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세상 주식' 테슬라…"강심장 아닌 나, 지금 사도 될까요?"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 2020.06.14 05:32

[종목대해부]

편집자주 |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테슬라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X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테슬라의 주가 상승세가 무섭다. 연초부터 무섭게 치솟으며 '이 세상 주식이 아니'라는 별명이 붙었던 테슬라는 코로나19(COVID-19) 충격에 잠시 휘청이는 듯했지만 빠른 'V'자 반등으로 제 자리를 찾았다. 최근엔 주당 1000달러를 넘으며 '천슬라'라는 별명이 새로 붙었다. 기업가치는 도요타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자동차 회사가 됐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관심은 지속된다. 전기차 시장의 빠른 성장, 기술혁신, 대량생산, 플랫폼 기업으로의 성장 잠재력 등이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현재 주가 수준이 부담스럽긴 해도 중장기 성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천슬라'된 테슬라…주당 1000달러 돌파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는 전일 대비 37.56달러(3.86%) 떨어진 935.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에는 1025.05달러를 기록하며 상장 이후 처음으로 1000달러를 넘었는데,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미국 증시의 전체적인 밸류에이션(기초체력 대비 주가 수준) 부담 등으로 주가가 다소 조정받은 상태다.

테슬라는 최근 '이 세상 주식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며 "지나치게 과대평가 됐다"는 말이 계속 나오는데도 다수의 예상을 깨고 상승 속도가 오히려 더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418.33달러였던 주가는 지난 2월 4일 887.06달러로 약 한 달 만에 2배가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300달러대까지 추락했으나 두 달 반 만에 3배로 뛰면서 1000달러를 돌파했다. 강철 심장이 아니고서야 섣불리 투자할 수 없는 '저 세상 주식'이 돼 버린 것이다.

테슬라 주가가 거품이라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2003년 창업 이후 한 번도 연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고, 2016년까지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10만대도 안되는 회사인데 장래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감 하나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테슬라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연속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실현하고 올해 처음으로 연간 흑자 달성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공장의 가동 중단에도 테슬라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매출액은 59억85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31.8% 늘었고 영업이익은 2억8300만달러로 무려 6638.1% 급증했다. 1분기 1억달러 손실을 예상한 시장 전망치를 훨씬 웃도는 실적이다.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면서 자동차 판매량도 2018년 24만5240대, 2019년 36만7500대에 이어 올해는 70만대 생산(미국 49만대, 중국 20만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예상 실적은 매출액이 전년 대비 8.3% 증가한 266억달러,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한 9억7500만달러다.



테슬라에 몰리는 공매도…주가 거품?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 /사진=AFP
그러나 아무리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해도 최근의 주가 급등이 과도하다는 시각은 여전하다. 도요타, 폭스바겐, GM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연간 1000만대 가량 판매하고 1000억~2000억달러 이상 매출을 올리는 것에 비해 여전히 미미한 실적인데 기업가치는 도요타와 함께 글로벌 1,2위를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 시가총액은 1734억달러로 글로벌 1위 도요타(1764억달러)를 바짝 뒤쫓고 있다. 주가가 1000달러를 넘었던 지난 10일에는 잠시 글로벌 자동차 시총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테슬라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공매도를 통해 알 수 있다. 테슬라는 미국의 주요 대형주 가운데 공매도가 가장 많은 종목이다. 지난달 말 기준 공매도 잔량은 1609만주로 공매도 비중(총 주식수 대비 공매도 잔량 비율)은 8.68%다.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공매도 비중이 1~2%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이를 되사 시세차익을 얻는 기법으로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테슬라의 공매도 잔량은 지난해 6월 4000만주 이상으로 치솟은 뒤 현재 수준으로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부담스런 비중이다. 테슬라의 주가가 과도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아직도 많다는 의미다.

