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폭행범 구속기각…"실망 vs 정당" 의견 나뉜 전문가들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 2020.06.20 06:43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역 묻지마 폭행 혐의를 받는 이 모씨가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철도경찰 호송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0.06.04. chocrystal@newsis.com

서울역에서 처음 보는 여성을 폭행하고 달아난 이모씨(32)에 대해 경찰이 재청구한 구속영장이 또 다시 기각되면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정당한 판단이었다는 여론이 대립하고 있다. 일반 법 감정과 상식에서 벗어난 결정이라는 지적이 있는 반면 원칙적이고 정당한 기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태균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씨는 지난달 26일 서울역에서 처음 보는 30대 여성 A씨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이씨에게 폭행을 당해 얼굴 광대뼈가 부러지고 눈가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는 "피의자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응했다"며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면서 '앞으로 피해자에 대한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함과 수사 및 재판절차에 충실히 임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범행은 여성 혐오의 기인한 무차별적 범죄라기보다 피의자가 평소 앓고 있던 조현병 등에 따른 우발적·돌출적 행위로 보인다"며 "피의자는 사건 발생 후 가족이 있는 지방의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고, 피의자와 가족들은 '재범방지와 치료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이번 영장 기각으로 국민들 '법이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한다'고 실망할 것"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부처님오신날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이 많은 시민들로 인해 붐비고 있다. 2020.04.29. mspark@newsis.com
전문가들은 판결의 결과를 고려하지 못하고 법 논리로만 해석한 영장 기각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대낮에 서울역 한가운데서 발생한 묻지마 범죄 피의자가 구속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국민들은 법이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도주 우려, 증거 인멸도 영장 심사 기준이지만 '사안의 중대성'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자신이 위험할 때 법이 보호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법의 권위를 세워주는 데 이번 영장 기각은 국민들에게 굉장한 실망감을 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씨처럼 행동 예측이 어렵고 재범 우려가 있는 피의자의 경우, 구속 문제를 결정할 때 수사기관 쪽 주장에 좀 더 귀를 열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2016년 7월 법원이 석방해준 가정폭력 남편 B씨가 아내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경찰이 3개월 사이 두 번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경찰이 세 번째로 구속영장을 신청해 구속심사가 잡힌 날 참사가 일어났다.

B씨는 이미 전 결혼생활 때도 가정폭력을 휘둘러 실형을 산 전력이 있었다고 한다. B씨 구속심사를 담당했던 법원 측은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경찰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안이 중대할수록 원칙적인 판결이 더 중요하다…피의자 체포, 신중해야"


반면 구속이 안됐다고 해서 무죄인건 아니라며 사안이 중대할수록 원칙적인 판결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공권력이 피의자라고 해도 한 사람을 구금하는 행위는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중권 법무법인 거산 변호사는 "수사의 편의보다 수사권을 신중하게 행사해야 한다는 경종을 울린 것으로 보인다"며 "기본적으로 수사는 불구속수사가 원칙이다. 법치국가에서 나쁜 놈이라고 절차와 법을 무시하고 잡아들이는 건 말도 안되는 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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