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은 범인이 위조된 운전면허증으로 한 통신사에서 알뜰폰을 개통한 뒤 증권사와 인터넷은행 케이뱅크 등에서 6개 계좌를 개설한 데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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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결제원 ‘NO’ 했지만 케이뱅크 계좌 개설━
케이뱅크도 위조범 운전면허증 사본을 금융결제원에 보냈다. 금융결제원은 위조범 운전면허증이 원본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케이뱅크에 전달했다. 케이뱅크는 그러나 면허증 발급 일자, 면허 번호 등 사진을 제외한 면허증 내 모든 정보가 일치한다는 데만 주목했다. 새로 개통한 휴대폰 인증을 거쳐 결국 통장을 개설해줬다.
위조범은 비대면으로 대출을 받을 때 타행 계좌로도 가능한 점을 노렸다. 범인은 광주은행에서 대출을 실행해 케이뱅크 계좌로 받았다. 피해자 명의의 광주은행 계좌는 필요 없었기에 개설조차 하지 않았다. 만약 광주은행의 계좌가 필요했다면 로그인, 보안카드·OTP(일회용 비밀번호) 숫자 입력 등 절차를 거쳐야 해서 사기 범행이 불가능했을 수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신분증이라는 게 세월이 지나면 손상이 많이 가기 때문에 제대로 식별되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다”며 “휴대폰 본인 확인 같은 과정에서 의심할 여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계좌를 개설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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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인증서 들이민 위조범, 속수무책 대출━
은행마다 정책이 다르지만 광주은행의 경우 안드로이드 휴대폰에서 타 기관 공인인증서를 불러올 때 등록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모바일에서 자동으로 뜨는 인증서를 클릭하면 그만이다.
광주은행은 위조범으로부터 본인 확인을 위해 위조된 운전면허증을 전송받았다. 그리고 면허증을 발급해준 도로교통안전공단에 면허증 내 각종 정보를 입력한 뒤 전송했다. 은행은 공단으로부터 정보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공인인증서는 대출 과정에서 넘어야 할 최종적이며 절대적인 관문인데 누군가가 타인 인증서와 OTP(일회용 비밀번호)를 모두 갖고 있다는 걸 어떻게 의심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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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담보 대출도 척척...한화 “전면 재점검”━
한화생명은 신규 등록 계좌로의 송금서비스를 중단하고, 보험료 납입 계좌로만 송금이 가능하도록 조치한 상태다. 또 비대면 금융 거래에 대한 시스템과 업무 처리 규정을 재점검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점검을 통해 발생 가능한 문제점들을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비대면채널을 통한 본인확인, 정보조회와 변경, 지급처리 등 전반 업무 프로세스에 대해 재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며 “만약 미흡한 점에 발견되면 즉각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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