테슬라 공매도 세력은 최근 주가 급등으로 이달 들어서만 약 2조원 규모의 평가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테슬라의 공매도 평가금액(공매도 잔량×주가) 지난달 말 134억달러에서 현재 150억달러로 16억달러(약 2조원) 증가했다. 매도시점의 가격이 비쌀수록 손해인 공매도 특성상 평가금액이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손해라는 의미다.

하지만 공매도는 최근 다시 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의 금융정보업체 핀텔(Fintel)에 따르면 지난달 말 203만주였던 공매도 거래량은 이달 들어 점점 늘어나 지난 10일 493만주, 11일 472만주, 12일 459만주를 기록했다. 전체 거래량 중 공매도 비중은 30%에 육박했다. 주가 상승 기대감과 과평가 됐다는 시각이 팽팽히 맞선 상황이다.


뉴욕 증권가에서도 현재 테슬라 주가는 다소 과평가된 수준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테슬라의 목표주가는 평균 633.29달러다. 최고 1100달러를 제시한 보고서도 있지만 240달러가 적정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성장성에 주목…"4년 뒤 2만2000달러" 전망도



중장기 성장성을 감안하면 과도한 주가는 아니라는 시각도 상당하다. 주가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PER(주가순수익비율)인데, 올해 테슬라의 예상 PER는 220배에 달한다. 그러나 내년 예상 PER는 67배로 추정되고 실적 개선이 지속될 수록 PER 부담은 낮아진다.

가장 큰 기대 요인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커지고 최근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그린뉴딜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의제로 떠오르면서 전기차 시장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19년 약 200만대에서 2025년 700여만대로 연평균 2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장기 성장 추세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 점유율 약 20%를 차지하는 1위 업체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78%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중국의 '기가팩토리3' 가동으로 본격적인 대량생산 기반을 갖추면서 글로벌 점유율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시장 확대를 위한 '기가팩토리4'가 독일 베를린에 건설 중이고, 사이버 트럭 생산을 위한 추가 공장 건설도 계획하고 있다.

테슬라는 현재 모델3·S·X·Y 4개 모델을 생산 중인데, 사이버트럭 '세미'와 픽업 트럭 등 라인업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10일 주가가 급등한 것도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엘론 머스크가 세미 트럭의 대량생산 계획을 언급한 영향이 컸다.

무엇보다 시장이 테슬라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부분은 플랫폼 기업으로의 진화 가능성이다.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AI(인공지능)와 자율주행에 기반한 로보택시 사업을 통해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분석이다.

테슬라의 로보택시 서비스는 자율주행 능력이 탑재된 테슬라 차량을 택시로 활용하는 것이다. 차량 공유 플랫폼에 차를 등록하면 차량 소유주가 차를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는 차가 알아서 택시처럼 손님을 태우고 돈을 벌어오는 것이다. 테슬라는 이를 통해 차량 소유주가 연간 3만달러를 벌 수 있고, 다른 이들은 굳이 차를 사지 않아도 필요할 때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차를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테슬라의 계획은 올해 말 혹은 내년부터 이 서비스를 시행하는 것이다. 이미 기술력은 갖춰져 있고 법적, 제도적 보완만 완료된다면 당장이라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실제 이런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자동차 산업은 큰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자동차 산업이 생산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바뀌게 되면 플랫폼을 선점한 테슬라가 가장 큰 수혜를 입는다.

미국의 투자회사 아크인베스트의 샘 코러스 애널리스트는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테슬라의 자율주행 네트워크 사업이 론칭하고 대량생산 체계가 효율적으로 가동될 경우 2024년 주가는 최대 2만2000달러까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올해 국내 투자자들은 전체 해외주식 중 가장 많은 18억2000만달러 어치의 테슬라 주식을 매수했다. 국내 증권사에서도 테슬라에 대해 긍정적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테슬라는 '게임 체인저'로서 재평가가 계속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S&P500 지수 편입과 기술격차 등으로 견조한 주가 상승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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