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물류센터' 무리한 일정 사고 키워…"불이야" 외쳤을 땐 늦었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 2020.06.15 10:56
38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천 물류센터 화재의 원인은 용접 작업 중 튄 불꽃이었다. 불꽃이 화재에 매우 취약한 우레탄 폼에 튀었고, ‘무염연소’(불꽃 없는 연소) 형태로 천장과 벽체를 타고 확산됐다. 작업자가 ‘불이야’를 외쳤을 땐 이미 늦은 상태였다.

무리한 공사 일정을 맞추기 위해 평소보다 2배 많은 인원을 투입하면서 인명피해가 컸다. 시간 단축을 위해 화재와 폭발 위험이 있는 작업이 동시에 진행됐다. 특히 결로(이슬 맺힘)를 막기 위해 방화문 공간을 벽돌로 막은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자 4명은 이곳을 지나려다 숨졌다.


24명 입건, 9명 구속영장 신청...용접 불꽃이 우레탄폼에 튀면서 화재 발생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4차 합동 감식을 위해 진입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5일 오전 이천경찰서에서 ‘한익스프레스 물려센터 신축공사 현장 화재 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1차적으로 화재 책임이 있는 공사 관계자 24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으로 입건했고, 그 중 9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9일 오후 1시30분쯤 경기 이천 물류센터를 덮친 화재로 근로자 38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중상 4명, 경상 8명)을 입었다. 경찰은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중대범죄로 인식하고 수사본부(119명)을 편성해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결과를 종합하면 화재는 당일 오전 8시부터 시작한 A씨의 산소용접 작업 중 불꽃이 튀면서 천장과 마감재 속에 있는 우레탄 폼에 불이 붙었다. 초기에는 육안은로 확인하기 어려운 무염연소 형태로 천장과 벽체를 타고 점차 확산됐다.

이후 불이 각 구역의 출입문에 다다르자 충분한 산소를 만났고, 크게 불꽃이 일었다. 불은 저온창고 대부분의 천장과 벽체에 도포돼 있던 우레탄 폼을 타고 가면서 급속도로 번졌다. A씨가 ‘불이야’라고 외쳤을 화염가 연기가 이미 심각한 상태였다.

당시 공사 현장에는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평소보다 약 2배 많은 67명의 근로자가 일을 하고 있었다. 용접과 우레탄 폼 발포작업 등 위험한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공사 기간 단축이 대형 인명피해에 영향을 준 셈이다.



방화문 지점 벽돌로 막혀 있고, 연결통로는 화재 확산 통로가 돼


15일 오전 경기도 이천경찰서에서 반기수 수사본부장이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 화재 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시공사는 비상유도등, 간이 피난 유도선 등 임시 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채 화재 발생 위험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비상 경보장치(싸이렌 등)를 설치하지 않아 지하 2층 이외 층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은 화재를 조기에 알지 못했다.

또 용접은 2인 1조 작업이 원칙이나 혼자 작업하는 등 안전관리 수칙을 준수하지 않았고, 화재 감시인은 작업 현장을 벗어나 있었다.

이와 함께 인허가 관청에 제출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에는 지하 2층에서 화재 등 위험 발생 시 기계실로 통하는 방화문을 거쳐 외부로 대피할 수 있도록 계획돼 있었지만 벽돌로 막아놨다. 결로를 막기 위해서다.

결국 지하 2층의 근로자 4명은 폐쇄된 방화문 지점을 뚫고 대피를 시도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지상 1층부터 옥상까지 연결된 옥외 철제 비상계단은 설계와는 다르게 외장을 판넬로 마감해 지하 2층에서부터 시작된 불의 확산통로가 됐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발생과 피해 확산의 근본적 원인이 되었던 공기단축과 관련한 중요 책임자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하겠다”며 “또 공사과정에서의 불법행위와 여죄 등도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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