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보단 밥맛" 청담동 일본인 셰프가 말하는 초밥 [머투맨]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이동우 기자, 김소영 기자 | 2020.06.21 08:02

머터뷰│미슐랭 3스타 출신 셰프의 '코우지TV'… 셀프 리뷰로 신뢰도↑

편집자주 | 유튜브, 정보는 많은데 찾기가 힘들다. 이리 저리 치인 이들을 위해 8년차 기자 '머투맨'이 나섰다. 머투맨이 취재로 확인한 알짜배기 채널, 카테고리별로 쏙쏙 집어가세요!



'딱 입에 들어갔을 때 밥이 너무 컸다. 밸런스(균형)가 안 맞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 기습 방문해 신랄하게 비판을 하는 셰프가 있다. 일본 도쿄의 미슐랭 3스타 '칸다' 출신 일식 셰프 나카무라 코우지다. 2011년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한국에 정착한 그는 2014년 서울 강남구 '스시코우지'를 시작으로 세컨브랜드인 '스시카이세이', '스시소라'를 잇따라 열었다.

지난해 5월에는 국내 고급 일식집 셰프 중 처음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코우지 TV[일일일식]'를 통해 어려운 초밥 세계의 장벽을 낮췄다. 생선의 온도와 숙성 상태, 밥에 들어간 공기의 중요성 등 전문 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코우지 TV 단골 콘텐츠는 식당 리뷰다. 일본 현지 일식집을 비롯해 국내 고깃집, 냉면집 등 리뷰 대상은 다양하다. 그는 팔짱을 낀 채 눈을 지긋이 감고 입 근육만 열심히 움직이며 고개를 뒤로 젖히는 특유의 행동으로 '맛있다'를 표현한다. 구독자들은 이 행동에 '코르가즘'('코우지'와 '오르가슴'의 합성어)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그는 자기 식당에 쳐들어가 '아쉽다'를 남발한다. 음식을 내놓은 셰프는 얼어붙지만, 그의 비평은 식당 발전의 토대가 된다. 구독자들은 "본인 업장을 제3자 입장에서 정확하게 비평해주니 오히려 더 신뢰가 간다"며 식당 방문으로 보답한다.

유튜브 가이드 '머투맨'은 솔직하면서도 유쾌한 코우지 셰프를 만나 그의 채널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스시코우지에서 진행됐다.


SNS상 리뷰 다 본다는 코우지 셰프 "모든 컴플레인은 옳다"


유튜브 채널 '코우지 TV'. /사진='코우지 TV' 캡처

-일식 셰프의 유튜브 진출, 특이하다. 어떻게 시작했나.
▶사람들은 완성된 초밥만 본다. 참치 초밥이 어떤 참치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해 할 것 같아 과정을 보여드린다. (유튜브의) 목표는 초밥을 좋아하는 사람 자체가 많아지는 데 있다. 일본 도쿄의 긴자같이 초밥집이 모인 청담동에 유튜브 하는 셰프가 없어서 먼저 해봤다.

-구독자 수가 곧 10만명이다. 인기 비결이 있다면.
▶제가 운영하는 가게에 가서 밥을 먹고 '아쉽다'고 말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일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영상 댓글에 '너무 솔직해서 음식에 신뢰가 간다'고 해주더라. 평소에 네이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태그 등 리뷰를 모두 보고 있다.

-비판하는 댓글도 있는데.
▶'셰프님이 맛있다고 해서 갔는데 생각보다 비렸다' 이런 댓글은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래야 가게가 더 잘 되고 요리 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 모든 컴플레인은 옳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가 일본사람이라는 이유로 배제하려는 댓글이 있어 마음이 아프다. 저는 이미 한국 아내와 결혼해 (한국에 정착했고) 아이들도 한국말밖에 못한다.


초밥 오마카세 비싼 이유, 재료와 부동산


유튜브 채널 '코우지 TV'. /사진='코우지 TV' 캡처

-본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셀프 리뷰'를 한다. 직원들이 힘들어하진 않나.

▶직원들은 힘들어 한다. 그런데 힘들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하는 행동은 전부 고객을 위한 것이다. 만약 제 식당에 가서 '맛있어요. 괜찮아요. 이대로 해' 했는데 손님들이 찾아왔을 때 '뭐야, 코우지 셰프가 맛있대서 왔는데' 실망하는 건 말도 안 되지 않나. 이 방식이 맞는지에 대해선 고민하고 있다.

