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돈 굴릴데가…증권사 찾아온 은행 VVIP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임동욱 기자 | 2020.06.17 06:09

[돈의 지형도가 바뀐다]①(종합)


"최근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의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4~5월에는 주가급락을 투자기회로 여긴 '동학개미'의 소액자금이 들어왔다면, 이달 들어서는 투자처를 찾지 못한 거액의 유동자금이 유입되는 국면입니다. 자금이동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한 증권사 강남 VIP센터 지점장의 말이다. VIP 고객영업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그는 "최근처럼 거액 자산가까지 주식에 관심을 갖는 현상은 극히 이례적이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장내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제외)은 48조8206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1일 47조6669억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이후 40조원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용거래잔고도 11조7909억원으로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3월(652조3277억)→4월(649조6198억)→5월(643조7699억) 등 두 달간 8조5578억원 줄었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0.5~0.8%에 불과할 정도로 떨어졌고,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거액 투자자금도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주식시장 밖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얘기다.

VIP고객들은 원금보장을 토대로 안정적인 수익을 고집하는 특성이 있는데, 그런 이들마저 이제는 코스피 상승률 정도의 수익률을 원할 정도로 환경이 바뀌었다.

자산가 A씨도 이런 고민에 빠졌다. 지난 5월 만기가 된 1년 정기예금 때문에 은행을 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 은행 VVIP고객인 그는 1년 전 가입 시 연 2% 정기예금 금리를 제안받았는데, 이번에 제시받은 금리는 1% 밑이었다.


담당 PB(프라이빗 뱅커)는 마침 "연 1.25%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 특판이 진행중"이라며 조심스레 가입을 권했지만, A씨는 일단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에 돈을 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증권사를 찾았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107.23포인트(5.28%) 오른 2138.05로 상승, 코스닥이 42.23포인트(6.09%) 오른 735.38로 상승 마감한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여의도지점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자금의 절반이라도 주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처럼 최근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은 성격과 규모면에서 예상을 웃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는 3187만2476개로 지난 5월 기준 경제활동인구(2820만명) 수를 훌쩍 넘어섰다.

소액투자자의 대표격인 동학개미 자금도 꾸준히 유입되는 추세다. 특히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의 자금이 쉼 없이 들어오는 중이다.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를 보강하고 수익률 게임대회나 동영상 투자강좌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울상이다. 연초 이후 이달(4일기준)까지 주식형 공모펀드에서는 총 7조3501억원이 빠져나갔고 매주 3000억~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사상최대 수준이지만 펀드 대신 직접 주식을 사고파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며 주식형 펀드에서는 자금이 쉼 없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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