한 공인중개사 대표 A씨는 "투자자들은 저평가된 포항에 관심이 있었지만 지진이 또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투자를 꺼려왔다"며 "자연지진이 아니라 인재라는 결과가 나오자 불확실성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자연 지진' 리스크가 해소되자 외지 투자자는 본격적으로 포항에 뛰어들었다. 한국감정원 월별 매입자거주지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포항 아파트를 매입한 외지인 거래건수는 271건으로 지난해 4월 105건 대비 2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아파트 매입 건수 중 외지인 비중도 15.6%에서 28.4%로 늘었다.

이후 외지인(경북·포항 제외)의 포항 투자가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해 10월 외지인 매입 건수는 총 467건으로 늘어 포항시 전체 거래 중 외지인 매입 비중이 43.2%로 늘었다. 이후 지난 4월까지 외지인 매입 비중이 매달 25% 이상이다.

포항시 남구 한 공인중개사 대표 B씨는 "청주하고 비슷하게 보면 된다"며 "지난해 하반기 부산, 대구, 울산, 대전 등 전국에서 선진입하는 투자자들이 내려와서 이미 투자해 놓았다"고 말했다.



'갭 5000만원 미만·2~3억원 신축' 집중 매수




포항에 들어온 외지인의 투자 행태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수도권이나 대전, 청주와 비슷하다.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5000만원 미만인 2억~3억원대 신축 아파트를 집중 매수했다.

포항시 북구 한 공인중개사 대표 C씨는 "외지 투자자에게 신축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던 건 포항에 향후 3년간 신축 입주 물량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지진을 경험한 포항 시민들의 신축 수요가 크다는 걸 파악한 투자자가 실수요자 보다 한발 아파트를 사들였다"고 말했다.

특히 외지 투자자는 포항의 대장아파트인 남구 대잠동 '포항자이'를 시작으로 주변 아파트와 북구 신축아파트로 투자처를 옮겨갔다. 갭이 벌어지면 인근 신축 단지로 옮겨가고 미분양이 난 물량을 저가로 사들였다.

실거래가 기준 포항자이 전용 84㎡ 는 지난해 9월 3억37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 19일 4억7000만원까지 올랐다. 현재 호가는 5억원에 달한다. 투자자가 몰리면서 갭은 평균 4000만원대에서 1억3000만원까지 벌어졌다.


갭투자원정대, 유튜브·SNS로 정보 공유…"6.17대책 이후에도 지속될 것"


포항에 진입한 투자자 대부분은 이미 수도권, 청주, 대전 등에서 투자를 경험한 이른바 '갭투자 원정대'다. 유튜브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페를 활용해 정보를 주고 받고 공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든다.

6.17 대책 발표 이후에도 투자 문의가 꾸준하다. 대책 발표 이틀 뒤인 지난 19일 오후 방문한 포항시내 공인중개업소에서는 법인 주택담보 대출이 막히기 전 계약날짜를 앞당기자는 문의가 이어졌다.

포항 남구 한 공인중개업자 D씨는 "법인들은 세금을 내도 포항 집값이 더 오른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지금 사 놓으면 2~3년 내에 포항 시민들의 매수가 붙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 투자자 중에서는 이번에 주택담보대출이 막혀서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며 "포항 집값이 아직까지 저평가 돼 있기 때문에 개인들도 지속해서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내집마련 실소유자 부담..."풍선효과 잡고·선의의 피해자 없어야"



신축 아파트 실거주를 꿈꾸는 포항 시민들에겐 단기간 아파트 가격 급등이 부담이다. 포항자이를 비롯해 북구 장성동 푸르지오 등 신축 아파트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최근 실수요자의 매수 문의가 최근 많지만 호가가 계속 뛰어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구축 아파트 단지 인근 부동산에서는 정부 규제의 대상이 될까봐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포항 북구 공인중개사 대표 E씨는 "구축 아파트는 아직도 지진 이전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만약 정부에서 투기수요 잡겠다고 규제지역으로 선정해버리면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다시 침체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오를 때마다 지역을 선정해 규제하는 방식으로는 풍선효과를 잡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 학과 교수는 "뒷북대응으로는 비규제지역으로 투자자가 몰리는 풍선효과는 쉽게 잡지 못할 것"이라며 "일괄적으로 투기수요를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고 내집 마련을 꿈꾸는 실소유자들이 피해자가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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