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 "내달 자체 개발 검색엔진 ON...1초도 안돼 맞춤상품 추천"

머니투데이 대담=송정렬 산업2부장, 정리=장시복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 2020.06.08 05:30

[머투초대석]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e커머스 인수설에 "막대한 비용, 내부 투자가 급선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비즈니스 혁신을 위해 늘 1순위로 강조하고 있는 화두다. 더욱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화는 생존과도 직결됐다.
머투초대석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 대표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그런 점에서 지난 4월 28일 출범한 통합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ON)은 그룹 디지털화의 상징이자 총집합체 격이다.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맞아 온라인 사업이 대세가 된 터라 론칭 타이밍도 절묘했다. 국내 최대 오프라인 유통망과 연계한 e커머스라는 혁신적인 실험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높다.

물론 초기 성장통도 겪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트래픽이 몰리며 구동 속도나 상품 데이터 부재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롯데온이 매일 매일 달라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 통합 전까지 계열사 온라인 경계를 넘나들며 교차 이용하는 고객이 2%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23%까지 뛰었다. 이동 횟수로 따지면 10배 급증한 셈이다.

롯데온 유료 회원 서비스인 '롯데오너스' 가입자는 지난달 23만6000명으로 전월(21만5000명)에 비해 10% 늘었다. 5월 가입자 수 기준 연간 회원이 월간 회원을 81% 앞질러 충성 고객의 '락인(Lock-in) 효과'가 기대된다. 고객 활동성이 늘어나며, 통합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롯데온의 진화는 지금도 계속된다. 오는 7월부터 롯데온은 보다 강화한 자체 개발 검색 엔진으로 사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건다. 9월쯤 되면 오프라인 구매 데이터까지 통합, 보다 정교한 상품 추천을 제공한다. e커머스 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이유다.

롯데온은 검색창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정확한 추천을 하는 'e커머스판(版) 넷플릭스'를 지향한다. 롯데온 사업을 이끌며 롯데 디지털 전환의 선봉에 선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조영제 대표를 직접 만나 그 미래상을 들어봤다. 한마디로 "차별화된 고효율 구조로 상품 강점을 살려, 고객을 만족시키고 수익을 꾸준히 내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뤄가겠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머투초대석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 대표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출범 한달여 지난 롯데온이 꿈꾸는 e커머스는.
▶다른 e커머스 기업들을 보면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많다. 국내 시장은 한정돼 있는데 출혈 경쟁이 과하다. 롯데의 경쟁력은 모든 유통 분야를 다 보유하고 있고, 거의 분야별 1위라는 점에서 나온다. 방대한 고객 빅데이터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 맞춤형 추천을 특화하다보니 e커머스판 '넷플릭스'로 주목받고 있다.

-초반에 안정화가 덜 됐다는 비판도 적잖았다.
▶AI(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도 처음엔 부족했다. 하지만 계속 성능 업데이트가 되면서, 나중엔 사람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지에까지 올라갔다. 롯데온은 자체 검색 엔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추천 기능과 '다이내믹 프라이싱'(가변적 가격 책정) 초기 설정 과정이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출범 후 한 달의 베타 서비스 기간을 지나보니 상당히 안정화 돼가고 있다. 롯데온은 오는 7월과 9월 검색 엔진을 두차례 걸쳐 업그레이드 시킬 계획이다. 검색과 추천 기술이 완벽히 고도화되는 시점을 오는 9월로 보고 있다. 이때가 되면 고객 입장에서는 1초도 채 안되는 시간에 원하는 결과값을 정확히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구매하기 가장 적합한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게 된다.

-사업부가 이제 '유통'보단 'IT'에 방점이 찍힌 듯 하다.
▶'미래 지향적 유통'을 하려면 IT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IT 개발자들을 적극 지원해 주는 게 리더 역할 아닐까. 우리는 검색 엔진 개발을 외주 업체에 맡기지 않는다. IT 기술의 내재화를 추구한다. 기술도 차별화해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아직 짧은 기간이지만 그간 롯데온의 대표 성과가 궁금하다.
▶배송도 오프라인 망을 활용하고 있다는 게 차별 포인트다. 롯데마트의 바로배송은 주문 건수가 2주 만에 2배 이상 뛰었다. 광교·중계점에서 시작됐지만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고객들의 요구와 우리의 전략이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편의점(세븐일레븐)과 롯데마트가 서로 윈윈하는 사업 개념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올해 안에는 가시화 될 거다.

