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1500조…강남 아파트·삼성전자로 흐른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 2020.06.16 16:28

[돈의 지형도가 바뀐다]②

시중에 풀린 막대한 현금이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의 동반 상승을 가져오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집값이 잠시 주춤한 사이 주식 시장으로 수십 조원의 현금이 몰리나 싶더니 최근에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도 다시 꿈틀거린다.

자산가들은 강남 부동산, 삼성전자 등 우량 자산 위주의 투자를 늘리고, 주식으로 돈을 번 투자자들은 다시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린다. 1500조원에 달하는 풍부한 가계 유동성이 돈이 될만한 곳만 몰리는 쏠림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 유동성 1500조…부동산 잠잠하니 주식으로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광의통화(M2)는 전월 대비 약 32조원(1.07%) 늘어난 3020조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3000조원을 넘어섰다. M2는 현금과 결제성예금, 정기적금 등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으로 시중의 유동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 중 하나다.

M2는 꾸준히 증가하며 매달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중 가계의 현금을 나타내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M2는 지난 4월 1537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말보다 36조원(2.4%) 증가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저금리 기조가 수년간 지속된 가운데 최근에는 코로나19(COVID-19)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부양정책과 기준금리 인하, 양적 완화로 유동성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현금이 늘었다는 것은 돈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0%대 초저금리 시대에 예·적금으로는 자산을 불리기 어렵게 됐고 시중 유동성은 대표적 재테크 수단인 부동산과 주식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이 연초부터 강력한 규제에 묶이는 동안 증시는 코로나19 이후 크게 반등하면서 유동성이 주식 시장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진정세를 보였던 부동산 시장은 하반기부터 강남권을 중심으로 상승 폭을 확대했고, 정부는 연말 '12·16 부동산대책'으로 규제지역 내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의 대출을 추가로 제한하는 고강도 규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 3월 23일 107.8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매물을 보려는 수요도 줄면서 주택거래는 더욱 위축됐다. 전국의 주택거래대금은 올해 1월 54조원, 2월 60조원에서 3월 52조원, 4월 37조원으로 급감했다.

반면 주식 시장의 유동성은 급격히 증가했다. 3월 폭락장을 투자기회로 삼은 개미(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주식 매수에 나선 영향이다. 지난해 일평균 9조원 수준이던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주식거래대금은 올해 1월 11조8814억원으로 늘었고 이후 △2월 14조1749억원 △3월 18조4923억원 △4월 20조7804억원 △5월 20조2236억원 등으로 증가 추세다.




주식으로 번 돈 부동산으로? 우량 자산 쏠림현상 심화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107.23포인트(5.28%) 오른 2138.05로 상승, 코스닥이 42.23포인트(6.09%) 오른 735.38로 상승 마감한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여의도지점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한 결과라고 해석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통상 부동산 자금과 주식 자금은 성격이 다르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 사이클에 접어든 것도 아니란 점에서 갖고 있던 집을 팔아 주식을 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자산가들은 전체 투자 자산에서 부동산, 주식, 금융 등 비중을 나누고 각기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부동산 시장이 나쁜 상황도 아니어서 부동산 투자금을 주식으로 돌렸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자산가들은 부동산과 주식 중에서도 우량 자산 위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주택 거래대금이 줄고있는 와중에도 지난 4월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 거래대금은 2조3653억원으로 전월 대비 6.3% 늘었다. 하락세였던 서울 아파트 가격도 최근 반등했다. 지난 8일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전주 대비 0.02포인트 상승한 107.4로 10주만에 상승전환했다.

서울 청담동의 한 증권사 자산관리(WM)센터 관계자는 "종부세 인상 등 세 부담에도 부동산을 팔고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고객은 한 분도 없었다"며 "최근 자산가들은 주식 중에서도 삼성그룹주와 해외주식 등 대형 우량주 위주로 투자한다"고 말했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자산 안에서도 돈이 되는 곳에만 쏠리는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에는 주식 시장이 '꼭지'에 다다랐다는 전망이 나오고 부동산 시장도 반등하고 있어 주식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최근 반등장에서 주식 투자로 높은 수익을 올린 사람들이 많고 일부는 이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겠다는 사람도 있다"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안전자산인 부동산은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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