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는 지난달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대한민국4.0 포럼’(새로운 국회를 위하여)을 열고 ‘대한민국 국회의원 헌장’을 공식 발표했다. 헌장의 5가지 키워드는 △일하는 국회 △민생 △소신 △소통 △존중 등이다.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나온 국민들의 요구와 ‘대한민국 4.0을 열자’ 기획을 통해 받아 본 오피니언 리더 및 독자 반응 등이 총 망라된 결과물이다. 20대 국회의원, 학계, 평론가 등 전문가 30여명의 목소리도 반영됐다. 대한민국 정치가 갈등과 분열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보수와 진보, 중도 등 진영의 건강한 의식 회복을 위한 제언이다.
‘일하는 국회’는 여야가 공감하는 핵심 키워드다. ‘일하는 국회법’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후보 시절 내걸은 ‘간판 공약’으로, 그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 일하는국회추진단(한정애 단장)을 꾸리고 ‘당론 1호’ 법안 입법에 속도를 낸다.
미래통합당도 ‘함께 일하는 국회법’을 내놨다. 허은아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여야 모두 상임위 개회 날짜를 특정하는 등 국회가 목표와 성과 없이 싸우는 국회가 아닌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는 정신을 법안에 담았다.
어떠한 경우에도 국회를 정상 운영하라는 국민 명령을 존중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핵심은 ‘상임위 중심주의’다. 분야별 입법 의제를 다루는 한편, 이해 관계를 조정하고 사회 갈등을 완화하는 17개 상임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외)에서 구슬땀을 흘린다는 의미다.
하지만 원 구성 협상을 두고 갈등하는 여야를 보며 국민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여당은 물론, 압도적 의석수 차에도 반대로 일관하는 야당 모두 책임을 외면할 수 없다.
‘민생’을 위해선 ‘일하는 총량’ 뿐 아니라 ‘질’도 중요하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21대 국회 임기 시작 후 465개 법안이 쏟아졌다. 그러나 ‘총량’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일을 하고도 ‘민생’을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쪼개기 법안, 단순용어 바꾸기, 중복 법안 등이다.
정재흥 국회 사무총장 비서실장은 “일부 의원은 충실하게 연구, 검토하고 공청회나 토론회를 거쳐서 완성도 높은 법안 구상을 한 다음 법제실에 요청하나 충실한 준비 과정 없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압도적 법안 실적의 결과는 압도적 부실”이라고 꼬집었다.
여야 ‘존중’과 ‘소통’은 필수적이다.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선입견을 가지고 대화에 나서는 것은 ‘타락한 진영 의식’ 그 자체다. 존중과 소통의 시험대였던 원 구성 협상에서 여야가 평행선을 달린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민주당에 흐르는 강경 기류나 통합당의 ‘보이콧’ 시도는 상대를 폄훼하고 소통하지 못했던 ‘20대 국회’ 데자뷰다.
‘소신’은 21대 국회의 숙제다. 176석(탈당·제명 제외)의 ‘슈퍼 여당’으로 거듭난 민주당 뿐 아니라 장기간 국회를 양분해온 통합당 역시 극복해야할 대상이다. 다양한 목소리가 ‘당론’에 짓눌리는 당내 분위기는 다원적, 다층적 현안을 국회가 소화해내는 데 걸림돌이 된다. 최근 불거진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의 징계 건이나 장제원 통합당 의원의 ‘실리론’이 강경론에 묻힌 점은 아쉬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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