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할때 靑 안보라인 뭐했나…文의 '아쉬움'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 2020.06.17 10:46

[the300]

남북관계가 차게 식었다. 2018년 4.27 판문점선언과 9.19 군사합의로 만든 '기회'가 무산됐다. 누구의 잘못일까.

"기대만큼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나 또한 아쉬움이 '매우'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6.15 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남긴 말이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 하루 전이다.

문 대통령은 문장을 간결하게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사는 최소한. 이 문장에선 '매우'라는 부사에 시선이 멈춘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실망감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는 2년 동안 나아진 게 없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한 게 뭐냐'는 말까지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나온다.

무엇보다 국가안보실이 대북전단(삐라) 문제가 이렇게 커질 것을 예측하지 못했을거라는 의견이 많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달 4일 담화를 내고 '말폭탄'을 쏟아붰지만 청와대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파주=뉴시스] 박주성 기자 =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가운데 16일 오후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020.06.16. park7691@newsis.com

'판문점 선언과 군사합의 내용을 지켜야 한다'는 원론적 반응이 전부였다. 북한의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정부는 삐라 살포를 엄단하겠다며 북한을 달래려 했지만 어림없었다. 판단 실패다.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삐라 살포가 북한에 빌미를 줬다. 북한은 이를 이용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군병력 전면배치 등을 감행했다. 안보실은 이를 지켜보면서도 '수'를 쓰지 못했다.


국가안보실 라인업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유근 1차장, 김현종 2차장으로 구성됐다. '북한 전문가'가 눈에 띄지 않는다.

정 실장은 통상담당 외교관 출신이다. 취임한 뒤에야 본격적으로 대북 문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김유근 차장은 군 출신으로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을 역임했다. 김현종 차장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이끈 통상 전문가다.

외교안보라인의 책임론은 지난해 베트남 '노딜'로 귀결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까지 이어진다. 이들은 '노딜'을 예상하지 못했다. 긍정을 넘어 낙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한 결과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정의용(왼쪽부터) 국가안보실장과 김유근 1차장, 김현종 2차장이 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2019.12.02. dahora83@newsis.com


국내 사안의 경우 다양한 관점을 바로 대통령에 보고하는 반면, 안보라인에서는 편향된 정보만 걸러져서 전달한다는 얘기도 있다. '하노이 노딜'과 이번 북한의 강성태도를 예상하지 못한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명확한 대북 성과를 남겼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손을 맞잡는 장면을, 국경을 오가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역량을 집중한 이후로는 구체적인 북한 관련 언급은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사건이 일어났다. 문 대통령을 대신해 대북관계를 챙긴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이 '개인기'로 쌓은 성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집권초기처럼 북한의 무력도발까지 걱정하는 초긴장 상태로 돌아갔다. 남북관계의 반전을 위해, 청와대 내부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라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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