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들고 셀카 찍으면 'OK'...참 쉬운 대포폰 개통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 2020.06.15 16:30

[MT리포트-편의성 쫓던 비대면 보안, 탈났다]⑤

편집자주 | 편의성을 앞세워 질주하던 비대면 금융 거래에 '비상등'이 켜졌다. 휴대폰 개설부터 본인신원 확인, 범용공인인증서 발급까지 보안 시스템 곳곳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도 모르게 위조된 신분증으로 계좌에서 거액이 빠져나가고, 각종 민원 서류와 개인정보가 줄줄이 새나기도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위조 신분증을 활용한 1억원대 대출 사기 사건을 계기로 현행 비대면 금융거래 보안 시스템의 문제점을 집중 점검했다.

비대면 방식으로 선불 알뜰폰을 개통하는 절차는 허술했다. 신분증과 본인 얼굴이 함께 나오게 셀카를 찍어 상담원의 채팅창으로 전송하면 인증과 개통이 완료된다. 추가적인 본인 확인은 필요하지 않았다. 신분증 사진을 위조해도 구별하기 힘든 구조다.

선불 알뜰폰은 기존 통신사 휴대전화와 마찬가지로 온라인에서 '본인인증'에 활용할 수 있다. 비대면 금융 체계에서 핵심적인 신원확인 단계 중 하나인 휴대전화 본인인증을 해결할 대포폰(명의 도용 휴대전화)을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의 넣으니 신분증만 있으면 선불폰 개통 'OK'…신불자, 요금미납자 가능



카카오톡 상담을 통한 비대면 알뜰폰 개통 과정 재구성 /사진=머니투데이

12일 오전 비대면으로 본인 명의 선불 알뜰폰을 개통해 보기 위해 '카카오톡'을 통해 알뜰폰 사업체 상담원들에게 문의를 넣었다. 선불폰은 신용불량자, 휴대전화요금 미납자도 개통이 가능해 '대포폰' 개통에 많이 쓰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톡 등을 통해 13명의 상담원에 메시지를 보내 선불폰 개통 방식을 물었다. A상담원은 "신분증 만으로 개통이 가능하다"며 비대면 개통 신청 방법이 적힌 홈페이지 주소를 보냈다. 홈페이지 안내에 따라 관련 애플리캐이션(앱)을 다운받고 서비스신청 절차를 밟았다.

개인정보활용 약관에 동의한 뒤 실명인증 증빙서류(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의 종류를 골라야 했다. '주민등록증'을 통해 발급받기로 하고 기자의 주민번호와 등록증 발급일자, 연락 가능한 연락처를 입력했다.

사용하고자 하는 전화번호와 유심칩 배송지를 입력하면 △신분증 △신분증과 함께 나온 얼굴 사진 △본인확인 추가 사진(셀카) △자필 개통 동의서 사진을 전송해 이상이 없으면 개통 신청이 완료된다. 약 13년 전 찍은 주민등록증 사진과 현재 얼굴을 같이 찍어 보냈는데 정상적으로 통과됐다.

상담원들이 소개하는 알뜰폰 개통 절차는 위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른 B사의 직원도 "신분증만 있으면 된다"며 "앱에 신분증과 함께 나온 얼굴 사진을 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몇몇 직원은 자신에게 "신분증과 신분증과 얼굴 나온 사진을 보내면 개통돼 내일 배송된다"고 밝혔다.




영업점이 대신 서류 작성해 신청...신분증의 숫자가 중요, 사진은 크게 신경 안써


비대면 알뜰폰 개통시 상담원이 요구한 준비물. 규정대로라면 있어야 하는 공인인증서, 신용카드 비밀번호 앞 두 자리 등은 필요하지 않았다. /사진=머니투데이


알뜰폰을 포함한 휴대전화 비대면 개통에서는 신분증 외에 '공인인증서' 또는 '신용카드' 등 신원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통신사는 부정가입방지시스템을 갖추고, 비대면 개통 시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혹은 신용카드 일련번호, 비밀번호 앞 두 자리 등을 요구한다.

하지만 취재진과 상담한 복수 상담원은 "공인인증서, 신용카드 모두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개통을 원하는 사람 대신 서류를 작성해 신청함으로써 대면 개통과 같은 방식으로 휴대폰을 개통해준다.

이 과정에서 신분증을 들고 찍은 셀카와 가입신청서 대리 작성 동의서 등을 요구한다. 신분증의 경우 주민번호, 면허번호, 발급일자 등 숫자가 중요하지 사진이 원본 신분증과 일치하는 여부는 고려되지 않는다. 한 상담원은 같은 방식으로 후불폰 개통도 가능하다고 했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을 잘 갖추지 못한 업체나 대리점의 경우 직원이 신청자 신분증과 얼굴 사진, 가입신청서 대리작성 동의서 등을 받아 정보를 대신 기입한다"며 "이때 대리점 직원이 위조 사진에 속으면 대포폰 개통을 막기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모바일 뱅킹으로 10초만에 대출 가능하다는 광고가 흔한 만큼 휴대전화가 주요 본인인증 수단이 된 시대"라며 "다수 비대면 대출 신청을 받는 은행 입장에서는 신청 온 휴대전화 명의가 실재 신청자와 일치하는지 일일이 파악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격 본인인증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비대면 알뜰폰 개통도 여러 수단을 통한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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