-롯데온의 최대 강점은 무엇인가.

▶상품이다. 또 우리 국민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4100만명이 롯데의 회원으로 있다. 지금 이 순간도 데이터가 계속 실시간 쌓이고 있다. 또 모든 다양한 형태의 유통 매장들을 온라인에 한데 모아 놓은 건 큰 강점이다.
롯데 오토프레시 의왕센터 /사진제공=롯데

-그렇다면 약점은.
▶온라인에선 통합돼 있다고 하지만, 그걸 운영하는 주체들은 각 오프라인 법인들이다. 온라인 다워야 하는 데, 오프라인 마인드가 많은 이들이 개입하게 되면 약점이 될 수 있다. 다행히 강희태 부회장(유통BU장 겸 롯데쇼핑 대표)이 디지털화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어 고무적이다.

-올해 사업부 체제로 전환한 쇄신 인사가 도움됐나.
▶강 부회장을 중심으로 사업부들이 움직이는 체제가 의사 결정도 빠르고 시너지를 일으키기에 적합하다. 지금은 시스템화 돼 있다보니 사업부 간 협력이 수월하다. 강 부회장도 워낙 '온라인 비즈니스가 대세가 될 것'이라 강조하고 있어, 큰 벽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긍정적 효과를 노린 인사였던 것 같다.

-2023년 연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고, 손익 분기점을 넘기겠다는 게 롯데온 목표인데.
▶온라인 통합을 통해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 사업 구조를 갖췄다. 앞으로 고객들의 요구에 맞추면 충분히 지킬 수 있는 목표라고 본다.

-현재 경쟁 상대로 꼽고 있는 e커머스는.
▶없다. 크게 위협되지도 않는다. 우리와 다른 영역들이라고 본다. 우리는 상품으로 경쟁한다. 아무리 다른 e커머스들이 백화점 상품을 내놓는다고 해도, 구색을 살펴보면 상품 노하우는 우리와 경쟁이 안된다.

사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e커머스 사업을 시도한 게 2000년 롯데닷컴이다. 이번에 롯데온을 통해 다른 'O4O'(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서비스) 사업 모델로, 새로운 시작을 한 거다.

-쿠팡·마켓컬리 등 e커머스 물류센터에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난리였다.
▶사실 지금 e커머스들이 쉽게 이익을 내긴 힘든 구조다. 물량이 늘어나면 사람(인건비) 또한 늘기 때문이다. 물류센터 자동화 전환도 어렵다. 게다가 CJ대한통운 등 택배업체들은 풀필먼트 서비스(물류 일괄 대행)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모범 사례로 꼽는 건 '롯데 오토프레시 의왕센터'다. 기존 배송 방식에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물류 시스템을 더한 미래형 물류센터다. 거의 다 로봇이 일을 하고 사람은 물건을 담기만 하면 된다. 사람이 밀집해 있을 필요가 없다. 롯데온의 경우 소규모 물류망은 자동화하고, 나머지는 각 오프라인 매장들을 활용할 거다. 롯데마트 풀필먼트 스토어의 '바로배송', 롯데슈퍼의 '새벽배송', 그리고 '스마트 픽' 서비스들이 두루 가능한 이유다.
머투초대석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 대표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자체 검색 엔진을 밀고 있는데, 최근 '네이버 쇼핑' 기세도 무섭다.
▶검색 포털이라는 기존 사업 틀 안에서 이뤄지다 보니, 별도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 때문에 다른 e커머스들에 비해 성장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우리도 네이버 쇼핑과는 사업적 협력을 하고 있다. 단, 아무래도 상품에 있어서는 롯데온이 더 강점이 있다.

-롯데가 타 e커머스를 인수합병(M&A)할 거란 소문도 시장에서 계속 도는데.
▶M&A에 들어갈 어마어마한 자금을 차라리 내부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본다. 다른 e커머스들이 특별히 진입 장벽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것도 아니다. 원론적으로, 정말 매력 있고 합당한 가격에 나온 매물이 있다면 검토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먼저 찾으러 다니진 않을 거다.
롯데온 / 사진제공=롯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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