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연락사무소를, 김여정이…北도발이 남긴 메시지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임소연 기자 | 2020.06.17 13:58
한반도 정세를 단번에 위기로 몰고 있는 북한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두고 외신들도 앞다퉈 분석 보도중이다. 시점은 물론 도발의 방식과 이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 등에는 북측의 다양한 계산이 녹아 있다는 분석들이다.

/사진=AFP



왜 연락사무소를 폭발했나?


북한이 2018년 판문점 선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2년 여 시간 동안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북한의 좌절감의 표현이란 해석이 우선적이다.

전직 미 국방부 출신의 밴 잭슨 뉴질랜드 웰링턴빅토리아대학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 B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에 배신당했다고 느끼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제재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정상 회담에 참석했지만 (제재 완화를) 받지 못했다"고 해석했다.

남한으로부터도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일본 마이니치는 "북한은 남측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 등 남북 경협 사업의 재개를 기대했다"며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단 등 조치에 상응한 충분한 대가를 받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자 불만이 폭발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아닌 한국을 타깃으로 삼은 북한의 전략도 엿볼 수 있단 해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세종연구소 이성현 연구원을 인용해 "좌절과 불만을 표출해야 했지만 미국을 직접 자극하면 보복이 우려된다"며 "'이웃이 미우면 그의 개를 발로 찬다'는 말처럼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NYT는 또 이번 연락사무소 폭파는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에 '죽음의 종(파국신호)'을 울린 것이라 묘사하면서 "그것은 또한 미국에 대한 메시지"라고 보도했다.



왜 김여정을 내세웠나?


/사진=AFP

외신이 이번 보도에서 주목한 것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 1부부장의 역할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의 엄격하게 통제된 선전 매체 가운데서도 공개된 김 제 1 부부장의 공개된 프로필은 더 긴밀한 유대를 바라는 한국 내 인사들에게 환영 받았었다"며 "연락사무소 폭발은 그녀가 온건주의 역할로 돌아올 것이란 데 회의감을 증폭시킨다"고 진단했다. 즉 김 제 1부부장이 남북 관계의 체감온도가 확연히 달라졌음을 각인시키기에 적합한 인물이란 해석이다.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 조지메이슨대 한국분교 방문학자는 BBC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여동생이 긴장감 조성 속에서 전방위적 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북한의 적들에게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 있는 사람이란 것을 보이며 신임을 얻고자 함"이라며 "그녀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란 점을 국내 인사들에게 보여줄 수 있고 외국의 인사들도 그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왜 지금이었나?



남한의 대북 선전이 계기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구실'에 불과하단 게 대다수 설명이다.

마이니치는 "북측 태도가 최근 급선회한 것으로 보이겠지만 그게 아니라 흔들 타이밍을 노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결국 협상상대라 생각하는 미국의 선거 일정도 계산했다는 의견도 있다.

NYT는 "대유행 사망자가 증가하고 대규모 시위가 진행중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곤란을 겪고 있는 점이 북한으로 하여금 불안 요인으로서 행동할 여지를 줬다"며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11월 미국 대선 전에 긴장 완화를 위해 최소 제재 완화를 줘야 할 것이란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진단했다.

북한의 내부 불만 돌리기용이란 해석도 나온다.

마이니치는 "코로나19 속 최근 북경봉쇄 영향으로 북한은 식량, 물자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강경 조치에 나선 배경에는 한국에 대한 적의를 부채질해 국내 결속을 다지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북한의 다음 움직임은?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16일 오후 2시 49분경 폭파했다. 사진은 우리군 장비로 촬영된 폭파 당시 영상 캡쳐. /사진=뉴스1


다수 언론이 이번 북한의 도발을 '데탕트(완화·휴식)의 끝'이라 본 만큼 북한은 도발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들이 우세하다.

일본 아사히는 김동엽 경남대 교수를 인용해 "북한이 향후 전개에 대해 정밀한 일정표를 만들어 놓고 낮은 수준의 도발부터 시작해 한국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일정표를 차근차근 추진할 것"이라면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개 등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단 ICBM이나 잠사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은 워싱턴에도 경고 메시지로 작용, 미국의 추가 제재를 촉발할 수 있기에 당장 쓰기엔 조심스런 카드란 지적도 맞선다.

WP는 또 "현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만남의 성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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