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얼마나 더 낼 수 있으신가요?

머니투데이 유선일 기자, 한고은 기자 | 2020.06.10 05:00

[MT리포트] 文정부 증세 시즌 3 (中)

편집자주 | 파티가 끝나면 청구서가 날아든다. 4인 가구에 100만원씩 나눠준 긴급재난지원금을 국민 99.5%가 한 달 만에 받아가자 올해 나랏빚이 112조원 늘어날 것(관리재정수지 기준)이라는 예측이 뒤따랐다. 여론은 1회성 지원금을 넘어 매달 지급하는 기본소득으로 옮겨갔다. 대권 잠룡들이 동조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증세 밖에는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이라는 명분으로 정부가 지출을 급격히 늘리고 있지만 누군가는 구멍난 나라 곳간을 메워줘야 균형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국민, 세금 더 낼 여력은



‘한국 국민은 세금을 더 낼 여력이 있을까.’

증세 여부를 판단하려면 정부는 우선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국가 경제 규모에 견줘 국민이 이미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면 증세는 강한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한국의 세금이 무겁지는 않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조세·국민부담률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조세부담률은 총조세(국세·지방세)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018년 2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4.9%)보다 5%포인트 가까이 낮다. 2018년 기준으로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미국(18.2%)보단 높지만 영국(27.1%), 프랑스(30%), 이탈리아(29%) 등보다는 크게 낮다.

증세 여력이 있다는 논리를 뒷받침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한국 조세부담률에 대해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낮은 수준이며, 앞으로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조세부담률이 높아지는 것은 괜찮다”며 “복지 수준이 높아질수록 세금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총조세와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사회보장기여금을 더한 금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국민부담률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8년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6.8%로 조세부담률보다 약 7%포인트 높다. 그러나 OECD 회원국 평균(34.3%)과 비교하면 크게 낮다. 코로나19 발생 전 제안이긴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작년 11월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국민부담률 상승을 통한 총수입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세금 부담, 결코 적지 않아” 반론도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그러나 조세부담률 등을 단순히 숫자로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다른 나라보다 낮은 것은 소득이 적은 국민에게는 세금을 걷지 않기 때문”이라며 “일정 소득을 넘는 국민, 기업의 조세 부담이 낮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일례로 한국의 근로소득세 면세자는 38.9%(2018년 소득 기준)에 달해 미국(30.7%), 일본(15.5%) 등과 비교해 높다.

다만 이런 상황임에도 성 교수는 증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기 대응을 위해 정부 재정지출이 늘고 있으며, 국가부채도 지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부담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으며, 앞으로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국민부담률이 작년 27.4%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최근 4년(2013~2017년) 동안 OECD 평균 국민부담률은 0.8%포인트 증가에 그쳤지만, 한국은 2.3%포인트나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저출산 고령화, 복지·의료 정책 추진 등 영향으로 국민부담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추 의원은 전망했다.

유선일 기자





앞으로 1년이 증세논의 적기…경기충격 최소화 관건


수퍼여당 '증세 추진→세법개정' 현실적 여건 갖춰…"소비·투자 왜곡 덜한 세목부터 논의"

증세는 조세정책인 동시에 표심을 좌우할 정치적 행위다. 곧 다가올 선거일정을 감안할 때 앞으로 1년이 증세논의의 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거가 시작되면 증세 깃발을 들고서는 이길 수가 없다"며 "내년 4월 재보궐선거나 내후년 대선 일정을 감안하면 증세를 논의할 수 있는 기간은 내년 3월까지 딱 10개월 남은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입법권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 있게 증세를 추진하고, 세법개정을 통해 증세를 마무리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지적이다.

기본소득, 전국민고용보험 등 재정소요가 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져있다는 점에서도, 증세논의는 피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우 교수는 "국민이 혜택을 받는 것과 낼 것을 비교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며 "나중에 돌아올 비용청구서를 함께 제시해야 균형적이고 건강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효과 측면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은 최근 '재정포럼' 기고문에서 "재정지출 확대규모가 동일하거나 작은 규모의 증세 모두 경제 침체기에 긍정적인 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득상위계층이 부담한 세금으로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득하위계층에 이전지출을 제공하거나, 정부투자나 정부소비에 사용하면 경기부양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취지다.

김 원장은 "증세는 경제 위기와 같이 어려운 시기에 국민이 고통을 분담하는 의미가 있고, 경제위기시 증세가 가능한 나라라는 점에서 대외 신인도 제고에도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증세논의가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확장재정은 기본적으로 정부 적자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재정을 써서 생산을 증대시키려고 하는 상황에서 증세로 소비나 투자를 위축시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그럼에도 증세를 해야 한다면 경제를 왜곡시키지 않는 세목부터 논의를 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소득세나 법인세를 더 걷는 경우 근로의욕을 꺾거나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 보유세 같이 경제적 왜곡효과가 적은 항목부터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과거 미국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경기가 호황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사회계약 차원에서 고소득층의 소득세율을 높였고, 이를 계기로 사회통합을 도모한 경험이 있기는 하다"며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불황 때 증세는 긴축효과가 크기 때문에 경기사이클을 봐가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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