-본인 식당 외 다른 초밥집 리뷰도 하나.
▶일차적으로 (다른 식당) 셰프들이 싫어한다. 영상 찍어도 되냐고 물으면 대부분 안 된다고 한다. 된다고 해도 제가 맛있다고 하면 경쟁자를 홍보해주는 것 같다. 반대로 제가 '맛없다', '별로다' 말하면 싸우자는 거다. 좋은 말을 해도, 나쁜 말을 해도 안 된다. 한국에서는 초밥 뷔페 등 대중적인 곳에서 사업적 시선으로 분석만 한다.

-고급 일식 셰프인 코우지 셰프가 초밥 뷔페 '쿠우쿠우' 리뷰를 해 최근 화제가 됐다.
▶'괜찮다'는 의견이다. 2만5000원을 내면서 20만원짜리 맛을 원하진 않는다. 쿠우쿠우는 무한리필 뷔페다. 가령 2만5000원 하는 파스타 한 그릇과는 (값이 같아도) 얘기가 다르다. 한 장소에서 몇 년 동안 사업을 한다는 건 타겟층이 있다는 거다.

-초밥 오마카세는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이유가 있나.
▶재료와 장소가 이유다. 스시코우지의 저녁 오마카세가 22만원, 말도 안 되게 비싸다. 한국에서 일본과 같은 맛을 내려면 비용이 더 들어간다. 간장·식초·조미료 등 일본 제품을 쓰지 않으면 그 맛을 못 낸다. (일본인인데) 정통 초밥와 거리가 있다면 이상하지 않겠나. 월세도 무시 못한다. 열심히 했는데 이익이 안 나면 그 가게는 망한다. 다만 가격대를 내린 세컨드 브랜드를 만들었다. 스시카이세이는 18만원, 스시소라는 7~8만원이다.


"생선이 중요? 초밥 맛의 80%는 밥이다"


지난 11일 진행된 코우지 셰프 인터뷰. /사진=김소영 기자

-코우지 셰프가 본 한국 초밥 수준은 어떤가.
▶코로나19 발생 전 2년 동안 일본의 초밥집 50곳 정도를 다녔다. (경험에 비춰보면) 한국 초밥 수준은 나쁘지 않다. 일본에서 유명하지 않은 곳에 비해 훨씬 맛있는 가게가 한국에 몇 군데 있다. 일본은 (국토가) 옆으로 길다보니 더 괜찮은 생선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생선이 한계가 있다. 그러다보니 최근 밥에 대해 연구하는 가게가 많아졌다. 비싼 생선 올라가면 초밥이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맛의 80%는 밥이다.

-코우지 셰프가 추천하는 저평가된 초밥 또는 생선이 있다면.
▶청어. 원가는 비싸지 않은데 가시가 많아 뽑는 게 오래 걸린다. 청어나 전어, 고등어 등 등푸른 생선은 소금·식초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맛이 확 달라진다. 성게알처럼 비싼 걸 쓰면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는 재료에 비해 셰프의 역향이 크다. 그런 부분이 셰프의 매력, 개성이기도 하다.

-초밥 외 냉면·고기 등도 리뷰 대상이다. 앞으로도 식당 리뷰를 계속할 계획인가.
▶당분간 계속할 생각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일본에 못 가고 있어 한국 고객들이 관심 있는 것부터 리뷰 해볼까 한다. 단순히 맛있다, 맛없다 보단 비교하면서 할 생각이다. 일본에서 온 40대 아저씨 셰프가 하는 소리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머니투데이 독자와 머투맨 구독자를 위해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3개를 추천해달라.
▶어떤 마인드로 일해야 되는지 배우기 위해 자기계발 영상을 많이 본다. 일본의 '나카타의 유튜브 대학'(中田敦彦のYouTube大学)이라는 채널을 매일 보고 있다. '수빙수 TV'는 딸이 좋아한다. 콜라보를 하기로 했다. '마리아주'는 저가나 미들급 초밥집을 골고루 간다. '이 가격대에서는 이런 거 쓰는구나' 체크할 수 있다. 분석을 잘 해서 보고 있다.

베스트 클릭

  1. 1 "번개탄 검색"…'선우은숙과 이혼' 유영재, 정신병원 긴급 입원
  2. 2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3. 3 법원장을 변호사로…조형기, 사체유기에도 '집행유예 감형' 비결
  4. 4 '개저씨' 취급 방시혁 덕에... 민희진 최소 700억 돈방석
  5. 5 "통장 사진 보내라 해서 보냈는데" 첫출근 전에 잘린 직원…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