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혐의 소명됐다 판단한 검찰…불구속 기소하나

머니투데이 이정현 기자 | 2020.06.10 06:00
경영권 부정 승계 의혹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새벽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을 면했다. 장기간에 걸친 조사 끝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검찰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법원이 기본적 사실관계가 소명됐다는 판단을 내린만큼 기소 방침은 확실해 보인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다만 법원이 정식 재판과정에서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를 따져야 한다고 한 만큼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등 3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심리한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새벽2시쯤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면서도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검찰은 영장기각 사유를 분석한 뒤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관계가 소명됐고 증거도 상당 수준 확보됐으니 이걸 가지고 재판에서 확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라고 검찰 측은 봤다. 혐의사실에 대해 아무런 소명이 없는데도 재판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 등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들에 대해 기소 필요성을 인정한 셈이란 분석이다.

영장기각 이후 검찰은 "본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통상의 경우 검찰이 보강 수사를 통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수순으로 나아갈 수 있으나 법조계에선 이번 사건의 경우 검찰이 영장 재청구 대신 불구속 기소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미 1년 8개월 동안 수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마무리를 위한 시간이 부족한데다가 법원이 피의자들에 대한 재판 필요성을 인정한만큼 영장 재청구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에서 "불구속 재판이 원칙인 만큼 재판에서 충분히 혐의에 대해 다툴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나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 등 검찰 수뇌부가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승인했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철저히 증거 위주로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들이 구속영장 청구가 맞다는 판단을 내렸으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지난 4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모르긴 몰라도 수사팀에서 결정적인 증거나 진술을 확보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으나 법원이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자 수사가 미진했던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반응들을 내놓고 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해 기소 여부를 판단받게 된다는 점도 영장 재청구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부의심의위원회를 오는 11일 개최한다.

부의심의위 결정에 따라 검찰수사심의위가 소집되면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적법상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한차례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후 열리는 검찰수사심의위이기 때문에 검찰 측 주장보다 삼성 측 주장이 설득력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혐의 소명을 인정받았다며 계속 수사해 나가 기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삼성 측은 오랜 기간 수사했음에도 결정적 증거를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 등을 이유로 들며 처음부터 부적절한 수사라는 주장을 펼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검찰수사심의위 결정과 무관하게 이 부회장을 기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인지수사 부서가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사안을 기소하지 않고 끝내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검찰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부회장을 기소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검찰수사심의위 결정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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