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 주관으로 진행한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입찰에서 마감기한인 10일까지 아무도 입찰의향서(LOI)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 부지 매각은 경쟁입찰 방식이어서 예비입찰과 상관없이 본입찰 참여가 가능하다. 그러나 서울시가 공원화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이 입장을 거스를 인수 후보자는 나오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고급 한옥호텔을 짓겠다는 목적으로 2008년 6월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사들였다. 덕성여고 등 학교가 바로 인접해 호텔 개발 인허가가 쉽게 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올 들어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경영난이 심각해지면서 자금 수혈을 위해 부지 매각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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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계약하자는 서울시에 눈길 '뚝'━
서울시는 그러나 송현동 부지를 매입할 자금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이 땅에 책정한 보상비용은 4670억원으로 실제 추정 가치(6000억원)에 비해 턱없이 낮다. 그마저도 땅값을 내년부터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자금이 급한 대한항공 입장에선 여러모로 불리한 매각 조건이다.
대한항공은 특히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2000억원의 금융지원을 제공 받는 조건으로 2021년말까지 2조원의 자본확충을 끝내야 한다. 송현동 부지는 이 자본확충의 핵심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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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 등 사업부 매각 현실화 우려도…대한항공 직원들 '분노'━
이날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항공은 2만명 전 직원의 70%가 휴업하며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대한항공이 현재 위기를 극복하려면 하루빨리 유휴자산을 매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노조는 서울시가 공권력을 남용해 민간기업의 매각을 저해하고 있다며 한국노총과 연대투쟁도 예고했다.
대한항공은 일단 남은 매각 절차를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송현동 부지 매각작업이 꼬여가는 상황에서 왕산레저개발 지분, 칼호텔네트워크 소유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토지 등의 처분에 집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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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달라지는 서울시...캠코 대안부상?━
서울시는 특히 공원으로 지정해 싼 값에 땅을 사들이려 한다는 지적에 "감정평가를 통해 시세대로 (가격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매입대금을 분납이 아니라 일시에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금융·부동산 전문가 자문뿐 아니라 서울시 산하기관이나 공공기관 등과 협의해 서울시 예산외의 재원조달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외에 행정·재정적으로 대한항공 자금 확보에 도움이 될 만한 방안도 검토한다.
한편 11일 정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제6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기업자산 매각 지원방안'을 의결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캠코채 발행해 2조원 규모로 자금을 마련해 중소·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돕는다.
이 경우 송현동 부지 같은 대기업 유휴자산도 매입 대상이 된다. 정부 관계자는 "캠코채를 우선 발행해 7월중으로 자산매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송현동 부지 주인찾기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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