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부활한 기본소득 찬성론 "노동 못해도 소득 지급"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 2020.06.17 12:10

[같은생각 다른느낌]기본소득의 쟁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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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와 긴급재난지원금의 긍정적 성과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부활했다.

그동안 산업의 고도화가 진행되면서 소득 불평등과 빈부격차가 확대됐고 4차 산업 시대는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인간의 일자리가 대체될 것이란 위기감이 커졌다. 미국의 경제학자 제리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에서 기술의 진보로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 없는 사회가 도래한다고 예측했다. 2016년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의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는 “2020년까지 일자리 500만개가 사라질 것이다”고 밝혔다. 기술 진보로 기업이 성장해도 일자리는 부족해지는 ‘고용 없는 성장’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경고다.

그러나 빈곤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기업이 추진한 완전고용 목표는 한계에 부딪혔고 ‘조건 없는 기본소득’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이란 국가나 공동체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이는 모든 구성원에게(보편성), 재산의 과다나 노동여부에 관계없이(무조건성), 가구 단위가 아닌 구성원 개개인(개별성)에게 지급하는 소득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찬·반은 진보·보수나 사회민주주의·신자유주의 간의 견해 대립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비슷한 경제 이념을 가진 사람들도 실질적 이득에 따라 찬·반이 나뉜다.

기본소득의 가장 큰 논란은 재원 조달과 배분 문제에서 발생한다. 기본소득 재원 조달은 입법 활동을 통해 결정될 문제이며 부가가치세나 소득세의 형태로 징수될 수 있으나 다양한 방식이 선택될 수 있다.

기본소득 반대자들은 시행에 따른 재원 조달 어려움과 보편적 복지가 가져오는 불합리성을 지적한다. 또한 부가가치세 또는 부유세를 올리는 부분에 대한 조세저항과 기존 공공지출의 감소로 복지혜택이 축소될 것을 우려한다. 기본소득을 받는 대신 기존의 사회보장 급부가 줄어들면 실질적인 이득이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본소득 찬성자들은 필요 재원은 증가하나 국가·기업이 기존에 지출했던 비용이 기본소득만큼 줄어들어 제로섬 게임과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기본 소득을 보장하는 대신 대부분의 사회부조는 폐지되나 개인연금은 그대로 유지돼 사회부조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또 하나의 쟁점은 ‘노동 대가=소득’이라는 등식에 대한 견해차다. 반대자들은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 말라”는 말을 금과옥조로 여긴다. 일을 해서 소득을 벌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며 일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은 낭비라고 주장한다. 만일 기본소득이 제공되면 사람들이 게을러지고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찬성자들은 노동과 분리된 소득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자본의 집중은 대부분의 사람들을 빈곤하게 만들었고 노동만으로 필요 소득을 벌기 어려운 사회가 도래한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서 자발적 노동으로 노동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현재 각 국의 기본소득 도입은 아직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핀란드에서는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 중 2000명을 무작위로 선발해 월 560 유로(약 76만원)를 지급하는 기본소득 제도를 시행했으나 당초의 실업률 감소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스위스는 2016년 6월 기본소득 지급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총 유권자 531만명 중 47.0%가 참여해 찬성 23.1%, 반대 76.9%로 부결됐다.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에서는 2019년 2월부터 주민 125명에게 18개월간 매달 500달러(약 6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으나 구직 단념 비율이 2%를 넘지 않았고 더 나은 일자리를 찾는 데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기본소득 운동을 제안한 다니엘 헤니는 “시민운동이 꼭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며 “조건 없는 기본소득이 도입된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실용적인 이유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일자리, 빈곤, 소득격차 등 다양한 경제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존의 경제구조나 방식이 한계를 드러냈다. 노동의 가치가 점점 줄어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회가 오면 인간의 노동에 따른 ‘급여’가 아닌 로봇의 작업에 의한 ‘로봇세’에 의존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때는 기본소득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 지금 당장 기본소득의 전면적인 시행이 어렵더라도 최소한 미래를 대비한 논의의 시작은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에 빠지면서 기본소득 논의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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